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4.14 09:39
한국 고용보험의 현황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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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축성장과 급속한 고용구조 변화

지난 40년간 한국경제가 이룬 압축적 경제성장으로 고용구조도 급속하게 변했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1960년대까지도 농가경제활동인구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60퍼센트를 넘었지만, 근대화라는 기치 아래 이루어진 공업화로 농촌인구가 대거 산업도시로 이동하면서 현재는 농가경제활동인구는 전체의 6.6퍼센트, 농어업이 GDP에 기여하는 비중도 3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광공업의 중요성은 1970년대부터 그에 반비례하여 높아졌다. 1990년대부터 광공업 분야의 취업자 수는 정체되었지만 여전히 GDP 기여 비율이 30퍼센트에 가깝다. 1990년 이후의 시기는 서비스업 분야의 급속한 성장이 주된 특징을 이루었다. 취업자의 65퍼센트 정도가 넓은 의미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고, 서비스업이 GDP의 5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996년 OECD회원국가가 되었으나, 그 이후로도 계속 ‘선 성장, 후 분배’ 원칙을 고수해 왔다. 급격한 도시화와 고용구조의 변화가 초래한 문화적 충격과 부의 집중, 불평등 심화현상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경제성장에 상응하여 발전하지 못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직면한 1997년의 정치경제적 위기는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가하였다. 이를 계기로 부랴부랴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의 대상을 확대하거나 의무화하면서 형식적이나마 사회안전망을 갖추긴 했지만, 한국정부와 재계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요소인 노동의 유연성, 즉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 불안정해졌다.

[그림2]는 한국의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만들어진 고용구조의 주요한 두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는 높은 비임금근로자의 비율이다. 비임금근로자는 대부분 자영업인과 그 가족 종사자들로 구성된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OECD 평균이 약 16퍼센트인데 비해 한국의 경우는 33퍼센트에 달한다. 2009년 2월 현재 자영업인 수는 555만 명 정도인데 이들 중 74퍼센트가 고용원이 하나도 없는 자영업인이다. 고용원이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은 1~4인 미만에 해당한다. 또한 전체 자영업인 중 거의 90퍼센트가 종합소득이 2,400만 원 이하이다. 자영업의 소득파악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이러한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이들 사업의 영세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높은 비정규직노동자의 비율이다. 전체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한국의 경우 32퍼센트로, OECD 평균 16퍼센트에 비해 두 배 높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매우 보수적인 통계에 따라도 큰 차이가 나는데,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비정규직의 개념과 분류방식에 따르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소장은(2008) 정부쪽 분류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52퍼센트라고 주장한다.
이를 전체 취업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로 환산하면 약 36퍼센트에 해당된다. 비정규직의 개념과 분류방식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OECD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파트타임이 비정규직의 다수를 점하지만, 우리나라는 시간제근로제(파트타임) 비중이 7.6퍼센트로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에서 한국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게 나오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서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사업주들이 임금을 삭감하고 퇴직금이나 사회 보험 등의 지원을 회피할 목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2007년에는 비정규직으로 2년간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속칭 비정규직 보호법이 제정되었으나, 사업주들은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해 버림으로써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비정규직 해고법’으로 그 의미를 바꾸어 버렸다. 최근에는 정부가 일자리 안정이란 미명아래 비정규직 고용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을 결정했는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정규직을 줄이고 인턴을 늘리는’ 정책과 더불어 고용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영세자영업인과 비정규직의 높은 비율은 사회적 양극화와 함께 삶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97년 위기 이후에 하위와 상위 임금계층이 동시에 빠르게 증가하고 중간 계층이 줄어드는 U자형 고용시장 구조가 나타났는데, 하위 임금계층은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지했다(전 병유 외, 2007).

[표 1]은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저임금근로자의 비율이 늘었으며, 동시에 이들 중 비정규직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직의 경우 약 19퍼센트가 저임금근로자에 속하는 반면, 비정규직은 38.3퍼센트로 정규직 저임금근로자의 2배 수준이었다. 또한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7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비임금근로자는 임금근로자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양극화가 진행되어, 전체 자영업인 중 42퍼센트가 저소득 취업자로 분류된다. 전체적으로 “저소득 취업자의 83.8퍼센트가 임시직·일용직·자영업인·무급가족종사자”로 구성된다.

신자유주의 체체의 폐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나름대로 문제의 심각성을 완화시켜주는 사회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진행 중인 공황으로 야기될 실업과 빈곤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사회안전망의 개선이 시급하다. 이에 앞서 한국의 사회안전망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간략하게 짚어 보겠다.

2. 부실한 사회안전망

고전파 경제학에서부터 시작해 한계효용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주류 경제학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 메커니즘이 완전고용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5퍼센트 이상의 실업률이 거의 상시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케인즈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다. 지난 30년 동안 몰아친 신자유주의 광풍도 실업과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서구의 국가들은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사회안전망 체제 자체는 대부분 유지한 채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의미하는 실업급여와 사회적 부조보다는 국가의 고용지원 역할을 의미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방점을 찍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였다.

우리나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더불어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으로 이루어진 4대보험 체제를 확립하면서 형식적으로 사회안전망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행정편의주의를 제도시행의 우선적인 원칙으로 삼고, 소득파악이 쉬운 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4대보험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로 인해 정작 사회적 도움이 더 절실한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들 대부분은 사회보험의 대상에서 오랫동안 제외되어 있었다.

건강보험은 1989년에, 국민연금은 1999년에 전 국민을 포괄하는 제도로, 고용보험은 지난 97년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1998년에, 산재보험은 2000년에 각각 상시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 적용되면서 전체 사업장을 포괄하는 제도로 확대되었으나 여전히 보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사회보험 가입률이 30퍼센트대 초반으로 정규직과 비교해 1/3수준이다. 이는 사회보험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편의주의에 입각해 원천징수가 쉬운 정규직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공공부조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제도를 부정수급의 방지에 초점을 둬 운영하고, 엄격한 수급권자 선정기준을 적용해 소극적으로 사회안전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소생계비 수준의 삶을 영위하는 많은 사람들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림3]에서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계층에 속하는 약 840만 명과 최저빈곤층 중 자산보유 기준을 넘어서는 비수급 빈곤층 및 차상위계층을 이루는 263만 명은 사회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대부분은 노동시장에서 저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성에 시달리고, 직업을 잃었을 때는 사회보험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도 전혀 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이외에도 사회안전망의 보장수준이 너무 낮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건강보험의 경우 2007년 현재 보험의 보장률이 64.6퍼센트, 법정본인부담률 21.9퍼센트, 비급여 본인부담률 13.5퍼센트로 선진국의 보장률 75~80퍼센트와 비교할 때 크게 뒤쳐져 있다(김 정희 외 2008). 국민연금의 경우도 시행한지가 오래되지 않았고 초기 가입률도 낮아 2006년 현재 공적연금 (공무원, 사학, 군인 연금 포함) 수급자의 비율이 16.4퍼센트 수준이다. 앞으로 수급자의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사회보험으로서의 중요성이 더 커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노령자를 위한 안전망으로는 미흡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소득대체율이 60퍼센트로 설계되었지만, 앞으로 50퍼센트로 낮춘 후, 다시 40퍼센트로까지 낮출 계획이어서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연금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김 성숙 외, 2007).

한국의 미흡한 사회안전망 체제는 사회복지예산의 규모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림4]는 상단부터 스웨덴, OECD평균, 일본, 미국, 한국의 순서로 GDP대비 사회복지예산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과 비교하면 무려 1/5 수준밖에 되지 않고, OECD평균이나 일본, 미국과 비교해도 1/3미만 정도다. 1인당 사회복지 예산으로 따지면 OECD평균의 1/4에도 못 미친다. 사회복지에 투입되는 예산도 대부분 4대 보험의 기금에서 나가는 것이여서 정부의 일반예산에서 지출되는 사회복지비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턱없이 미흡하다.

우리의 주된 관심사인 고용보험제는 전반적으로 부실한 사회안전망의 한 부분으로서 여러 가지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용보험의 특성과 한계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3. 현행 고용보험제도의 특징

한국에서는 1995년 7월 1일자로 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시행 직후인 1997년에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미흡하지만 적시에 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다. 위기를 겪으면서 처음에 적용대상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1998년 1월 1일부터는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같은 해 3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99년 10월 1일부터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고용보험이 4대 보험 중 가장 늦게 시행되었지만, 경제위기를 계기로 1964년에 시작된 산재보험보다 2년 먼저 1인 이상 상시근로자가 있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실시되었다.

2001년에는 고용보험을 통해 모성보호급여 (육아 휴직, 산전후 휴가급여)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일용근로자, 60세 이후의 신규고용자, 시간제근로자, 국가와 지자체가 실시하는 공공근로종사자, 연근해 어선원, 일부 외국인근로자”에게까지 적용대상이 확대되었다. 이직 전 18개월 180일 이상 피보험자 자격을 유지한 임금근로자는 구직급여 (또는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가입을 희망하는 영세자영업인 (5인 미만의 사업주)가 “직업능력개발사업에 해당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이 승렬 2007).

고용보험은 실업급여와 고용안정사업 및 직업능력개발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사업은 [표3]에서 알 수 있듯이 피보험자에게 별도의 보험료를 부과하고 분리되어 운영된다. 현재 피보험 노동자는 임금총액의 0.4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고 이에 상응하는 액수를 사업주가 부담하여 실업급여 기금을 확충하고 있다.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사업주가 전액부담하고, 보험료는 사업장의 크기에 따라 0.25~0.85퍼센트까지 차등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한국의 고용보험이 형식적으로는 모든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고용보험 피보험자로 관리되고 있는 사람은 56.8퍼센트에 불과하다([표2] 참조). 비임금근로자까지 포함한 전체 근로자 중 가입한 사람의 비율은 약 38퍼센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업자 중 실업급여 (구직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의 비중은 2000년 10.5퍼센트에서 2006년 31.7퍼센트, 2008년에는 39.8퍼센트로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크게 낮은 수준이다(노동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실업급여와 실업부조 제도를 병행하고 있어 수혜율이 60퍼센트를 넘고 있다. 미국은 실업부조 없이 실업보험제도만 운영하고 있어 수혜율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실업부조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실업급여 수급요건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해 많은 피보험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과는 달리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자발적 이직자와 본인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이직자에게는 실업급여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발적 이직사유로 실업자가 되어도 일정기간 지급유예기간을 설정한 후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표4] 참조). 취업 의지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 이직자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실업기간 동안에 생계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피보험자에게 떠넘기고 정부와 보험기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문제는 소정급여기간이 짧고 임금 대체율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다. 임금 대체율은 이직 전 임금의 50퍼센트로, 미국과는 동일하나 일본의 60~80퍼센트, 독일의 67퍼센트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총액 임금대체율로 따지면 이보다 훨씬 낮은 28.7퍼센트에 불과해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실업보험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는 문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너무 작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현재 고용보험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인 실업급여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인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통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업부조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의 일반재정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 사업주와 피고용자들이 부담하는 보험금에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이면서도 관리운영에 피보험자들의 참여를 극히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모순적 태도로 인해 일부에서는 적극적 노동정책과 소극적 노동정책을 제도적으로 분리하여 전자는 정부가 일반재정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여 운영하고 후자는 순수 보험제도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유 길상 2005).

고용보험 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지적해야 할 사항이다. 지난 10년간 고용안정센터를 전국적으로 설립하고, 노동시장정보 시스템 Work-Net을 개설하는 등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프라만 갖추었을 뿐 고용서비스 질 개선은 아직 미흡한 상태다. 고용보험 전달체계와 고용서비스가 낙후되어 있고, 관련 서비스 간 연계도 아직 충분치 않다. 선진국에서 대부분 운용되고 있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원스톱 서비스는 소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체제로서 사회보장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가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이다.

즉 생계지원, 직업상담, 직업훈련, 고용보조금을 모두 하나의 틀 안에 포괄하고 있다. 이 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인프라의 구축과 더불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채용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이 분야를 등한시 했다. 사회복지 지출도 워낙 적고, 복지정책에 대한 의지도 강하지 않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서 강력히 요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더디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일부 공무원들의 장애인 복지비 유용 사태는 이러한 복지인프라의 부실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운용의 부재 속에 예산만 책정하여 지출해 버리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복지 개념이 낳은 결과이다.

지금까지는 현행 고용보험 제도가 피보험자에게 주는 혜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주로 지적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 제도가 포괄하고 있는 대상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림5]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고용보험에 가입여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겨우 40퍼센트 정도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피보험자의 대부분은 5인 이상의 사업장의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6.4퍼센트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의 27.4퍼센트는 가입하지 않고 있고,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8.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주와 그 가족종사자들은 아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에서 배제되어 있다. 현재의 고용보험제도는 고용의 불안정성이 상대적으로 큰 영세자영업인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고용보험의 포괄대상과 관련된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점은 현재의 ‘실업’ 개념이 많은 수의 실질적인 실업자를 범주 안에 포함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2월 현재의 공식적 실업자 수는 92만 4,000명으로 경제활동인구 대비 3.9퍼센트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때의 실업개념은 직업이 없는 사람들 중 지난 4주간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만을 경제활동인구에 포함시키고, 취업준비자, 진학준비나 군입대 대기자 등 이행기에 놓인 사람들, 넓은 의미의 구직 단념자를 포괄하는 쉬었음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여 실업자 통계에서 아예 제외시키고 있다.

[그림6]은 미국의 실업자 분류범주인 6단계 확대 실업자 개념을 응용하여 한국의 통계청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실업자수를 그래프로 표현해 보았다. U1에서 U6까지 각각의 개념이 미국 노동부에서 정의하는 것과는 달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장 넓은 개념은 U6의 경우 미국과 비교해도 무방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U6가 453만 7,000명으로서 실업률은 약 17퍼센트가 된다. 미국의 U6실업률 14.8퍼센트보다 높으며, 공식실업률 3.9퍼센트의 4배 이상이 된다.

미국에서처럼 주 36시간 미만의 취업인구 중 추가 노동을 원하는 사람으로 불안전취업자를 제한하더라도 실업률은 15.4퍼센트에 이르고, 주 18시간 미만의 불안전 취업자 100만 명을 아예 제외한 경우인 U5에 해당하는 실업자 수도 352만 9,000명으로 실업률은 13.5퍼센트에 이른다. 공식적인 실업률에 포함해야 하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이들은 고용보험의 피보험자 자격을 아예 가지지 못하는데다가, 한국에는 실업부조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실업통계와 관련되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청년실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7]은 연령대별 실업자 수와 실업률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으로 15~29세 청년층의 공식 실업률은 전체 공식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8.7퍼센트에 달한다. 공식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는 ‘쉬었음과 진학준비, 취업준비’도 대부분 청년층이 차지하고 있어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청년실업 문제는 공식 실업통계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실정이다.

고용보험제도는 앞서 언급한대로 고용의 촉진과 안정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과 실업급여와 부조를 통해 실업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도와주는 소극적인 노동정책을 통합하고 있다. 한국의 현행 고용보험제도는 두 가지 노동시장정책 모두 부실하여, 대량의 실업자군과 미흡한 사회안전망을 그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고용보험이 고용을 촉진하고 실업자를 부조하는 제도로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지금까지 살펴본 한국의 고용구조와 실업의 특성에 맞게 전면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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