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 4. 8. 11:17
파주시 상수도 위탁을 통해 본 경기도 지방상수도 위탁 도미노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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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공, 노다지 밭에 들어가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에게 2009년은 상수도 위탁에서 일대전기를 마련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수공은 지난 2월 26일 경기도 파주시와 실시협약을 맺고 3개월에 걸친 인계인수과정을 거쳐 완전한 위탁체계로 돌입한다. 댐건설이나 용수공급 수요로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공이 선택한 새로운 사업인 상수도 위탁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수공은 2004년 충남 논산시를 필두로 지방상수도를 수탁받기 시작해 올해 전남 함평과 경기도 파주를 포함해 총 15개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경기도 파주시의 위탁이 그동안의 과정을 매듭짓고 비약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은 수공이 상수도 위탁에서 적자출혈 전략을 구사해온 것과 연관이 있다. 수공은 지방상수도 위탁과정에서 기존 설비의 교체에 투입되는 시설투자(보급 확대를 위한 투자는 하지 않음)를 초기에 집중하고 20~30년에 이르는 위탁기간 동안 서서히 투자분을 회수하는 전략을 써왔다. 이런 전략은 수공의 입장에서는 초기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만, 당장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끌어들일 좋은 미끼이자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수공은 그동안 이런 식으로 위탁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그런데 이번 파주시의 상수도 위탁은 3가지 점에서 수공의 위탁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첫째, 파주시가 급수인구나 상수도 재정규모에서 현존 위탁 지자체 중 최대이기 때문에 수공의 위탁사업 규모를 비약시켰다.
파주시 급수인구는 2007년도 현재 25만 7,731명으로 전년도보다 1만 4,446명이 증가했다. 급격히 개발되는 도시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공업용수만 위탁한 천안시를 제외하면 상수도를 위탁한 지자체 중 급수인구가 10만 명이 넘는 지자체는 정읍, 거제, 양주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모두 20만 명 미만이다.

파주시는 상수도 세출만 1,145억 원(2007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천안을 제외한 14개 위탁 지자체의 상수도 세출 총합계액의 37.3퍼센트에 달하는 매머드급이다. 구멍가게 수준에서 단번에 중형 마트로 도약한 셈이다.

둘째, 파주시는 이미 위탁을 하고 있는 동두천시와 양주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통합관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 수공의 기존 ‘알박기’ 작전이 결실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상수도 사업은 인구 30만 명 규모가 넘을 때 채산성이 있다고 본다. 수공이 파주시의 위탁을 따내게 됨으로써, 동두천과 양주를 묶는 통합관리가 가능해졌다. 경기도에서만 급수인구 50만 3,073명, 세출규모 1,668억 원 규모의 상수도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관이 되었다. 수공이 운영하고 있는 광역상수도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력운영에서의 융통성도 커지게 된 것이다.
수공이 규모가 작은 지자체의 상수도라도 수탁받기 위해 노력한 것은 먼저 위탁된 지자체와 주변의 지자체가 통합관리를 하게 될 경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상수도 통합관리 시범지구로 전남 일부와 경북 일부를 지정할 때 수공에 위탁 중인 지자체는 제외되었다. 관련 지자체 중 위탁에 대해 부정적인 곳이 있기 때문인데 이는 거꾸로 통합이 대세가 되면 ‘알박기’를 한 곳은 수공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셋째, 경영상태가 좋은 지자체도 위탁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미 위탁을 한 지자체들은 유수율, GIS 비율, 급수인구 1인당 부채규모 등 모든 경영 상태에서 전국 평균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파주시는 상태가 상당히 좋다. 공급한 물이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비율인 유수율이 전년도 84.7퍼센트에 이어 2007년에는 89.1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수공이 위탁을 하며 제시한 목표유수율 88퍼센트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지하의 수도관망을 전산데이터화하는 GIS작업도 이미 88퍼센트나 진행되어 있어 관리하는 데 상당히 수월할 것이다. 부채총액도 44억 8,000만 원 정도로 경기도에서 중간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호조건의 지자체가 위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남도 하는데 나도 하자’는 소위 ‘이웃효과’를 유발해 경영상태가 좋은 다른 지자체들의 위탁도 늘어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는 경영상태가 열악한 지자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것이 위탁이었고, 정부도 그런 지자체들을 명분으로 위탁을 종용해왔다.

지금은 환경부가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수공 위탁이라는 종착지를 염두에 둔 채 지방상수도를 몇 개씩 묶어 관리의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통합관리를 추구해온 것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이제 수공이 환경부와 함께 계획했던 한강북부권역의 8개 지자체 중 3개가 묶이게 되었고 연천, 철원, 고양, 포천, 의정부 등 나머지 5개 지자체도 검토 중인 곳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강북부권역의 통합은 대세가 되어 버렸다.

2. 밭주인은 알고나 있나?

새사연은 이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상수도 위탁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세계 물의 날, 당신의 물은 안녕하십니까』, 『무책임한 상수도 위탁, 부작용은 주민의 몫』, 손우정, 2009.3).

새사연이 지적한 문제가 파주시의 위탁계약서에서도 똑같이 드러나 있다.
① 수공의 초기 출혈전략에도 불구하고 위탁 전 기간에 걸쳐 수공이 안정적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고,
② 수공의 원ㆍ정수 공급에 더욱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③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주민투표가 가결되더라도 위탁잔여기간까지 상당한 액수의 기대이익을 배상해야 한다.
④ 위탁대가를 조정할 수 있는 사유를 넓게 설정해서 정보의 우위에 있는 수공이 위탁대가의 인상을 용이하게 하고 있으며,
⑤ 당장의 상수도 투자재정이 없어 수공에 의존한 대가치고는 너무 많은 지자체 재정과 주민들의 수도요금이 지불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파주시의 위탁결정과정에서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어 다소 길게 소개하고자 한다.
전국적으로 위탁에 대한 반대운동이 심했기 때문에 파주시의회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위탁과정에서 주민의 참여와 종사자들의 고용승계 문제 그리고 수질개선을 위한 투자 등에 대해 질의하였다.
답변자로 나온 김영구 파주시 건설교통국장은 이와 관련해서 주민참여는 법에서 정한대로 했고 고용승계는 당사자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였으며 수질개선투자도 수공이 유수율을 88퍼센트까지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민들의 우려를 걱정한 한 의원은 다음과 같이 따져 물었다.
“지금 검토 용역 보고나 실시협약 등이 의회에서 다루는데 달랑 안에 대한 한 장을 가지고 의회를 통해서 동의해 주십시오 하는 부분은 상당히 미숙하고 의회에 대해서 무조건 해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도 가미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교통국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위원님 말씀에 일부 홍보부분은 저희가 더 열심히 추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하신대로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몰라도요, 지금 말씀하신 위원님 말씀은 사전에 민간위탁에 대해서는 의회에 사전 설명을 해드리고 이러이러한 의회에서 향후 민간위탁으로 갑니다, 하는 것을 의회를 통해서 말씀 올렸기 때문에 소홀히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단지 위원님 입장에서 보실 때 결례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의회에 민간위탁 동의안 사전에 설명 드린바 있습니다.”(2008.12. 파주시의회 도시산업위원회 회의록 중에서)

과연 담당 공무원의 항변처럼 시의원들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을 탓해야 할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상수도 위탁과 같이 중요한 사항을 시의원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요식적인 절차만을 밟아 추진하려는 관료적인 태도가 아닐까.

게다가 파주시의 위탁계약서(파주시 지방상수도운영효율화사업 실시협약서, 2009.2.25)를 살펴보면 과연 파주시가 이미 위탁을 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계약서를 제대로 훑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예천시의 ‘비상급수 등 공익상 필요한 경우 상수도의 무상제공’ 조항, 단양군의 ‘조례에 따른 감사’ 조항, 서산시의 ‘자체 및 상부기관의 감사와 평가에 응하고, 시정조치사항은 즉시 시정하거나 재협상’ 조항 등과 같이, 추상적인 계약서 문구에 지자체의 권익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한 조항들을 넣으려는 노력들이 파주시 계약서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산시의 재협상 조항은 상위기관이나 법의 시정명령에 따라 계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파주시는 오히려 5년 단위의 평가조항을 신설함으로써 1년 단위의 감사와 정보 공개가 5년 단위로 느슨해질 가능성마저 있다.
또한 정읍시나 고령군은 특수계약직을 채용할 때 거주자 채용을 요구하는 세밀함까지 보였다. 반면, 파주시는 초기 위탁에서 보이던 고용전환자의 임금 수준이 현재보다 높아야 한다는 조항 뿐 아니라 양주시의 ‘정년보장’ 조항도 보이지 않는다. 개악된 조항인 ‘통합운영에 따른 근무지 변경가능’ 조항만 살아있는데, 파주시의 위탁은 인근 동두천, 양주시와 통합운영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고용전환자의 근무지 강제이동은 불가피할 것이다.
게다가 2006년 계약한 서산시의 경우 수도요금 체납금이 발생할 경우 지자체가 70퍼센트를 부담하던 관행을 깨고, 수공이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반면, 파주시는 체납금에 대한 기본적 책임을 파주시가 지고 최근 5년간 체납율을 상회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수공이 절반을 분담하기로 했다.

파주시의 입장에서는 필자가 작은 부분에만 연연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파주시민들에게 충분한 자료와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권자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판단할 기회조차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파주시민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는 언제 실린 지도 모를 일간지 홍보와 50명만이 참가한 주민공청회 뿐이었다.

3. 궁금하다, 김문수 도지사의 본심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인 지금,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나라당의 후보들이 여럿 있겠지만 지자체장 가운데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맞수라 할 수 있다. 김문수 도지사는 지방상수도의 위탁을 통해, 오세훈 시장은 서울상수도본부의 책임운영기관화를 통해 물을 민영화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필자가 오지랖 넓게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조언을 한다면 경기도의 상수도 문제를 푸는 것이 업적을 쌓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오래 전부터 자체 취수를 통해 원ㆍ정수구입비가 2007년 현재 457억 원에 불과하지만, 경기도는 3,476억 원이나 된다. 인천조차도 700억 원대의 원ㆍ정수 구입비를 줄여보려고 수공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데 경기도는 조용하기만 하다.

지난 2월 10일 있었던 환경부의 ‘지방상수도 광역화 계획에 대한 간담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많은 민간전문가들은 정부가 광역화로 규모를 키워 위탁이나 민영화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수공과 날을 세우게 되면서 위탁이나 민영화 없는 광역화론을 흘리고 있긴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그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사연은 ① 경기도 차원의 지방상수도 광역화를 통한 효율화와 ② 서울시와의 연계를 통한 원ㆍ정수 구입비용 절감을 제안한 바 있다.

아마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국민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위탁이나 민영화 없는 경기도 상수도 통합을 추진한다면 시민단체나 경기도민들이 적극 지지할 것이다. 경기도 차원의 서비스 질을 상향균질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과의 공동연구(『 상수도 위탁과 광역관리계획비판』,김일영, 손우정, 2008)에서 제기했듯이 경기도는 <표1>과 같이 비용을 절감하면 소속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 사업을 서울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통합관리 기대효과’는 인구밀도나 급수인구 규모가 시범지구보다 월등히 유리한 경기도의 여건을 반영하지 않은 보수적인 추정치다.

파주시의회의 도시산업위원회에서 시행정부는 상수도 위탁에 대한 제안 설명을 통해 ‘위탁기간은 20년이며 총 투자비는 2,469억 원으로 시설개량비 1,039억 원, 운영관리비 1,430억 원’이라고 밝혔다. 파주시 의원들이 얼마나 상수도에 관해 밝은지 알 수 없지만 회의록만 보면 마치 2,469억 원을 수공이 투자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수공은 <그림3>에서 보듯이 시설개량비를 초기 투자한 뒤 점차 줄이게 되며, 그것도 위탁대가에 포함해 모두 회수한다. 시 공무원이 얘기한 2,469억 원은 모두 지자체 재정에서 언제 지출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지출해야 할 돈이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상수도 사업은 서비스사업으로 수돗물을 경제재로 인식하고 효율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자체가 움켜쥐고 있을 시대는 지났다”며 위탁이 오히려 진취적인 대안인양 주장했다. 하지만 서비스 선진국이라는 미국조차도 지방자치단체가 상수도 사업을 책임지는 추세라는 걸 모르고 하는 얘기다. 유 시장은 현 직영체제보다 수공 위탁 시 톤당 32원 90전이 유리하고, 20년간 총 260억 원, 연평균 13억 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싶은 것이다. 물론 당장은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인구 증가에 따라서는 현 구조에서도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도 차원의 통합보다 현재의 개별 위탁이 더 좋은 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래 <그림4>에서 보다시피 2006~2007년 경기도의 누수율은 답보상태였던 반면, 서울시는 특별시 차원의 단일한 상수도 조직을 통해 탐지누수역량을 활용함으로써 누수율을 상당히 떨어뜨리고 있다. 경기도는 여전히 신고된 누수를 처리하는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2007년도에만 504억 원을 지방상수도에 지원했다.

경기도가 누수량으로 인한 재정손실만 650억 4,000억 원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기도가 도차원에서 누수관련 통합전문조직만이라도 운영해도 상당한 재정적 이득을 얻는 것은 물론, 향후 경기도 차원의 지방상수도 통합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

새로운 대안은 항상 예산 때문에 거부당하기 일쑤다. 매년 상수도 보조금으로 지출되는 504억 원을 활용하여 누수율부터 낮추면서 통합조직을 만들어가고, 더불어 높은 원ㆍ정수 구입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연간 2,388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내심이 정말 궁금하다. 경기도 지자체들의 상수도 위탁 도미노 현상을 보고만 있는 것이 무능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위탁을 통한 민영화가 지론이기 때문일까.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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