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 5. 27. 13:25
‘사회서비스 바우처 관리법(안)’의 문제점 및 대안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이 글은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의 연구용역으로 새사연 황상윤 객원연구원과 정치사회연구센터가 수행한 ‘현행 바우처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연구’를 토대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바우처 관리법’(안)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작성하였습니다.<편집자주>

* 바우처(voucher) : 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교육, 주택, 의료 따위의 복지 서비스 구매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비용을 보조해 주기 위하여 지불을 보증하여 내놓은 전표

1. 이명박 정부는 유전공학 대가인가, 어설픈 농부인가?

제나라의 재상 안영이 초나라의 영왕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 강의 남쪽에다 심으면 귤이 되지만, 그것을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어 버립니다. 서로 잎사귀만 비슷할 뿐 그 열매의 맛은 같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한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물과 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면서 위와 같은 귤과 탱자에 얽힌 고사를 인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관련 글이 꽤나 나온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이런 비유가 들어맞을 것 같다.

정부는 사회복지 분야에 ‘사회서비스’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마치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듯 생색을 내고 있다. 또한 바우처 방식을 복지 전달 방식의 으뜸인양 내세우며 이용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복지예산으로는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구조도 변변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서비스’란 말잔치가 무슨 소용인가. 게다가 정부가 과연 바우처 방식이 앞으로 귤이 될지, 탱자가 될지 제대로 검토나 해 봤는지 궁금하다.

바우처 제도는 시장기제를 활용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전형적인 시장화 제도이다. 시장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의미를 가지려면 공급자가 다수 존재하여 가격과 서비스 질에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소비자가 충분한 구매력이 있어야 공급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치 사교육처럼 공급과 수요가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에 바우처가 시장기제로서 제대로 작동할까? 그러려면 정부가 취약한 구매력을 대신할 재정을 충분히 투입해야 하며, 공급자들에게 시장가격에 준하는 이용료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시장기제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서 정부가 많이 개입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거나 개입의 수준이 낮으면 수요량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공급자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종사자의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하거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유인이 된다. 반대의 경우도 발생하는데 서비스 이용료가 시장가격보다 낮게 형성되어 공급자가 적정규모로 형성되지 않게 된다. 이럴 경우 이용자는 선택권은 고사하고 그나마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된다. 정부가 바우처를 귤이라고 생각하고 심었는데 탱자가 열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의 복지에 대한 공공투자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탱자가 아니라 귤이 나게 하려면 비닐하우스를 설치해야 한다. 비닐하우스도 설치하지 않고 귤이 난다고 주장하려면 뛰어난 유전공학 기술 등 다른 노하우가 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바우처 관리법을 입법하려는 정부의 입장에 반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바우처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하고, 고통받고 있는 이용자와 종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선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야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큰 틀의 대안은 차치하고 부분적인 개선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이용 당사자들의 권리와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 본다는 의의는 충분히 있다.

2. ‘바우처 우선 활용’이 아니라 표준화를 통해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2009년 1월 15일 ‘사회서비스바우처 관리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 법안의 제1장 총칙의 제5조는 다음과 같다.

제5조(사회서비스 제공의 기본 원칙)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등은 국민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사회서비스바우처를 우선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국민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의 효율성 제고가 바우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예 ‘진리’처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그 주장은 아주 부분적으로만 타당하다. 정부가 예산을 줄이기 위해 바우처를 활용한다면 이는 달성할 수도 있다. 복지의 발전이 아니라 예산의 절감에 초점을 맞추어 행정력을 풀가동하면 예산을 줄이는 것이 뭐가 어려우랴.

사회서비스는 사람이 사람을 향해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서비스일수록 표준화하기 어렵다. 서비스 만족도는 이용자의 처지와 주관적 선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률적인 가격(이용료)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형태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 활동보조인에게 장애인이 동거하지 않는 가족의 김장을 담가 달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그러므로 바우처는 가급적 표준화된 형태의 서비스에 한정해서 도입해야 하고, 표준화가 어려운 서비스의 경우 제공기관에 대한 별도의 지원을 통해 제공되어야 한다. ‘바우처의 우선 활용’은 자칫 ‘바우처 일변도’로 흐를 수 있다. 정부 부처들은 예산을 바우처 형식으로만 지출하려 하고, 제공기관들도 ‘돈’이 되는 서비스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안은 ‘바우처 우선 활용’이 아니라 ‘바우처 적용을 위한 표준화 심의제도’의 도입이다. 바우처 제도로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안할 수 있는 열린 통로를 만들고 어떤 절차와 과정을 통해 확정해야 하는지를 명시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바우처 남용을 막고 다른 한편으로는 바우처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필자는 사회서비스관리센터가 보건복지가족부의 바우처 행정업무를 대행하는 기관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바우처 서비스 도입을 위한 표준화 과정을 관장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용자, 제공기관, 지자체, 중앙정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안하고, 사회서비스관리센터에 이를 조사, 연구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선별하는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관리센터가 추천한 서비스를 바우처로 확정하는 것은 보건복지가족부가 부처 예산에 근거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결정권을 가진 국회나 지방자치의회가 사회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바우처 도입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3.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공기관 선택을 넘어 이용시간 선택까지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4대 바우처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노인돌보미서비스, 산모ㆍ신생아도우미서비스, 가사ㆍ간병서비스 등 주로 ‘전자바우처’를 말한다. 제공기관 893개, 이용자는 5만 8,7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서비스 필요도에 따라 등급을 정하여 서비스 이용시간의 상한을 정해놓고 있으며,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금도 차이를 두고 있다.

등급에 따른 시간제한 제도는 과다 이용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예산의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합리적 이유로 서비스의 추가이용을 원하는 이용자의 요구조차 외면하는 것은 문제다. 본인부담금 또한 비슷한 이유로 도입되었으나 오히려 정부가 예산을 이유로 본인부담금을 인상함으로써 기성의 사회서비스 수요조차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한 것이 단지 예산 절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와 서비스 질 향상, 사회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이용시간과 본인부담금 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등급과 소득에 따라 시간과 본인부담금을 통제하는 방식은 매우 경직된 방식으로 장시간의 서비스가 필요한 이용자의 수요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므로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는 경우 외에는 지금 예산 규모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이면서도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다 넓힐 수 있는 ‘소득과 서비스 필요 등급에 따른 본인부담금 차등할인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아래 표는 현재의 이용시간과 본인부담금을 소득과 등급에 따라 할인율로 바꾸어본 것이다. 환산된 할인율을 적용할 경우 개별 이용자가 이용시간을 바꾸지 않으면 정부의 예산은 변동이 없다. 물론 이용자가 기존보다 많거나 적은 시간을 이용한다면 예산도 증가하거나 줄어든다.

여기서 곱씹어 볼 점은 이용시간의 증가에 따른 예산 증가가 바우처 종사자들의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시간당 단가가 낮지 않다고 하고 제공기관이나 종사자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 상반된 주장의 절충점이 될 수 있다.

요금제도의 개편에 따르는 보완적인 조치가 있는데 그 하나는 본인부담금 상한제다. 현재는 본인부담금이 서비스 비용의 최고 12%(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 : 최저생계비 120% 초과, 4등급)인데 이를 최고 10% 수준으로 제한하여 임의적인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다. 본인부담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될 경우 바우처 제도의 공공성은 무너지고 본인부담금 납부능력에 따라 이용의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보완적 조치는 특정 소수의 과다한 사용을 막기 위한 장치로 ‘장시간 이용자 본인부담금 누진제’를 고려할 수 있다. 본인부담금을 추가로 납부하고도 이용시간을 늘리려는 이용자의 경우, 일정 기준 이상의 이용시간에 대해 본인부담금의 상한을 20% 수준까지 확대하는 식이다. 이러한 요금제와 보완조치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안이다.

4. 종사자와 제공기관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되어야 한다

바우처 제도는 정부가 제공해야할 사회서비스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것이다. 시장논리로 보면 정부가 제공기관과 원하청 관계에 있으며, 바우처 서비스 이용료에는 종사자 임금과 제공기관 운영비가 포함되어 있고, 정부와 종사자는 내용적으로 노사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우처 제도 자체가 정부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것이므로 그 비용의 현실화와 관련된 내용도 ‘관리법(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바우처 종사자도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이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노동조건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의 행정 지침은 ‘근로기준법’과 충돌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제공기관이 비영리 민간단체인 점과 서비스의 사회적 성격을 감안하여 정부가 우선적 책임을 지고, 제공기관이 2차적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 종사자들의 평균노동시간은 ‘주 20시간’인데, 이를 ‘주 40시간’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앞서 얘기한 요금체계 개편을 통해서 이용시간을 확대하고 더불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해 이용시간과 이용자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도 소수이기는 하나 ‘주 40시간 노동’을 유지하는 제공기관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제공기관의 노동시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정부의 컨설팅 및 경영 지원이 요구된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조치는 시간당 단가 인상이다. 현재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 시간당 단가가 8,000원이다. 마포장애인자립센터에 근무하는 31명의 종사자 월평균 노동시간은 80시간(주 평균 20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중에서 최장시간 노동하는 종사자는 월 300시간(주 75시간)을 일하고 있다. 주 40시간 노동(하루 8시간, 주5일 노동)의 두 배에 육박하는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150만 원 수준이다.
주 40시간 노동으로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인 170만 원 수준에 도달하려면, 제공기관 수수료 25%을 포함하여 시간별 단가가 11,000원(정부 지원금 10,000원, 본인부담금 1,000원)정도는 되어야 한다. 덧붙이자면 농촌 지역 등 원거리 이동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에 대해서도 이를 모두 서비스 시간과 비용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시간당 단가의 인상과 효율적인 노동시간 관리로 안정된 노동소득이 보장되는 경우, 제공기관은 월급제 도입이나 정규직 전환을 통해 종사자의 고용을 보다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정규직으로 고용 전환할 경우, 정부는 4대 보험료 지원 등 실질적인 사용자의 책임을 맡는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고용안정화를 유도해야 한다.

5. 전자관리 전문기관으로 우체국을 활용하여야 한다

바우처의 행정비용을 줄이고 이용자와 제공기관의 결탁에 따른 부정이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 전자바우처이다.

올해 9월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보육전자바우처의 경우 신한카드를 통한 신용카드 결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도입으로 한 어린이집 당 월평균 3만 7,000원의 수수료(업계 최저 수수료율 적용 시)가 발생하는데, 그 중 1/3에 해당하는 1만 3,000원을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보전해 줄 계획이라고 한다.

그나마 단말기 구입비용과 유지보수비를 신한카드사가 부담하지만 그래도 어린이집은 없는 수수료 부담이 생기게 됐다. 부모들의 경우는 더 번거로워 졌는데, 결제일에 맞추어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카드단말기에 직접 결제해야 하고, 신한카드사로부터 새롭게 i-사랑카드라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카드사용을 꺼리는 사람도 억지로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본인부담금도 매월 카드계좌에 추가로 입금해야 정부 지원비와 함께 보육료가 결제 된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신용등급의 학부모는 체크카드를 발급해준다고 하지만 낙인효과가 우려된다.

새롭게 도입되는 보육바우처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것이다. 이미 실행되고 있는 장애인 전자바우처의 경우는 카드결제수수료율이 1.35%이다(업계 최저 수수료율이 적용되면 보육바우처는 0.9%정도일 것으로 추정). 이 수수료를 제공기관이 전부 부담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마포장애인자립센터의 경우 3,000시간 정도의 서비스를 할 경우 32만 4,000원이나 된다. 게다가 카드단말기 월사용료로 대당 1만 940원을 통신사업자에게 지불하고 있다.

전자바우처를 통해 정부가 행정비용을 얼마나 줄이는 지는 발표된 정확한 수치가 없어 알 수 없으나 제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2008년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제공기관은 카드 수수료로만 매월 총 1억1,600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용자 수 × 월평균 이용시간 × 이용단가 × 수수료율 =
19,177명 × 56시간 × 8,000원 × 0.0135 = 115,982,496원

현재 시행되고 있는 4대 전자바우처가 9가지로 확대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고, 사회복지의 다른 급여도 전자화되는 것은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자화에 따른 관리업무를 전문기관에 맡긴다고 하면서 기존 4대 바우처는 국민은행, 새로운 보육바우처는 신한카드, 또 다른 바우처는 어떤 기업에게 맡길 지 알 수 없다.

전자화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사실 여러 사람의 문제제기에도 속 시원한 정부의 답변은 없었다.

첫째, 결제수수료처럼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부대비용이 절감되는 행정비용보다 더 적은가?
둘째, 부대비용을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영세한 민간사업자나 비영리기관인 서비스 제공기관에게 떠넘기는 것은 타당한가?
셋째, 전자결제는 개인정보의 집적이 불가피한데, 사기업에게 이러한 정보의 관리를 일임하는 것은 안전한가?
넷째, 서비스 종류의 증가에 따라 한 사람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용자가 하나의 카드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고 사회서비스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하나의 전자관리 기관을 두어야 하지 않는가?
다섯째, 보육바우처에 도입되는 신용카드 제도는 해당 부모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인데, 부모들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신용카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정부는 지식경제부 산하에 전자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우체국(우정사업본부)을 가지고 있다. 우편과 서민금융을 맡아온 우체국은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뛰어난 중앙행정기관이다. 우체국이 보건복지가족부와 사회서비스와 관련한 통합된 전자시스템을 갖춘다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전자관리업무를 정부 내의 협조로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둘째, 통합된 정보관리와 안전한 개인정보보호가 가능하다.
셋째, 사기업으로의 위탁에 따른 기업의 이윤을 포함한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에서도 사람마다의 맞춤형 사회서비스를 지향하고 있고, 별도의 전자관리 전문기관을 설립할 수 없으며 매 서비스마다 사기업에 위탁하거나 한 기업에 몰아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 우체국보다 좋은 기관은 없다. 정부 기관 내에서는 업무의 위임이 가능하도록 법이 마련돼 있으며, 굳이 신용카드 시스템이 아니라도 금융시스템과 연계한 결제방식도 존재한다. 카드와 같은 결제기능이 필요하다면 우체국이 일반 신용카드업을 영위하지 않고 사회서비스와 관련해서 체크카드만을 발급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허가하면 되는 일이다.

6. 이용자의 평가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법안에 대한 대안을 얘기하면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용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가 얘기하는 ‘이용자 선택권’은 사실 소극적 소비자 권리에 불과하다. 이용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정부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권한은 소수의 제공기관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에 불과하다.

사회서비스 확대는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고 소외계층이 지역사회 공동체의 적극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목적인 바 이용자의 권리는 광의적 의미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바우처에서 제기되는 민원조차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개선에 반영할 수 있는 환류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정부는 고작 제공기관을 통한 고객만족도 평가와 이의 온라인 공개 정도를 대책으로 내놓고 있으며 이것도 얼마 후에나 가능할 지 정부조차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제공기관(사회서비스 사업자)이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서비스의 내용과 고객만족도 평가에 머문다면, 현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보다 나을 것이 없다.

자발적인 이용자 조직이 결성됨으로써 서비스의 평가와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현재 이용자 조직은 장애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활성화를 논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용자들을 조직할 경우 관변적 성격을 띠게 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자율적인 조직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과정 중심의 지원이 적절하다. 게다가 이용자는 장애인, 여성, 산모, 아동, 노인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집단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 방식으로 강제하는 것도 곤란하다.

그렇다면 이용자들이 스스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을 열어두고 원하는 경우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평가과정을 스스로 조직함으로써 상설적인 이용자 조직을 결성할 수도 있으며 소극적 이용자가 아닌 사회서비스의 일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평가사업 제도의 구체적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지자체별로 연 1회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한 종류의 서비스 당 하나의 평가사업 공모를 실시한다.

정부 또는 지방정부는 필수평가매뉴얼을 작성하여 제시하고, 보고서 작성을 위한 전문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며, 일정한 규모의 평가사업 소요 경비를 부담함으로써 평가사업을 지원한다.

이용자들은 일정한 수의 평가사업 참여단을 조직하여 평가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공모에 참여한다. 공모에서 선정된 평가단은 평가계획서에 따라 평가를 수행하고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와 제공기관은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 협조할 의무가 있다.

최종 제출된 보고서는 사회서비스관리센터의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관련 정부기관과 제공기관은 이에 따른 개선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동일한 사이트에 공개한다.
 
원활한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단이 이용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의 연락처 정도는 제공되어야 한다. 이용자들도 본인의 연락처 공개 허용 여부를 서비스 신청 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를 명분으로 정부나 제공기관이 평가사업에 비협조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