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경제에 대한 관심은 온국민적인 것이 되었다. 경제뉴스와 정보가 넘쳐나고, 미네르바를 필두로 포털사이트에 등장하는 수많은 경방(경제 토론방) 고수들이 존재할 정도로 바야흐로 온국민이 경제를 공부하여 경제 전문가가 되는 시대가 왔다. 가장 좋은 군주란 백성들이 군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살아가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노자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지금의 경제에 대한 온국민적 관심은 역설적이게도 어려운 경제와 힘든 삶의 반증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금융위기, 미국식 시장경제의 붕괴

우리 역시 지난 6개월 동안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를 통해 요동치며 변화하는 세계경제와 위기 속에서 안전하지 못한 한국경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점부터 짚어보았다. 무분별한 대출이 파생상품이라는 금융폭탄으로 변했고, 이를 헤지펀드들이 전세계로 확산시키면서 위험의 세계화가 일어났다. 적절한 규제를 벗어난 금융은 위험한 도박판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의 경제위기가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온 경제체제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면서 신자유주의 경제, 미국식 시장경제, 달러 기축통화 체제 등이 흔들리는 모습도 살펴보았다. 올해 2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과 4월에 열린 G20정상회담은 (말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보호무역과 금융규제가 세계적 추세이며,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식 경제에 대한 국제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국제사회의 역학변화가 확실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위기 속에서 돌아보는 한국경제의 문제

한국경제로 눈을 돌려서는 세계경제의 침체로 비상등이 켜진 우리의 수출 상황을 짚어보았다.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수출보다는 내수 소비에서 더 크다는 사실과 실제 수출로 얻은 이득은 몇몇 대기업에게만 돌아갈 뿐 국민경제에 골고루 전파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회의 필요한 곳에 자금을 유통시켜야 할 은행이 무리한 수익 추구로 인해 오히려 자금 유동성의 방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외부에서 불어닥친 위기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인이었다. 중소기업은 원자재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가를 인하하는 대기업의 횡포와 KIKO 피해, 고금리 등의 3중고를 겪고 있었다. 자영업인 역시 원자재가 상승과 그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국내소비 위축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으며 은행으로부터 자금 대출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었다. 내수의 두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인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정부가 신경써야 할 문제라는 것을 짚어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서 살펴보았던 것은 고용 문제였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실업률 통계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실제 실업을 반영하지 못했다. 향후 고용문제가 더욱 심해지고, 장기화될 것이라 전망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사회의 유일한 고용 안전망인 고용보험을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인, 청년실업자 등까지 포함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로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역사에 남을 지난 6개월 간의 금융위기를 돌아보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는 사실이다.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에 대한 환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결과가 지금의 경제위기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헝가리의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시장에 의해 통제되는 경제는 우리시대 이전에는 없었으며, 역사 속에서 시장은 부수적 존재에 불과했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사회조직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굳이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아도, 우리는 시장의 불완전성을 눈 앞에서 똑똑히 보았다. 위기가 터진 모든 곳에서 조정과 중재, 규제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우리 앞에 닥쳐올 고용대란, 중소기업과 자영업인의 부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시장경제가 강조했던 성장, 이윤, 수익 등의 가치가 결국은 위기를 불러오고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하지만 각종 금융규제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부자감세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우리 정부는 아직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경제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을 뽑았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어떤 방식의’ 경제 살리기인가를 유심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