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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얼' 한국경제] 사교육비 증가가 경제회복 발목 잡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와 24일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잇따라 열어 사교육비 경감과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고 한다.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교과부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느냐"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선 캠프 때 ‘사교육비 절반, 공교육 만족 2배’라는 구호를 들긴 했으나 지금까지 진행해 온 교육정책을 보았을 때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 움직임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오린지’ 열풍을 몰고 왔던 영어몰입교육이며 국제중과 자사고 설립, 전국단위 일제고사 실시 등의 정책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질책받은 교과부 장관님은 무척 억울했을 듯 하다.

늘어가는 사교육비, 성장하는 교육산업

어찌됐든 정부가 현 정국에서 교육개혁을 들고 나오는 모습은 우리사회에서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 문제가 차지하는 심각성을 방증한다. 언제가부터 서민경제, 민생경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문으로 교육비가 대두되고 있다. 국민경제 전체 차원에서도 교육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에서 교육서비스업이 차지하는 규모는 6.4퍼센트이며, 55조 5,544억 원에 이른다. 2000년 27조 5,000억 원이었던 것이 7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가계가 51.6퍼센트, 정부가 43.4퍼센트를 부담하고 있다. 정부가 80퍼센트 정도를 부담하고 있는 유럽과 비교해봤을 때 가계의 부담률이 높으며, 사교육의 비중이 높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고용에 있어서도 교육서비스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2005년 기준 교육서비스업 종사자는 156만 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9퍼센트였다. 증가세도 두드러져서 전체 취업자 증가율이 매년 1퍼센트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서비스업 종사자는 2퍼센트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약 100만 명 이상이 공교육 이외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교육산업의 현황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보고서 ‘[한국 교육산업 대해부①] 한국 교육산업의 현주소’를 참고하기 바란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사교육비는 늘어나

이처럼 경기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니 좋아해야 할까? 일자리가 부족한 마당에 교육산업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좋아해야 할까?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느끼듯이 우리나라의 교육산업은 비정상적이고 과도하게 팽창되어 있다. 때문에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사교육비 증가는 가계 소비 감소의 최대 걸림돌이며, 나아가 소비 회복을 통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계청의 ‘2009년 1/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7만 6,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8퍼센트 감소했고, 지출은 213만 8,000원으로 3.5퍼센트 감소했다. 소득보다 지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어려워진 살림살이만큼 가계가 허리띠를 졸래 매고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비는 전년동기대비 3.9퍼센트가 증가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교육비 지출은 늘어났고, 이를 감당하려고 가계는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소득별 사교육비 지출 양극화는 구매력 약화 초래

소득별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심해지는데, 이는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소비 감소, 구매력 약화 현황을 강화시킨다. 통계청이 전국 가구의 사교육비를 소득계층 5분위별로 파악한 결과 지난해 상위가구인 5분위는 월평균 32만 1,253원을 사교육비용으로 지출했고, 하위가구인 1분위는 4만 6,240원을 지출하여 그 차이가 6.9배에 이른다. 소득 최하위 계층은 교육비 지출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는 소득 감소를 견딜 수 없어서 교육비 지출을 포기한 것으로 구매력이 극도로 떨어졌다는 증거이다.

소득 중위 계층은 교육비 지출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는 계층이다. 그런데 교육서비스업은 다른 산업으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한 부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우리 아이 학원비로 지출한 돈은 학원 선생님의 소득으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라, 한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연관된 다른 제조업을 추동하여 성장하는 것과 같은 파급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전체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적은 교육 분야에 과도하게 지출이 집중된다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진다.

같은 교육산업 종사자 내부의 일자리 양극화 심화

소득 최상위 계층의 경우 가계 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지출액 자체는 가장 크게 증가하면서 최고급 교육서비스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교육산업은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는 최상위 계층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교육서비스업 내부의 일자리 양극화라는 새로운 문제가 심화된다.

노동부의 ‘사업체 임금 근로시간 조사’에 의하면 2006년 기준 교육서비스업 분야의 공공부문 일자리 중 21.3퍼센트가 비정규직으로, 그 규모는 11만 2,393명에 달했다. 또한 다른 어떤 산업보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월평균 급여 차이가 크다. 상용직 월평균 급여는 318만 2,000원인데 반해 임시일용직은 71만 6,000원에 불과하다. 자그마치 4.4배의 차이가 난다. 인기강사와 학습지 교사의 임금 차이를 생각한다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고급 교육산업의 수요자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종사자들 사이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 양극화가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이것이 교육서비스업 내부의 일자리 양극화와 결합되면서 다시 소득 격차를 벌리는 상황이다. 교육서비스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 교육은 가계 경제와 국민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큰 ‘산업’이 되었다. 향후 교육 분야에서 진보적 대안을 만들 때, 산업으로서의 교육이 차지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책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연 soo@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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