[한국 교육산업 대해부③] 한국 사교육산업의 현주소 |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
1. 보충교육이 아닌 정규교육 일부로 편입된 사교육
최근 사교육을 잡겠다고 정부가 도입한 ‘학파라치’는 10시 이후 학원가를 암흑가로 만들어버렸다. 지나친 사교육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양산해왔고 나라의 장래도 우려스럽게 하고 있다는 점은 온 국민이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과연 현 정부의 방법이 바람직한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전국의 457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하는 등 사교육 잡기에 나서고 있는데 과연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별난 사교육산업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사실적으로 접근해 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과 사교육 업체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해보야 한다. 사교육이 모두 일률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사교육을 제공하는 업체, 학원들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교육의 개념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사교육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김미숙 외(2006)는 사교육과 관련한 흥미로운 개념규정을 하였는데 바로 ‘입시산업’이다. 그는 입시산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더 나은 성적, 궁극적으로는 더 좋은 대학진학을 위하여 교육서비스 및 자료를 제공하는 일에 종사하는 개인, 집단, 회사로서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입시산업의 분석범위를 입시보습 학원, 학습지 및 통신과외, 참고서를 대상으로 하여 그 특징을 분석하였다. 아쉬운 것은 개인과외에 대한 공식자료가 없어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 연구를 비롯한 사교육에 대한 연구 성과를 기초로 공식적인 사교육 통계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2007년 사교육 통계를 발표하면서 비로소 그 개념과 범위부터 표준화하였는데 2008년 2월 교육인적자원부가 ‘2007년 사교육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교육이란 초, 중, 고 학생들이 학교의 정규교육과정 이외에 사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학교 밖에서 받는 보충교육’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정부는 사교육비로 규정하여 조사하고 있는 범위를 다음과 같이 확정하였다.
① 주요 과목별 학원비, 개인 및 그룹과외비, 학습지, 인터넷 과외비(교재비 포함)
② 일반교과 및 논술 관련 사교육비
③ 예체능 및 취미교양 관련 사교육비
④ 취업목적 사교육비(공업계, 상업계 등)
⑤ 방과 후 학교와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그런데 이 중에서 항목 ⑤는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취한 정책의 결과로 사적 부담이 발생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사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표준화된 개념에 기초하여 발표한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사교육비 총액은 20조 9,095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4.3퍼센트 증가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만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학생 1인당 월평균 31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가계의 입장에서 보면 근로소득 대비 9.3퍼센트, 가계지출 대비 12.6퍼센트를 교육비에 지출하고 있는데, 사교육비는 그 중 63.3퍼센트에 해당한다. 이런 수치를 놓고 보면 정규교육의 보충교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옹색하다.
해마다 사교육비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보충적 성격보다 정규적 성격은 더 강해질 것이다. 사적 부담의 형태를 띠다 보니 소득격차에 따른 양극화도 심화되어 사교육 포기자와 고액지출계층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국가에서 보기에는 사교육이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정규교육 수준의 노력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 사적으로 치부하기엔 찜찜한 영역이다. 사교육이 아니라 험난한 경쟁사회에서 개인들이 자구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공교육인 셈이므로 ‘자구적 공교육’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2. 사교육 산업의 실태 - 예외 없는 양극화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는 수요자 입장의 통계이자 분석이다. 그러나 수요자가 있으면 공급자도 있게 마련이고 당연히 사교육에도 공급자가 있다. 공급자는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9만여 개의 사교육관련 기업, 교육서비스 제공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는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교육 취업자와 같이 한국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산업의 주체들이다.
공급자들은 과목이나 초, 중, 고등학교에 따른 교육내용에 의한 분류, 온/오프라인이나 방문 등의 영업방식에 따른 구분, 개인인지 자영업체인지 주식회사인지 제공주체의 형태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정부가 표준화한 사교육의 개념에 따라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서 사교육분야를 구분해내고, 다음으로 매출, 종사자 등의 규모에 따라 분류해 다룰 계획이다.
1) 입시교육과 영어교육은 승승장구
정부의 사교육 범위 규정에 따라 산업분류상의 교육서비스업에서도 사교육분야를 추출할 수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2000) 상에서의 사교육 분야는 ‘아래의 파란색과 노란색의 일부분 즉, 일반교습학원과 예술학원과 분류되지 않은 기타교육기관의 일부’로 볼 수 있다.
‘2005년 서비스 총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분야는 사업체수 8만 8,568개, 종사자수 35만 5,298명, 매출액 10조 5,765억 원, 영업이익이 3조 5,031억 원에 달한다. 교육서비스업 내에서 사교육업체 비중은 73.4퍼센트, 종사자 비중은 29.9퍼센트, 매출액 18.8퍼센트, 영업이익 56.1퍼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액을 제외하고는 사업체, 종사자, 영업이익 모든 면에서 사교육이 교육서비스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점하고 있다. 사업체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에서 영세한 사교육 업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인 것은 공교육이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가 아니므로 당연한 결과다.
최근의 동향을 알 수 있는 2007년 서비스부문 조사에 의하면 교육서비스업의 사업체는 15만 5,000개에서 16만 2,000개로 전년도에 비해 4.8퍼센트p나 늘어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사교육 분야인 일반교습학원분야의 변동을 보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일반교과학원은 사업체가 6.1퍼센트p, 매출은 20.3퍼센트나 늘어났으며, 외국어학원은 사업체수, 종사자, 매출액 모두 20퍼센트를 훨씬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외국어학원의 매출액 증가율은 32.4퍼센트p에 달해서 영어가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 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학습지 등 방문교육학원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저소득층이 선호하는 낮은 학령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 방식의 사교육이 정체 내지는 퇴조하는데 대학입학을 위한 입시형 사교육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2) 사교육의 대기업 : 상장된 교육기업, 그리고 대형학원
2008년 말 현재 코스피나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는 사교육 관련 교육서비스 업체는 11개다.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의 크레듀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e-러닝업체로서 사교육분야가 아니며 아이젝엔컴퍼니는 IT솔루션 업체이므로 직접적으로 사교육과는 연관이 없다.
학습지업계 1위인 대교, 온라인강의업계 1위인 메가스터디, 어학교육 1위인 YBM시사닷컴을 비롯해 비유와 상진, 에듀박스, 정상제이엘에스, 청담러닝, 디지털 대성, 웅진싱크빅, 능률교육, 이루넷 등은 모두 사교육의 강자들이다. 11개 업체의 2007년도 매출액 총액은 1조 8,282억 원, 영업이익은 2,285억 원에 달한다. 또한 2009년 종사자 합계는 8,198명이다.
이들 상장업체들은 전체 사교육 업체수의 0.02퍼센트에 불과한 소수지만, 종사자의 2,76퍼센트를 고용하고 있고, 매출액의 15.95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업체수만으로 따지면, 5,000 명 중에 선두 1명이 전체 파이의 약 6분의 1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 4,999명이 남은 84퍼센트를 가지고 아웅다웅하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업체들을 5분위나 10분위로 구분한 세세한 통계가 없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상장업체 11개가 차지하는 비중만으로도 사교육업계는 소수의 막강한 강자와 다수의 군소업체라는 구조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독식구조 뿐 아니라 대형학원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의 부자들과 같은 고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음성적인 고액과외 시장도 사교육계의 강자라 하겠다. 심야 학원영업 제한과 같은 조치가 이러한 음성적인 지하경제를 키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고액과외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치밀한 공모하게 첩보작전을 능가하는 수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부의 단속도, 학파라치도 쉽게 따돌릴 수 있다. 학원이 아니라 오피스텔과 같은 공간을 쉽게 빌릴 수 있는 고액과외 수요자들에게는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경남 김해시 내외동, 대구 수성구 범어4동, 경기도 고양시 일산3동, 대구 수성구 고산1동은 사교육 학원이 150~200여 개씩 몰려있는 그야말로 ‘학원 천지’다. 이렇게 대형학원들이 몰려있는 곳은 정부가 어떤 사교육 대책이나 대학입시 정책을 내놓아도 능수능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와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사교육시장을 키워갈 수 있는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정공법보다 사교육 단속이라는 편법 조치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려고 하면 사교육계의 강자들은 이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드는 재주를 부린다.
3) 사교육의 중소기업 : 군소 지역 학원
교육과학기술부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학파라치’를 동원하여 수업시간, 수강료 기준을 어긴 학원들과 비등록 업체들을 단속하자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하며 반발을 보이고 있는 곳이 중소 학원들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의 경감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으로 중소학원을 때려잡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방과후학교 활성화나 학원교습시간 제한 조치와 같은 정부의 정책을 아예 ‘학원말살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은 대다수 지역 학원은 입시경쟁 사회에서 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충학습인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서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평범한 지역의 보습학원들의 실태를 파고들어가 보자. 서울시에는 예능학원을 제외한 ‘입시검정 및 보충학습’학원만 2004년 4,765개이던 것이 2008년에는 6,525개로, 4년 사이에 1,760개나 늘어났다. 그 사이에 36.9퍼센트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므로 연간 9.2퍼센트씩 증가한 것이다.
해마다 취학 학생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에 따라 수강생 수도 64만 6,243명에서 56만 1,097명으로 약 8만 5,000명이 줄어들어드는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학원 수는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2008년 서울시의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총학생수는 145만 3,072명이므로 2.59명 당 1명꼴로 학원을 다닌다는 얘기가 된다.
늘어난 학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강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않고서는 어려웠을 것이다. 수강료는 최고액이 25만 4,300원에서 23만 6,800원으로 낮아진 반면에 최저액은 5만 4,400원에서 14만 5,656원으로 2.68배나 높아졌다. 전체 수강생은 줄었지만 최저수강료의 상향화를 기초로 학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원들이 수업료를 많이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을까? 위의 통계를 기초로 서울시에 있는 학원의 평균적인 모습을 그려보자. 2008년 서울시에 있는 학원은 수강생 수가 평균 86명이다. 학생 23명당 1명꼴로 강사가 배정되어 있으며, 한 학원에서 고용하고 있는 강사 수는 3.7명, 그 외 직원 수는 0.8명이다.
수입은 매출액에 대한 통계를 구할 수 없어서 최저와 최고의 수강료를 기초로 평균 학생수를 곱하여 계산해 보았다. 최저수강료로 계산할 경우 1,252만 원, 최대수강료로 계산할 경우 2,036만 원이 된다. 그렇다면 월 매출액은 최저수입과 최대수입의 중간값인 1,644만 원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평균 수준의 학원 종사자의 임금은 어떨까? 1,644만 원을 월 매출로 가정할 경우 강사 및 직원수가 평균 4.5명이므로 매출의 50퍼센트를 임금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인당 182.6만 원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대형학원 등을 모두 포함한 평균치이기 때문에 실제 동네 보습학원의 실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이 조차도 노동자 평균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실의 보통 동네 학원에서는 수강생이 50명 만 넘어도 안정권이라고 보고 있으며 매출액이 월 1,000만 원을 넘기는 곳도 드물다고 한다. 강사의 경우 2~3년 경력의 4년제 대졸다도 하루 7시간 수업을 해야지만 월 15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군소학원들이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정부가 오래 전부터 학원비를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데 있다. 대형학원들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추가비용을 받아 수익을 늘리면서도 단속을 피해나가는 반면,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주변의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여의치 않은 군소학원들은 정부의 규제에 꼼짝없이 손발이 묶인다는 것이다.
앞에서 서울시의 수강료 최저수준이 2.68배나 올랐다고 했으나 이를 근거로 학원비 전체가 그만큼 인상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학원비는 중고등학교 납입금 인상률과 유사한 수준에서 인상되어 왔다.
그럼에도 학원비가 대폭 상승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대형학원들이 갖가지 부대비용을 증가시켜 수익을 늘려온 것과 공교육 정책의 변화에 따라 사교육의 과목이나 종류를 늘리게 되면서 개별 가정의 사교육비 총량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크다.
4) 사교육의 개인공급자 : 학습지 교사와 과외종사자
말이 좋아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지 사실상 노동자인 학습지교사와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과외교사는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열악한 공급자이다. 이들은 작은 학원조차도 스스로 창업할 여건이 안 돼 자영업인의 대열에도 끼지 못하는 ‘불안정고용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방문교육학원의 2007년 종사자는 7만 846명으로 집계되어 있으나, 2006년도 교육산업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5대 주요 학습지 회사에만 4만 6,000여 명, 나머지 군소 회사에 5만 4,0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3만 명의 차이는 너무 크기 때문에 입시학원의 성장세와 학습지의 하락세에 따라 다소 감소했을 수도 있지만 서비스 통계가 과소 추계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김영두(2007)가 특수고용직 종사자 실태조사를 통해 학습지교사들의 소득수준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상용직의 55.9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월평균 164만 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학습지는 학습지의 브랜드를 보고 수요자들이 선택하므로 개별 종사자들의 학력이나 학벌은 취업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러므로 흔히 명문학벌(?)이 아니거나, 출산 후 경제활동의 재개하려는 여성들이 많이 진출한 부문이다.
이러한 학습지 교사들의 처지를 악용하여 관리비용을 줄이고 리스크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고용방식이 특수고용형태다.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하여 사용자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회피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많은 지탄을 받아왔다. 학습지교사들은 실제로는 교육기업의 노동자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비정규 노동자 또는 무점포 자영업자로 취급받고 있다.
한편, 과거 대학생들이나 고학력자들이 주변 연고를 통해 알음알음 하던 과외는 옛말이 됐다. 이제는 전문 과외알선업체들의 등장으로 풍속도가 확 달라졌다. ‘과외사이트’란 단어를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면 200개가 넘는 알선업체들이 뜬다. 과외교사의 이력과 과외를 원하는 학생들에 대한 리스트를 동시에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서로 이어주고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수취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예 명문대 출신들 위주로 교사들을 구성해 크게 규모를 키운 곳도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광고료를 주면서 스페셜리스트에 등록시켜 놓은 한 과외사이트는 서울대, 연대, 고대, 이대 등의 소위 명문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과외교사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교사회원만 6,505명이나 되는데, 그 중 서울대, 연대, 고대, 이대 출신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기타대학 출신은 5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 2회 4시간씩 수업할 때 받는 월 과외비는 교사마다 차등이 있지만 보통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에 이른다.
과외교사가 대학생일 경우는 30~45만 원, 대학원생이거나 졸업한 경우에는 40~60만 원 상당을 받고 있다. 드물지만 80~100만 원을 받는 교사도 있다. 명문대 학벌로 건당 50만 원의 과외비를 받는다고 해도 알선 수수료 등을 떼고 월 3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얻으려면 7건의 과외수업은 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 28시간이며, 주 5일로 계산할 경우 하루 5.6시간이다. 통상 학생들의 방과 후인 7시 이후에 과외가 이루어진다고 할 때 근로시간대, 임금수준, 고용의 불안정성 등을 감안하면 결코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이마저도 명문대학이라는 학벌을 가지고 있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과외사이트에 등록해 과외교사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고학력의 인적자원들이 교육서비스 시장의 불안정고용 노동자군을 형성하고 있다. 일일이 계산해보지 못했지만, 과외사이트마다 500명씩 과외교사가 등록되어 있다고 해도 10만 명이 된다. 사이트에 중복 등록한 과외교사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적게 잡았지만 200개가 넘는 과외사이트를 감안하면 10만 명이 과다하게 추정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과외교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과외를 하고 있더라도 맡고 있는 학생수가 적어서 반(半)실업상태일 수 있다.
3. 사교육 산업의 약자만을 희생양으로 삼는 대책
교육서비스업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100만 명에 이르는 종사자가 있는 사교육시장은 경제위기에서 상당한 고용흡수력을 보이고 있다. 2008년도 고등교육(전문대학 이상) 졸업자 38만 7,487명 중에서 5만 4,094명이 교육서비스업으로 진출하였다. 이는 7.2명당 1명꼴인데, 그야말로 고용에 있어서는 효자산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 상황에도 지속적으로 고용이 늘고 있는 산업분야가 교육서비스업이라는 산업동향 통계와도 맞아 떨어진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정규직들이 정리해고를 당하자 자영업으로 대거 진출함으로써 생계를 이어나갔다. 자영업이 고용의 완충지대역할을 담당한 셈이지만 결국 자영업의 과잉상태를 유발했다. 현재 교육서비스 특히 사교육분야가 외환위기 당시의 자영업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영업이 지금의 경제위기에서 직격탄을 맞는 분야가 된 것처럼, 교육서비스업이 언제까지 승승장구 하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아니 이미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이 심화되고 있다.
혹자는 손쉽게 자영업의 과잉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냐고 하는데 출구를 만들어 놓지 않고 구조조정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곧 실업대란을 자초하는 것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끊는 잔인한 행위가 된다. 마찬가지로 공교육의 정상화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바이나 사교육에 대한 직접적인 칼질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교육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있고, 종사자들도 상용직과 비정규직이 있다. 사교육에 대한 규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할 때 힘 있는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학원이나 업체들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새로운 생존대책을 만들어 낸다. 결국은 그 규제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영세한 자영업 형태의 동네 학원들이나 불안정 고용상태의 다수 교육서비스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서열화 된 고등교육, 산업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고등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사교육도 자연스럽게 조정되어야 한다. 물론 어린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시간은 규제를 통해서라도 줄여주어야만 한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개편을 통해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정부가 추진하는 사교육과의 전쟁은 사교육 내의 약자들만을 소탕한 채 백전백패할 것이다.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주제별 이슈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는 '금융구조의 안정성'이다... 재무건전성 한계 드러낸 금융위기 (2) | 2009.07.16 |
---|---|
의료공공화 칼 빼든오바마정부와 의료민영화 고집하는 MB정부 (1) | 2009.07.14 |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필요성 논란... 1천조 원 쏟아붓고도 부족한가? (1) | 2009.07.13 |
[이슈진단] 반신자유주의인가, 반독재인가 (0) | 2009.07.06 |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0) | 2009.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