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위기 이슈5 ③] 자동차 산업의 '먹튀 자본'과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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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 글에서는 쌍용자동차 위기의 교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전편에서 쌍용자동차의 국유화, 정확히는 공적자금 투입을 말미에 잠시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쌍용자동차 위기의 원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전편에 제시된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려고 한다.

현재 한국자동차 산업의 불안정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쌍용자동차이다. 쌍용자동차는 7월 8일 현재 노동조합의 ‘옥쇄파업’이 48일째로 접어들고 있으나 노사와 관계자들 간에 한 치의 의견 접근도 이루지 못한 채, 사태는 더욱 급박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태풍은 일단 지났다고는 하나, GM대우 역시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사실상 파산상태인 GM 미국 본사가 GM대우를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흑자계열사인 GM대우가 GM 본사의 회생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되겠으나 상하이GM을 저가소형차의 전략적 수출기지로 육성할 방침이 명확한 이상 장기적으로 GM대우의 축소는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동차 산업의 양대 기업이 불안정해진다면 고용대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쌍용자동차에 연관된 하청기업들의 고용만 합쳐도 20만 명에 달하고 있고, 대우자동차는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의 고용대란이 어느 정도로 자동차산업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갈 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일차적으로 부품업체의 경영악화가 다른 완성차 업체의 부품조달 체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소비시장에 영향을 줘 재차 소비자와 하청업체의 부담을 늘어나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산업 재편기라는 기나긴 터널의 초입에 들어 선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자동차와 GM대우의 위기가 점점 더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로 축소되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현재의 위기가 쌍용자동차와 GM대우가 영업을 잘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지 않은가? 위기의 씨앗은 외국 자본의 유입과 국책은행-산업은행의 책임회피로부터 잉태되었다.

쌍용차 위기의 본질, ‘먹튀 자본’

‘먹튀 자본’이라는 말이 있다. 이익만 잔뜩 거두고(먹고)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도망가는(튀기) 자본을 비하하는 말이다. 이 말은 지금까지 ‘투기자본’이라는 용어와 동일시되어 왔다. 투기자본은 주로는 금융을 매개로 실물가치 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수익을 올린다.

“쌍용차 매각은 론스타 사태(외환위기 직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말함-필자 주)와 비슷하다. 정부관료 주도로 투기자본에 매각됐다. 자본의 유형은 다르지만 인수사가 기업의 부실만 키우고 기업의 핵심을 빼간 것이다. 매각주도사(삼일회계법인, 김&장 법률사무소-필자 주)도 론스타와 같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인터뷰, <참세상> 2009.6.29)

말 그대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상하이자동차의 행태는 투기자본과 유사하다. 기존의 투기자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세 차익을 노린 금융자본이 아니라 기술 이전을 노린 산업자본이라는 것 뿐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쌍용자동차는 매각 이듬해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내었고, 2007년에는 매각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흑자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매각 이전의 수준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상하이자동차로의 기술 유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먼저, 경영권이 공식 인수된 2005년에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와 합작으로 중국에 엔진공장 설립을 추진하였으며, 같은 해 연구원들이 대거 도면을 지참하고 중국 출장에 나선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기술유출에 반대하던 한국측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2006년에 들어서자 헐값 기술계약의 논란이 벌어졌다. 쌍용자동차 ‘카이런’을 생산하는 이른바 “L-프로젝트 라이센스 계약”이 불과 240억 원에 상하이자동차와 맺어진 것이다. 신차 기술 개발 비용이 약 3,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10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기술은 디젤하이브리드 엔진 기술로써 정부가 차세대 핵심기술로 선정해서 기술 개발을 지원해왔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쌍용자동차의 신차종 개발은 사실상 전면 중단되었다.

실패의 전철을 따라 가는 산업은행

쌍용자동차의 위기는 지난 2004년 상하이자동차로의 매각에서 시작되었다.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자동차는 자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RV(recreational vehicle)와 SUV(sports utility vehicle) 차종에 있어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쌍용자동차의 매수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 자본이 쌍용자동차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상하이자동차에 앞서 란싱그룹이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였다는 사실로부터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한편, 지금도 그러하지만 2004년 당시에도 한국의 채권은행들은 쌍용자동차의 기술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산업은행과 조흥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상하이자동차가 기술 유출을 위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은 48.92퍼센트 지분율에 5,909억 원이라는 가격으로 매각을 결정하였다. 더구나 매각 대금 중에 3,900억 원은 스스로 빌려준 것이었다.

정부는 3,900억 원의 매각차입금이 상하이자동차가 주요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2006년에 상하이차가 매각차입금을 완전히 상환함으로써 상하이자동차와 채권단 사이의 특별약정은 해제되고 말았다. 상환된 매각차입금 중에 2,700억 원은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에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대출해 준 금액이었다. 최대 채권은행 산업은행이라는 최대 주주가 기술을 유출할 수 있도록 용인한 것과 다름없다. 이와 같은 산업은행의 행태 때문에 당시 산업은행 총재는 노동조합 등에 의해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2009년 오늘, 쌍용자동차의 운명이 점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매각 당시처럼 산업적 전략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지 않다. 중국의 자본인 상하이자동차가, 아니 상하이자동차의 최대 주주가 중국 정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중국정부가 한국의 자동차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산업 전략의 차원에서 접근한 점과 대비된다.

지난 6월 11일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의 독자생존이 바람직하지만,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기간산업을 외국자본에 매각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지금 목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예전의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2009년 오늘, 쌍용자동차의 교훈

산업은행은 한 발짝 물러서서 법정관리 상태의 쌍용자동차를 지켜보면서 불개입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쌍용차와 GM대우를 묶는 방안을 흘리고 있다. 주로 ‘일부’, ‘전문가’라는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이 방안의 핵심은 쌍용-GM대우-르노삼성까지를 묶어 현대기아차와 함께 ‘자동차 2강(强)’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자동차 2강론’은 이들 3개 회사가 현재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때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개입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의 이해관계자들이 그토록 요구하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자동차 2강론을 흘리는 이유는 명백하다. 노동자와 하청기업의 고통은 외면하고 향후 도래할 지도 모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재편기에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쌍용자동차가 국민경제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첫째, 무책임한 외국 자본과의 종속 관계를 청산하고, 둘째, 산업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셋째, 하청기업과 국민소비자의 이해도 포괄하는 것이 그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쌍용자동차 문제를 원만하고 조속히 해결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이에 새사연은 다음 세가지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첫째,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출자 전환 방식을 통해서 무책임한 외국인 대주주의 지분을 회수하며, 둘째, 디젤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보존하면서 향후 세계 자동차산업의 재편 특히 중국 소형차 산업의 성장에 대비하고, 셋째, 고용을 유지하고 생산 및 판매의 산업적 연관관계가 해체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이다.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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