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4.09 10:03
3월 고용동향을 통해 본 미국경제 현황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금융부실의 끝은 어디인가?

영국의 Times(4/7) 보도에 따르면, IMF는 4월 말(21일)에 발표하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1월에 발표한 미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추정치를 2.2조 달러에서 3.1조 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년 사이에 무려 세 배나 추정치를 늘린 것이다. 또한 유럽에서 발생한 금융 손실 0.9조 달러를 합하면 총 4조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루비니 교수가 내년 중반까지 부실자산이 3.6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거의 비슷한 추정치를 IMF가 인정한 셈이다.
이는 전 세계 은행들이 보유한 자기자본(Tier1 자본 또는 기본자본) 3조 4,000억 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기관은 사실상 이미 모두 파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대략 1.3조 달러에 달하는 부실을 상각 또는 손실 처리하였다. IMF나 루비니 교수의 추정치를 근거로 하면, 금융위기는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 비관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미국의 심각한 고용시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앵글로-색슨 모델의 몰락

지난 주 금요일, 미국 노동부에서 3월 고용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의 고용 사정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자유낙하’가 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실업률은 1983년 이후 최고 수준인 8.5퍼센트까지 치솟았으며, 일자리는 한 달 사이 66만 3,000개가 사라졌다. 간단히 말해 하루 평균 3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2007년 12월 공식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그 중 지난 3개월 동안 거의 절반인 250만 개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실업자는 3월에만 69만 명이 추가로 늘어나 1,310만 명을 넘어섰으며 경기침체 기간에만 560만 명이 늘어났다.

공식적인 실업률 통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용시장 침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구직을 원하지만 현재의 고용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비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되는, 즉 고용시장에서 아예 이탈하는 인구를 포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이후 170만 명이나 늘어난 비경제활동인구를 고려하면 사실상 실업률은 9퍼센트에 이른다.
구직을 포기했거나, 현재 시간제로 일하고 있지만 전일제 근무를 원하는 노동자를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15.6퍼센트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 여섯 명 중 한 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는 최악의 고용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실업률 통계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통상 고용률(취업자/생산가능 인구)을 노동시장의 추세를 파악하는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식 모델의 우수성으로 널리 자랑하고 인정되는 지표는 별로 없다. 그나마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높은 고용률이 앵글로-색슨 모델의 우수성을 보여준다는 지표다.
분배나 복지, 형평성의 문제보다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의 중심으로 등장한 90년대에 이 두 지표는 미국식 모델의 상대적 우수성으로 인정되기도 하였다. 특히 고용률은 2000년 4월, 나스닥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에 64.7퍼센트까지 올라 90년대 미국식 ‘신경제’의 자랑이었다. 물론 고용률은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보다는 낮지만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보다 양호한 수치로서 노동유연성 전략이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고 평가받기도 하였다. 그 우수한 고용률 지표가 3월에 60퍼센트가 붕괴되었다. 미국경제가 파산하면서 앵글로-색슨 모델도 동반 몰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고용률 통계가 발표된 1948년 이후 역사적 추세를 보면, 현재의 경기침체는 대공황 이후 가장 가파른 경기하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전쟁 이후 1953~4년 정점부터 바닥까지 3.1퍼센트p 하락했으며, 1979~83년 3퍼센트p 하락하였다. 그러나 2007년 12월 정점이후, 15개월 동안 수직낙하해 이미 3.5퍼센트p 추락하였다. 그리고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에서 이런 경험이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의 자유낙하... 사실상 공황 수준

고용시장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미국경제의 현 주소를 좀 더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고용시장의 정점에서 감소, 그리고 회복까지의 추세를 연결한 것이다.



5~70년대까지만 해도 경기침체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대략 1년 정도 지나면 바닥을 확인했고, 다시 1년이 지나면 원상태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부터 회복기간이 점차 길어졌으며 2000년대 초반의 경기침체기에 고용상태가 회복되기까지에는 무려 48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최근의 경기하강 추세를 나타낸 것이 위의 검은 화살표다. 대공황 이후 그 어떤 역사적 경험보다 고용시장은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회복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1월에 발표한 미국경제 전망 [2009 암울한 미국경제 전망]에서, 내년 중반 2/4분기부터 미국경제는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실업률은 내년 중반 10퍼센트 중반까지 올라가고 고용시장은 2011년이 되어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건대, 미국 경제는 그보다 더욱 비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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