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담이 지난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G20이 출범한 것은 1999년 아시아의 외환위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대화가 필요해졌고, 선진국들의 모임인 G7(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에서 G20으로 확장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러시아, 중국, 브라질,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유럽연합 의장국이 G7 외의 G20 참가국이다. 그 외 세계은행(IBRD) 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도 참가한다.

5개월 만에 다시 만난 20개국 정상들

99년 12월 베를린에서 첫 회의가 열린 후 매년 각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이 참가하는 회의를 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전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11월 정상들의 회의로 격상되었고, 5개월 만에 그 누구보다 바쁠 전세계 20개국의 정상들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현재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줌과 함께 국제사회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다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담 시작 전부터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미국에 도전해왔던 중국은 대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IMF에 400억 달러의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제강국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성장과 고용의 회복 △대출기능 회복을 위한 금융시스템 개선 △금융규제 강화 △국제금융기구 개혁 △보호주의 배격과 세계무역 증진 △지속가능한 세계경제 회복 등의 6가지 항이 합의되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금융규제 강화’는 구체적이고도 강경한 목소리로 주장되었다.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금융분야에서의 규제 및 감시 실패가 금번 위기의 근본적 원인인 바, 강력하고 국제적으로 일관성 있는 감시와 규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라는 설명과 함께 다음의 규제조치들이 제시되었다.

헤지펀드, 신용평가기관, 조세피난처 규제 강화

먼저 위험을 숨긴 파생상품을 전세계로 유통시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전세계 금융위기로 확산시킨 주범이었던 헤지펀드는 전세계적 경계대상이 되었다. 그 동안 헤지펀드는 100인 미만의 개인들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펀드로서 규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헤지펀드는 해당국 정부에 등록을 해야하며, 투자하는 상품의 위험정보를 공개해야만 한다. 미국은 헤지펀드 외에 사모펀드, 파생상품시장 등을 연방감독기구 아래 두고 감독할 방침이다.

헤지펀드와 함께 이해관계에 기반한 신용평가를 통해 금융위기 발발에 기여한 신용평가사들도 규제를 받게 되었다. 사실 무디스, S&P, 피치 등의 신용평가사들은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중립된 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위치를 누려왔다. 사실 이들은 자신들이 신용을 평가하는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기 때문에 이해관계에 따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기관 역시 해당국 정부에 등록을 하고, 국제행동규범을 준수하도록 규제를 받게 되었다.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었다. 지난 위기에서 파생상품이 거래될 당시 많은 금융기관들이, 심지어 은행들마저도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장부외거래를 통해 회계규정을 피하면서 무리하게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OECD의 담당 아래 조세피난처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해당국에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금융안정포럼 확대개편으로 국제금융규제 담당

이런 강화된 규제를 전반적으로 담당하기 위해서 기존의 금융안정포럼(FSF)을 확대개편하여 G20 참가국 전체가 가입하는 금융안정이사회(FSB)를 출범하기로 했다. 기존의 FSF는 G7 국가에 호주,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네덜란드가 참여하여 구성된 국제금융시장 감시 기구였다. 1999년 G20이 만들어질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 결성되었다. 앞으로는 FSB로 확대개편되어 향후 국제 금융규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규제 강화 외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말까지 5조 달러를 지출하여 4퍼센트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과 위기에 직면한 신흥국에 대한 자금지원, 빈곤국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계획들이 이번 회담의 핵심 결과이다.

물론 결정된 바들이 얼마나 잘 지켜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별개이다. 또한 신흥국의 참여가 늘었다고 해도 여전히 선진국들의 입김이 센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금융위기의 진짜 근본 원인인 영미식 자본주의, 금융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임에도 불구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 ‘탈규제’라는 신자유주의 핵심 주장에 충실했던 헤지펀드, 파생상품 등에 대해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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