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사연 회원이자 민주노동당 홍희덕의원 정책보좌관인 조성주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새사연은 앞으로 대안적 성격이 강한 외부 기고의 경우는 내부 검토를 거쳐 <이슈종합>에 함께 게재할 방침입니다. 독자들의 많은 참여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세상이 변했습니다, 청년도 변했습니다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한 청년층의 노동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우리는 도대체 대한민국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가 싸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맞닥뜨리게 됩니다. 많은 활동가들은 습관처럼 학생운동을 거론하거나 기존 노동운동이나 시민단체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당사자들의 문제는 당사자들이 해결하려 하는 속에서 운동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청년운동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현재 한국사회의 발전정도,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층의 상황을 보았을 때, 학생회, 청년회와 같은 조직으로는 청년층을 묶어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는 고민이 듭니다.

고민해보면 한국 자본주의가 과거 80년대와는 매우 다른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청년층, 또는 대학생들을 둘러싼 문제와 상황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대학생운동이 보여준 사회여론 주도층, 인텔리적 성격은 이제 자본주의 발달정도에 따라 예비노동자적 성격으로 변했습니다.

청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청년운동이 학생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자본주의에서 생존해나가야 하는 노동자운동으로 그 성격이 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청년층(20, 30대)의 문제가 사실상 한국 자본주의의 노동시장 문제를 중심으로 한 생존권의 문제로 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제는 한국 20, 30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 문제들도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와 동일선상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학생운동의 경우는 등록금, 청년실업의 문제에 주력해서 세대를 묶어나가는 운동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기존에는 학생운동의 이러한 방향전환이 ‘조합주의’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변화된 조건 때문에 ‘조합주의’로 가야하며 이것이 기존 학생운동의 엘리트의식(과도한 ‘전위의식’ 따위), 급진맹동주의 등을 극복하고 더 대중적이며 오히려 더 선도적인 운동으로 전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과거의 지사적 성격을 띠는 인텔리적 운동에서 더 대중적인 예비노동자 대중운동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청년운동은 어떻게 될까요? 기존 청년운동의 사상, 조직노선에 대해 필자가 과문한 편이지만 사실상 학생운동의 연장선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학생운동의 노선전환과 마찬가지 맥락에서 고민한다면 청년운동이야 말로 사실상 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입니다. 대학생운동이 예비노동자의 성격을 가지는 운동으로 전환한다면 청년운동은 말 그대로 청년노동자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렇다면 조직노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나서게 됩니다. 학생운동은 학생회라는 대중조직 노선이 있기 때문에 학생회 성격에 대한 부분만 해명이 된다면 조직노선의 방향에서 어려움이 나서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청년회는 그 조직노선과 운동방식에서 분명히 다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필요한 것입니다. 새롭게 변한 한국 자본주의 내에서 자본주의적 모순이 청년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모순이라면 여기에 저항하는 공동체, 조직노선은 ‘노동조합’이 되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겠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노동조합이란 것에 대해서 고정된 모델, 편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예를 들면, 한 사업장을 상정하고 거기서 극심한 노동탄압과 노동권 불인정에 저항하면서 조직되는 노동조합, 그리고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중심으로 투쟁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노동조합입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모델은 기업별 노동조합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 여성노조와 같은 계층노조도 있습니다. 산별노동조합의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노동조합에서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체불임금 문제해결만을 하지는 않습니다. 해당 조합원들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주로 대정부 투쟁, 서비스 제공 등을 하는 노동조합들도 있습니다.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은 후자의 경우가 되어야 합니다. 즉 청년운동조직이자 청년노동조합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일본의 ‘수도권청년유니온’입니다. 파견, 아르바이트, 정규직, 기간제 등 다양한 노동조건에 있는 일본청년들을 조직하는 노동조합입니다. 주로 노동상담, 구직상담 등을 중심으로 일본정부를 상대로 대정부투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청년유니온이 조직된다면 이보다 더 광범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규정해봅시다. 노동조합이란 “해당 조합원들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지위와 역할을 높이는 조직”입니다.

청년유니온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합니다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은 바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지위와 역할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상당수의 청년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취업을 하지 못해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면 구직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를 대상으로 청년고용할당제를 요구하는 투쟁을 할 수 도 있습니다.

문화적 지위를 높이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청년세대의 현실을 잘 다룬 영화를 홍보할 수도 있고 그런 영화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진보개혁적인 청년문화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노동조합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는 청년들에 대한 교육사업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지위를 높이는 것은 정치세력화의 문제(20, 30대 정치대표의 의회진출)일수도 있으며 선거에서의 개입력을 높이는 것(투표율 올리기 등)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이 청년유니온, 청년노동조합이 전개하는 활동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등에 맞서 싸우는 활동은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이 안 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노동조합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당해고, 체불임금을 받아주는 일은 원래 노무사가 주로 담당하며 노동조합이 할 경우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청년들이 노무사에게 서비스 요금을 낼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조건을 고려해 청년노조가 친노동적 노무사나 인권 변호사를 조합원 혹은 법률 자문위원으로 가입시켜 전문적인 노동법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구직상담 등과 같은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유럽의 노동조합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대학생운동과 기존 노동운동의 가교역할을 해야 합니다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은 기존 노동운동이 청년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예비노동자적 성격을 띠게 된 대학생운동과 기존 노동운동의 가교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존 노동운동은 첫 번째로 정규직 부문에서 신입직원 채용비중이 극히 낮기 때문에 청년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기존 노동운동이 새로운 청년세대의 요구에 맞는 운동방식을 창출하지 못함으로써 정서적으로도 청년들의 노동조합 참여 유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기존 노동조합은 정규직 중심이고 실제 청년 취업자들은 주로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에 몰려있어 청년 취업자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한다면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은 기존 노동운동의 발전과 성장에도 관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더 나아가서는 현재 정체되어 있는 노동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청년운동은 새로운 노동운동입니다

지금까지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이라는 생소하고 조금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조직을 소개했습니다. 기존의 운동에서는 청년운동,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 등 각 운동의 영역과 역할들을 나누는 것이 유효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각 운동의 영역과 역할들은 점점 복잡하게 섞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변화된 시대에는 새로운 주체들이 새로운 운동을 개척해나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은 변화된 시대의 청년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청년운동이자 새로운 노동운동입니다.

조성주/민주노동당 홍희덕의원 정책보좌관, 새사연 회원

※ 참고사례 : 일본 수도권청년유니온(노동조합)

- 일본의 경우, 2001년 수도권청년노동조합이 건설됨. 전문용어로는 이러한 유형의 노동조합을 커뮤니티 유니온이라고 함. 한국에서는 지역일반노조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음
- 현재 조합원의 숫자는 400여 명이지만, 조합원의 숫자이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 이는 일본 노사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음 - 일본은 2003년 파견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파견인구가 급격히 증가함. 2008년 현재 300만 명이 넘는 파견노동자가 있는데 이중에 65%이상이 바로 35세 미만 청년층임
- 일본의 청년실업 문제는 2000년대 이후 파견노동자 문제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음
- 그러나 작년 아키하바라에서 28살 파견노동자가 해고실업에 따른 분노로 7명을 살해하고, 유명한 “히비야 파견촌 투쟁”을 거치면서 일본의 청년노동자들을 위해 파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양돼 전 사회와 정치권이 나서게 됨
<일본 수도권청년유니온 사이트 주소> http://www.seinen-u.org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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