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양자 양산하는 학자금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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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추경’이라 불리는 28조 9,000억 원의 추경예산 중 교과부의 추경예산은 1조 4,310억 원이다. 교육계는 교과부 추경예산안이 정부 추경예산안의 약 4.95퍼센트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교과부의 추경예산안에 따르면 고등교육부문에 지원되는 예산은 4,449억 원이다. 구체적으로는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기금 지원에 667억 원, 한국장학재단 채권발행에 1,300억 원, 근로장학금 지원에 105억 원 등이 포함된다.

교과부 소속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 의원들은 대학등록금 확충 추경안을 정부와 한나라당이 수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애초에 추경예산 편성 전부터 등록금 관련 대책을 요구했던 대학생, 학부모,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학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긴 생머리의 여학생들마저 연이어 삭발하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인 경기불황에 대비해 대학생들의 고충을 해소하려 조금이나마 애쓴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오를 대로 오른 등록금 때문에 속이 썩어가는 학부모, 학생의 절박함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가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인 지금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학생 10명 중 4명은 빚을 지고 절반 이상은 휴학을 하며, 학부모들은 식당보조나 대리운전 등의 부업을 하는 것이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상의 극심한 경기불황에 현재, 등록금 부담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18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학기 등록금을 대출로 마련했다는 응답이 41.7퍼센트였으며, 다음 학기 등록금도 역시 대출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27.8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또한 응답자의 73퍼센트는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고, 77.9퍼센트는 등록금 마련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0.9퍼센트는 스트레스 질환을 앓을 정도였다. 휴학생의 63.4퍼센트가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의 등록금 대책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정부정책, ‘이자지원’에서 ‘신용보증’으로 전환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이 쉽게 기댈만한 곳은 정부가 보증하는 학자금 대출이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란, 최대 10년간 원금 납입 없이 매월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끝나고 졸업 후 10년간 원금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일반이자, 저리, 무이자로 등록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행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이전, 1975년부터 2005년 1학기까지의 학자금 대출은 정부의 직접 이자지원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학자금 대출 이자차액 보전제도는 소득에 따라 4퍼센트대 이자의 일반 대출과 2퍼센트대 저리 대출, 이공계 무이자 대출로 나뉘어졌다. 정부가 학자금 대출금리에서 4~7퍼센트의 이자를 시중은행에 직접 지원해 학생이 부담하는 이자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등록금 오름세에 학자금 대출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많아지자, 이자차액 보전액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융자를 받을 수 있는 문턱도 높아졌다. 시중은행은 학자금 대출업무 맡기를 꺼려하고 이자가 높은 할부금융사조차 연체율이 높아지자 학자금 대출을 아예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게다가 재산세 5만 원 이상을 낸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대출에 장애가 됐다. 이에 2000년부터 정부는 보증인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을 위해 신용보증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나 보증수수료나 보험료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정부의 대출한도가 4년간의 등록금 수준에 못 미치고 학업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비가 대출이 안 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정액의 이자만 지원하고, 대출의 핵심요소인 자금조달과 위험관리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금융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으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학자금대출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행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제도는 이러한 연유로 탄생했다. 정부는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을 설립해 매년 1,000억 원을 출연하고 금융기관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에 따라 등록금과 생활비를 장기로 대출해주도록 했다. 이자차액 보전방식에서 정부의 지원금액이 연간 1,000억 원에 이르자 차라리 그 돈으로 보증기금을 만들어 대학과 보증기관이 대출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해 연대보증을 없앤 것이다.

또한 대출자금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채권을 유동화시켰다. 유동화란 쉽게 말해 당장 현금화가 안 되는 자산을 채권으로 만들어 팔아 자금을 미리 당겨쓰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금융기관은 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준 후 이를 채권으로 만들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바로 매각한다. 주택금융공사는 대출채권을 근거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원리금 지급을 보증함으로써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다시 학자금 대출자금으로 금융기관에 제공한다. ‘학자금 대출금 → 채권 → 자산유동화증권 → 자금 조달 → 학자금 대출금’으로 돌고 도는 식이다.

이에 따라 학자금 대출 수요자와 대출한도, 대출기간이 늘어났다. 2005년 29만 4,000명이었던 학자금 대출자는 2008년 63만 5,000명으로 2배 이상 늘어 전체 대학생 수의 약 34퍼센트에 이르렀다. 대출액도 2005년 8,923억 원에서 2008년 2조 3,486억 원으로 뛰었다. 7년 거치 7년 상환의 대출기간은 10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바뀌었고, 등록금 범위 내에서 연간 2,000만 원 한도였던 대출범위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포함해 4,000만 원 한도로 상향조정됐다.

시중은행 주택담보 대출보다 높은 학자금 대출 금리

늘어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4퍼센트대였던 학자금 대출 이자율도 2009년 연 7.3퍼센트로 3퍼센트포인트 가량 대폭 상승했다. 본래 정부가 2퍼센트대로 유지시켰던 저리의 경우에도 2007년 2학기부터 없애고 두 종류로 나뉘어 저리1종은 연 3.3퍼센트, 저리2종은 연 5.8퍼센트로 거치기간에 내야할 이자가 올랐다. 실제 상환기간에는 무이자 대출이나 저리 대출 모두 일반이자와 동일한 7.3퍼센트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이러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는 공공기관의 학자금 대출 금리에 비하면 턱없이 높다. 학술진흥재단 등에서 제공하는 농어촌 출신 학생과 공무원/교직원 자녀의 학자금 대출은 무이자이고,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근로자 학자금 대출은 1~1.5퍼센트의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이는 현재 타 부처에서 시행하는 시책사업의 대출 금리에 비해서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여성부의 저소득모자사업, 보건복지가족부의 영세민생업자금, 행정자치부의 농촌주택자금과 같은 사업의 대출 금리는 3.0~4.4퍼센트이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의 50퍼센트 이상이 이용하는 저리2종과 일반이자의 경우 두 배에 가깝다. 경제위기로 시중금리가 급락하고 시중은행을 통한 주택담보대출도 연 4~5퍼센트 대의 금리로 가능한 시점에서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한 학자금 대출 금리는 높아만 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가 이렇게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현 학자금 대출 시스템은 앞서 밝혔듯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의 학자금 대출채권을 모아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러한 시스템 상에서는 대출금리가 ‘국고채 금리+재원조달 금리+금융기관 수수료’로 결정돼 시장금리의 등락과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시중금리가 급등하거나 금융기관에 위기상황이 생기면 그로 인한 비용이 대출자인 학부모/학생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에는 금리체계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가 2.0퍼센트로 역사상 가장 낮아졌고, 학자금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국고채금리도 1.7퍼센트포인트나 떨어졌지만 가산금리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권영길 의원, ‘2009 경제위기 장학금 정책보고서’).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로, 은행에서 금리변동의 위험성을 실제 대출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가산금리를 통한 이익은 은행의 몫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결국 정부는 이자보전으로 늘어난 재정 부담을 더는 데에 관심이 팔려, 은행이 학생의 등록금을 자신들 배불리기에 이용하는 것을 방치하고 학부모/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외면한 것이다.

2년 만에 15배 불어난 ‘학자금 신용불량자 1만 명 시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높은 대출이자 갚기에 급급한 학생들은 이자를 내지 못하고, 그 중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일반금리로 치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 738만 원 한 번 대출에 약 4만 5,000원, 두 번 대출하면 9만 원, 4번 대출하면 18만 원의 이자를 다달이 내야 하므로, 매번 대출을 받고 학업을 병행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경우 생활비에 이자까지 벅찬 상황이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의 교육비와 수익률 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6개월간 지출하는 대학생의 생활비 수준은 평균 112만 8,000원, 사교육비는 평균 56만 6,000원으로 총 169만 3,000원으로 조사됐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경우는 당연히 생활비가 평균 165만 원으로 총 213만 8,000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물론 생활비에는 기숙사나 하숙비, 교통비, 교재구입비, 학용품비 등 학교교육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이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만 포함한 것이다. 식비나 의류비, 문화생활비 등은 제외한 비용이기에 실생활비는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학자금 대출로는 학기당 100만 원 내에서만 생활비를 빌릴 수 있다.

이에 따라 2006년에 670명이었던 신용불량자는 2008년에는 1만 118명으로 2년 만에 15배 늘었다(교과부, 국정감사 제출 자료). 일반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0.6~0.7퍼센트인데 비해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은 2.65퍼센트로 3배에 이른다. 정부의 무대책이 학생들을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부터 신용불량자로 낙인찍어 ‘학자금 신용불량자 1만 명 시대’를 만든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의 경우 추가 대출을 받을 수가 없어 등록금 마련을 위해 결국 제 2금융권을 찾거나 불법 사채까지 손을 대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2008년에 학자금 대출 신청자 중 4만 8,000명이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했고, 그중 2만 8,000명은 낮은 신용 등급 및 연체 때문이었다. 일부 대학생들이 차라리 학자금 대출을 피하기 위해 벌이가 좋은 노래방 도우미나 유흥업소를 찾는 이유는 이에 연유한다.

원금 상환시기도 문제다. 실업자 100만 명 고지를 코앞에 둔 최근의 경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가 50만 명에 이르는 ‘고용대란’에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아르바이트 수준의 한시적인 인턴제와 대기업 초봉 삭감처럼 하나같이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안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상으로는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최대한 연장한다고 해도 군입대 기간을 제외하고는 졸업 후 유예 1년, 연수 1년, 휴학 1년의 3년까지만 가능하다.

가령 1학년 때 학자금 대출을 받고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1년 휴학한 여학생의 경우, 돈이 없어 연수는 꿈도 못 꾸므로 졸업하고 1년 후부터는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로 인해 취업준비가 오래 걸리는 직장은 가고 싶어도 포기하고 인턴으로 취직한다고 가정해도 한 달에 100만 원 안팎의 임금으로는 생활비에 대출 원금과 이자까지 지출하는 빠듯한 생활과 그로인한 스트레스가 적어도 10년간 이어진다. 그나마 취업이 안 될 경우에는 원금 상환이 불가능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진정한 ‘수혜자 부담 원칙’ 따른다면 정부도 대학지원 나서야

얼마 전 학자금을 구하는 여대생 등 212명에게 연 120~680퍼센트의 고리로 돈을 빌려준 뒤 이자로 33억 원을 챙긴 대부업자 4명이 구속됐다. 그들에게 돈을 빌린 한 여대생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에서 300만 원을 빌렸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금 때문에 대부업자의 강요로 유흥업소까지 나가 일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사채의 늪을 벗어날 수 없게 된 여대생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 사실에 비관한 아버지는 딸을 목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매 자살했다. 이는 “돈 없어서 공부 못 하겠다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2009년 신년 국정 연설이 지켜지기는커녕 등록금 때문에 학부모/학생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정부가 현재 민생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등록금 대책은 ▲올해 말까지 학자금 대출금리 0.3~0.8퍼센트포인트 한시 인하 ▲저소득층 미취업자의 원리금 납부 올해 말까지 한시 유예 ▲학자금 대출 연체에 따른 금융채무불이행자 등록을 학교 졸업 후 2년까지 유예 ▲한국장학재단 설립으로 기존 대출금리보다 1~1.5퍼센트포인트 인하 ▲근로장학금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고가의 등록금 마련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을 위한 방안이라기보다 올해 경제위기 상황만 큰 사고 없이 넘기자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고등교육에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시장주의적 대학정책에서 비롯된다. 혜택 받는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수혜자는 학생 자신만이 아니라 학생이 졸업해 진출할 기업, 지역사회, 국가도 포함된다. 인적자본의 개념에 따라 대학교육을 받음으로써 추가되는 소득의 비율인 ‘교육의 투자수익률’을 분석해 봤을 때 개인적 수익률과 사회적 수익률이 근사치를 나타내고 있음은 그에 대한 근거다(한국교육개발원, 대학의 교육비와 수익률 분석 연구).

대학교육은 개인 노동력의 질적 차이와 생산성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개인의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사유재의 성격 뿐 아니라, 사회의 생산성과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공공재의 성격도 가진다. 더욱이 21세기에 접어들어 지식기반사회로 나아가는 지금, 대학의 공공재적 특성은 더욱 부각된다. 정부의 논리대로 대학교육의 비용을 ‘수혜자 부담 원칙’에 기초해 부과한다면 오히려 기업, 지역사회, 국가의 대학지원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지금의 문제는 앞서 밝힌 대로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은행은 고금리로 돈벌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 시스템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장학재단을 5월에 설립해 학자금 대출 금리를 기존 대출금리보다 1~1.5퍼센트포인트 인하할 계획이다. 기존의 유동화 채권 발행 방식을 직접 채권 발행방식으로 바꾸고, 추경예산을 통해 편성한 1,300억 원의 자본금 출연으로 그 10배인 1.3조 원을 한국장학재단 자체 채권으로 발행해 재원을 조성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져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1퍼센트포인트가 줄어든다 해도 6퍼센트대다. 고액의 등록금을 부담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여전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수치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등록금넷 등은 등록금 문제의 대안 중 하나로 등록금 상한제를 주장한다. 등록금 상한제란 해마다 물가상승률, 월평균 소득 등을 감안해 등록금의 상한선을 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 고등교육 재정의 열악함과 대학의 높은 등록금 의존율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고서는 등록금 상한제는 현실적으로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한국장학재단의 직접 대출, 4단계 등록금 후불제’가 대안

새사연은 무엇보다 먼저, 정부는 계획대로 한국장학재단이 설치되면 정부가 보증을 서서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하는 현행 시스템을 모든 대출자가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직접 대출받는 시스템으로 전환시킬 것을 제안한다. 정부가 직접 대출을 시행하면 은행에서 위험성을 핑계로 돈벌이를 하는데 이용되는 가산금리나 은행 수수료를 없앨 수 있다.

이렇게 낮아진 학자금 대출 이자는 2005년 이전 이자지원 방식과 같이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예산을 확보해 한국장학재단이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원금은 일정 정도 이상의 소득이 발생했을 경우 갚도록 하는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해, 졸업 후 소득이 생기기 전까지는 원금 상환에 대한 압력을 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등록금 후불제는 소득에 따라 시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학자금 대출제도 상에서는 연간소득수준(학생 가구별 실제 총소득+재산+자동차정보)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거치기간에 이자지원을 해준다. 매학기 소득기준은 교과부에서 결정하는데 2009년 1학기의 경우, 연간소득수준이 1,813만 원 이하인 차상위계층 가정의 자녀는 무이자 대출, 3,442만 원 이하는 저리1종(3.3퍼센트), 4,684만 원 이하는 저리2종(5.8퍼센트), 그 이상은 일반대출로 구분된다.

그러나 지난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8년 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전국가구(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34만 9,000원으로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소득분위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됐다. 하위 30퍼센트인 소득 1~3분위 중 4분기에 적자가 난 가구의 비율은 55.1퍼센트로 4분기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7분위의 적자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23.1퍼센트로 0.1퍼센트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상위 30퍼센트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인 8~10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이 기간 12.4퍼센트에서 10.4퍼센트로 낮아졌다.

학자금 대출 기준으로 치면 거치기간 중 무이자 대출을 받는 가구는 절반 이상이 적자인 것은 물론, 저리1, 2종에 해당하는 중산층 역시 경기침체 속에서 5분의 1 이상의 가구가 적자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경기불황 속 각 가계의 등록금 부담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몰락하는 중산층과 그로 인해 늘어나는 저소득층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등록금 후불제는 소득기준을 바꿔 4단계로 구분해 시행해야 한다. 먼저 현재의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상장학금은 국립대 평균 등록금인 430만 원 정도 수준으로 전체 학생의 2.6퍼센트만이 수혜를 받고 있다. 이러한 무상장학금의 경우, 국공사립대생 전체를 대상으로 현재 무이자대출을 해주는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야 한다.

저리1종에 해당하는 3~5분위 가정의 자녀에게는 전액후불제를, 저리2종에 해당하는 6~7분위 가정의 자녀에게는 반액후불제를 실시해야 한다. 전액후불제란 등록금 전체를 소득 발생 후 갚아나가는 형식이며, 반액후불제란 등록금의 절반은 내고 나머지 절반은 소득 발생 후 상환하는 형식이다. 8분위 이상의 가정 자녀는 희망에 따라 반액후불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소득분위별등록금 후불제 단계구체적 형태필요 재정소득2분위 이하 무상장학금 전액 지원 약 1조2천억원 소득3~5분위 전액후불제 전액 지원 후 소득 발생 시부터 상환소득6~7분위 반액후불제 반액 지원 후 소득 발생 시부터 상환 약 5천억원소득8~10분위 지급과 반액후불제 중 선택 등록금을 내거나 반액후불제 선택

이처럼 소득에 따라 4단계의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려면 등록금 총액 약 13조 원 중 어느 정도를 정부에서 초기 재정으로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2008년 2학기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현황을 보면, 한 학기 전체 대출액은 1조 1,000억 원으로 30만 8,000명이 대출을 받았다. 당시 대출건수를 기준으로 오는 2학기에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할 때 필요한 초기 재정을 따져보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 738만 원 기준으로 무상장학금과 전액후불제를 위해 약 1조 2,000억 원, 반액후불제를 위해 약 5,000억 원이 필요해 총 1조 7,000억 원의 재원이 마련되면 가능하다.

여기서 현재의 학기당 15퍼센트에 불과한 수혜자의 비율을 올해 30퍼센트로 높인다면 약 3조 4,000억 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향후 5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한다면 졸업 후 취업을 한 수혜자가 소득에 따라 원금의 일부를 상환하기 시작할 것이다. 보충된 재정은 등록금 후불제 수혜자 비율을 조금씩 늘리는데 쓰여야 한다. 그렇게 장기적으로 학생의 원금 상환률이 일정 수위에 도달해 학자금 규모가 안정화되면 정부는 자금을 운영하는데 드는 수수료와 연체액 등 약간의 지원만 해도 한국장학재단 자체 시스템으로 학자금 지원을 해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초기 약 3조 4,000억 원의 예산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권영길 의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대학별 장학금 비율 총액은 2조 8,000억 원으로, 이는 국가 지원과는 달리 각 학교별 예산으로 소요된다. 여기에 한국장학재단의 1조 3,000억 원의 재원을 결합하면 등록금 후불제는 2학기부터 실행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재단의 채권발행에 따른 이자는 일반회계에서 정부가 지출하도록 한다.

등록금 인하 방안 마련이 궁극적인 해법

현재의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은 은행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돼 대출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또한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부터 신용불량자가 되는 학생이 1만 명에 이르는 현재,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재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비정규직, 중소상공인의 자녀임을 감안하면 고금리 학자금 대출의 가계부담은 정부의 ‘찔끔’ 금리 인하로는 해소될 리 만무하다. 학자금 대출의 문제는 정부의 예산을 통한 재정지원과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직접 대출, 소득 발생 후 원금 상환을 시작하는 등록금 후불제로 해결해야 한다.

4단계로 구분되어 시행되는 등록금 후불제는 무상장학금, 전액후불제, 반액후불제 등으로 현재보다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 등록금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재정 부담으로 인해 실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등록금 문제의 해법에는 궁극적으로 고액의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등록금 인하를 위한 방안 중 하나는 각 대학의 적립금을 과도하게 누적시키는 것을 규제하고 그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현재 사립대학들의 누적적립금은 7조 2,996억 원으로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총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예산을 부풀려 고액 등록금을 걷은 후 지출과의 차액을 적립금으로 누적시켜 온 결과다. 그러나 대학은 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가파른 등록금 인상곡선을 그리다 올해 장기적 경제위기 국면에 들어서자 동결을 선언하며 생색을 냈다.

각 대학의 예산 부풀리기를 규제하고 적립금의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연구기금이나 장학기금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면 등록금은 지금보다 내려갈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6년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매년 15조 원의 ‘부자감세’를 감행한 정부는 나라 빚을 내어 29조 원에 달하는 ‘슈퍼추경’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정책은 당장의 투자 확대를 가져오지 않지만 등록금 인하정책은 소비 확대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비교적 확실하므로,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으로는 등록금 인하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진정 ‘서민살리기’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면 어디로 먼저 눈을 돌려야 하는지 반추해봐야 할 것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등록금 천만원 시대, 이대로 좋은가①] 서민경제 옥죄는 대학등록금, 오른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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