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 4. 8. 09:21

3, 4월은 배당의 계절이다. 많은 주식회사들이 12월에 결산을 마치고, 2월과 3월에 걸쳐 주주총회를 열어 배당금 지급 여부를 결정한 후 4월부터 실제 배당금을 지급한다. 지난 27일에는 483개 기업의 주주총회가 한꺼번에 열리면서 ‘슈퍼주총데이’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줄어든 탓에 주주총회 자리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특히 은행권에서의 배당삭감이 눈에 띈다. 우리금융과 KB금융지주는 올해 실적부진으로 아예 배당을 전면 유보하기로 결정내렸다.

배당은 주주들의 불가침 권리인가?


배당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가 ‘주주들에게 반드시 배당금을 지불해야 된다’는 확고한 생각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은 이전부터 은행들의 배당금 지급이 너무 과하며,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는 임금 삭감보다 배당금 삭감이 맞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인 배당금을 빼앗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시장경제를 전면 부인하는 주장이다’라고 반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역시 배당에 대한 ‘확고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배당 여부와 배당금의 규모는 이사회에서 일차적으로 결정을 내린 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확정된다.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서 무배당을 결정할 수도 있다. 억울하다면 주식시장에 주식을 팔면 된다. 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했고, 주주들은 투자를 하기 위해 주식을 샀다. 즉, 주식의 본래 취지는 기업활동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기업이 경영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이유는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의 발표에 의하면 12월 결산 법인 중 배당을 실시하는 법인은 총 733개로 전체 결산법인의 43.9퍼센트이다. 작년의 856개와 비교했을 때도 15.3퍼센트 감소한 규모이다. 총 배당금액은 8조 9,534억 원으로 역시 작년의 14조 2,661억 원에 비해 37.2퍼센트가 감소했다. 작년에 비해 감소한 수치들이지만, 경제위기로 감소한 이윤에 비한다면 배당금 감소는 미미한 편이다. 임직원들의 임금 동결과 신입 사원 임금 삭감 등에 비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실적 감소해도 스톡옵션은 받는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들이 올해 임직원 등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가운데 20개 기업이 573만 7,527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19개 기업이 460만 456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에 비해 24.72퍼센트나 늘어난 것이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사서 일정기간 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싼 값으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해 줌으로써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북돋는 일종의 보상제도이다. 경제는 안 좋고, 기업들의 실적은 적자를 기록하는 마당에 자기네 임직원들에게만 보너스를 준 셈이다.

특히 은행권에서의 스톡옵션 지급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경제위기가 닥치자 자본확충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대출을 거둬들이고, 정부로부터 자금도 지원받고, 배당금도 줄이면서 자신들 보너스 만큼은 열심히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파산한 미국의 AIG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해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이런 여론에 밀려 신한지주는 임직원 107명에게 주기로 했던 61만 4,000여주의 스톡옵션 제공을 취소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여론을 무시하고 본부장급 이상 임원에게 49만주, 신임 클레인 행장과 장명기 수석부행장에게 총 98만 5,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결정내렸다. 외환은행의 지난 4분기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16.6퍼센트 감소한 상황이다. 외환은행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잭 웰치의 고백 “주주자본주의는 어리석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는 주주자본주의가 자리잡았다.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 단기적인 주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발생한 이익을 투자하기 보다는 배당하는데 급급하고, 더 많은 단기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강행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따위는 말도 꺼낼 수 없다. 주주들이 손해보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때문에 ‘주주들의 배당금은 반드시 지불되어야 하는 절대권리’로 인식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 ‘주주가치 운동’을 주장해 온 주주자본주의의 아버지, 제네럴일렉트릭(GE)의 전 회장 잭 웰치가 <파이낸셜 타임스>를 통해 “주주가치는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라며 뒤늦은 후회의 심경을 밝혔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금융자본주의가 무너지고,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해 온 주주자본주의마저 무너지고 있다.

<용어 공부>

▶배당


주주들에 대한 기업의 이익 분배. 연중 마지막 거래일에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배당이 실시된다. 주식 거래에 3거래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적어도 12월 29일에는 주식을 구입해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보통 현금으로 배당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주식으로 배당하기도 한다. 매년 연말에 하는 배당을 정기배당이라 부르며, 연중에 하는 배당을 중간배당이라 부른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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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익이 났으면 수익규모에 맞게 배당률을 정해 지급하면 그만이고 수익을 못내면 주주들도 배당금을 못받는건 당연한 건데 그걸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이사회에서 마음대로 배당을 못한다 한다 결정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판단됩니다. 이사회가 회사의 주인입니까 아님 수많은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입니까? 지금과 같이 낙후된 주주총회 시스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앞으로 주주들의 결속력이 강화되는 미래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주총회는 무척이나 낙후돼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 몇몇 대주주들에 의해 주주총회가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2009.04.08 11:38 [ ADDR : EDIT/ DEL : REPLY ]
  2. 부언하자면 새사연 이번 칼럼 타이틀에서 "임금은 삭감하면서 배당금 삭감은 왜 안돼" 라고 말씀하셨지만 해당 기업이 그 회계연도 실적에 따라 개별 배당금 액수가 정해지는 만큼 삭감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삭감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수익이 1원이라도 났으면 그걸 모든 주주에게 정확하게 배당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물론 실제로 1원 같으면 재투자금으로 돌리고 말겠지만...

    2009.04.08 12:02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09.04.08 14:0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