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한 대학 중퇴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등록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부모가 서러움에 자살을 하거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유괴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접어 들면서 이제 대학은 ‘우골탑’이 아닌 부모의 등골을 팔아먹는 ‘모골탑’이 되었다. 대학생과 시민단체들은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이룰 수 없는 사회에 분개하며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이에 새사연은 두 차례에 걸쳐 대학등록금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당면한 과제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봄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건만 우리네 경제상황은 아직 겨울이다. 꽃이 피기를 시샘하기는커녕 새싹이 돋아나긴 할지 불안한 요즘이다. 서민들은 과거 외환위기를 떠올리며 가계소비를 바짝 조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조여도 줄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녀교육비이다.

‘내 자식만큼은’ 혹은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늘어나는 사교육비도 이제는 선택사항이라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등록금 문제는 더욱이 피해갈 수 없는 부담이다. 84퍼센트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을 따져봤을 때 값비싼 대학등록금은 전 사회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자장면 500원 오를 때, 등록금은 50만 원 인상

유행처럼 번진 ‘등록금 천만원 시대’라는 말처럼, 2008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국립대 417만 원, 사립대 738만 원이다. 사립대는 2006년부터 해마다 6퍼센트 이상의 상승률을 보여 의대나 공대, 예체능계 대학의 경우에는 1000만 원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대부분의 사립대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등록금 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들이 애용하는 라면, 두부와 같은 생필품 50여개를 놓고 ‘MB물가’라는 말까지 써가며 가격 상승을 잡으려 했지만, 이들 품목들은 오히려 소비자물가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라면과 같은 상품은 비싸도 대체품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학은 돈 없으면 안 가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정작 서민가계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등록금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무심했다. 그 결과, 자장면 값이 500원 오를 때 등록금은 50만 원이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3.9퍼센트였으나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6.7퍼센트로 두 배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제 사립대 등록금은 서민 가정의 월급 두 달치를 고스란히 모아야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지난해 3/4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약 347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사립대 등록금은 738만 원으로 두 배에 이르렀다. 두 달간 아무것도 먹지도 사지도 않아야 등록금을 낼 수 있다. 하루 벌어 사는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 역시 대학생 자녀가 한두 명만 되어도 노후를 대비한 저축은 꿈같은 얘기다. 그나마 자녀 중 한 명이 남학생이면 일찍 군대를 가는 방법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림1] 2003-2008 국공공립/사립 등록금 및 물가 인상률


국공립대도 예외가 아니다. 2007년도 국공립대 등록금이 10.3퍼센트나 인상되는 등 2003년 이후 7~10퍼센트의 높은 인상률을 보여 최근에는 사립대 등록금 인상까지 주도하는 추세다. 이렇듯 대학의 등록금이 급격히 오른 것은 1989년, 2003년 각각의 사립대와 국공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은 해방 후 계속 ‘우골탑’이라 불릴 정도로 높았지만,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로 등록금 상한제가 풀리면서 인상 요구는 가속화되었다. 등록금 가격책정의 기준을 제시하던 교육부의 역할이 대학에 넘어가자 안 그래도 삐죽삐죽 터져나오던 인상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재산불리기에 ‘올인’한 대학, 교육의 질 향상에는 소홀

그렇다면 각 대학이 해마다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대학들은 물가상승과 학교의 어려운 재정상태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물가상승률보다 2~3배 높은 등록금 인상률과 각 대학에 과도하게 쌓인 적립금 현황을 살펴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조 6,860억 원이었던 적립금은 2007년에는 5조 5,833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 7년간 해마다 4,000억 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대학의 총 등록금에서 학부모가 부담한 비율이 6조 8,000억 원임을 감안했을 때, 5조 6,000억 원의 적립금은 전국의 대학생이 학비를 조금만 내도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학은 누적적립금은 뒤로 챙겨놓고 재산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여유 자산이 많음에도 재정상 어려움을 주장하며 해마다 등록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학교별로 살펴봤을 때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누적이월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 중 2007년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이화여대로 적립금이 5,115억 원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화여대는 2008년에 등록금을 5.9퍼센트나 인상했다.

또다른 문제는 대학이 이렇게 모아둔 적립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적립금의 목적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사립대 적립금의 세부내역은 대부분 연구기금, 장학기금, 퇴직기금, 건축기금, 기타기금으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대학은 교육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연구기금이나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학기금 등의 적립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전체 적립금의 84퍼센트가 건축기금(43퍼센트)과 용처를 알 수 없는 기타기금(41퍼센트)으로 적립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기금 운용계획도 명확하지 않다. (참여연대, ‘대학 재정운영과 등록금 책정 타당성 관련 실태 보고서’).

열악한 고등교육재정, 대학들 등록금 의존율만 높여

사실 대학이 재정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의 열악함도 한 몫을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예산 전체 규모는 연평균 9.2퍼센트씩 증가했지만, GDP 대비 교육비 구성을 봤을 때 정부 부담 비율은 4.3퍼센트로 2005년 OECD 평균 5.0퍼센트에 비해 부족하다.

안 그래도 정부의 지원이 모자란 상황에서 교육비를 초중등교육단계와 고등교육단계로 나누어 지원하다보니 고등교육단계에는 정부 지원이 더 적게 돌아간다. 부문별 투자 배분을 볼 때, 초중등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비중이 86.9퍼센트로 대부분을 차지해 정부 부담 비율이 OECD 평균치와 유사한 반면, 고등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는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고등교육예산은 늘 후순위로 밀리고 형국을 보여준다. 이에 2005년 OECD 30개 국가들은 고등교육에 정부가 부담한 평균 비용이 GDP 대비 1.1퍼센트였지만 한국은 0.6퍼센트로, OECD 평균의 절반밖에 못 미치는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다.

                                     [표1] GDP 대비 교육단계별 교육비 구성
* 출처 : OECD. Education at a Glance. 각 년도

그렇다면 정부는 왜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는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걸까. 그것은 정부가 시장주의적 대학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고등교육에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교육비용을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정부는 비용 부담을 분산해 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국립대 민영화’와 다름없는 국립대 법인화 계획을 추진하고 2010년부터 연간 4조 원을 이상의 교육세를 폐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우리나라의 대학 예산에서 정부지원금 비율은 1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대학 예산의 70퍼센트 이상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낮은 정부지원은 곧 높은 등록금 인상으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에서 정부보조금 외에 대학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항목으로는 등록금, 재단전입금, 기부금, 대학 자체 수익(자산 및 부채수입)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중 재단전입금은 운영수입대비 전입금 비율이 1퍼센트 미만인 대학이 전체 대학의 37.2퍼센트(2005년)에 달하는 등 재단이 전입금 부담 의무를 방기하는 대학이 많고,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또한 대학 자체 수익구조를 보면,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수익용 기본재산 역시 부동산(토지)이 대부분이어서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각 대학은 재정확충 방안을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선차적임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등록금을 올리는데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립대는 재정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최순영 전 의원(민주노동당)이 발표한 2006년 ‘대학교 등록금, 재정실태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77.4퍼센트였다. 2001년 70.1퍼센트에서 6년 사이 7.3퍼센트 상승했다. 외국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30~5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대학 재정의 70퍼센트 이상을 학부모와 학생의 몫으로 전가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등록금 인상은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를대로 오른 등록금, 대출이자만 낮춘다고 되나

치솟는 등록금과 극심한 경제불황으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은 한계를 넘어섰다. 얼마전 어려운 가정형편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자퇴한 후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리며 전전하던 20대 청년이 다리에서 투신해 숨진 사건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난 2월 한 구인구직 포탈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생 및 휴학생은 ‘등록금 및 학비 마련’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응답이 33.3퍼센트가 나왔다. 생계비 마련이나 부수입 마련 등의 기타 항목에서 10퍼센트 대의 응답이 나온데 비해 월등히 높아,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등록금 관련 대책은 대부분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장학금의 액수를 늘리고, 학자금 대출을 받은 후에 가계수입이 크게 줄면 대출 이자를 낮춰주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충분히 오를대로 오른 등록금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며, 당장 각 가정의 등록금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이 -4퍼센트까지 추락하며 선진/신흥 20개국(G20) 중 최하위를 기록할 것이고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각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계지출 중 가장 부담이 큰 것은 자녀교육비 부분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에게까지 지출되는 사교육비와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대학등록금에 대한 대안 마련이 곧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 중 하나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학 등록금 문제의 진정한 해법이 무엇인지 정부가 다시금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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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 대학교에 돈을 상납하고 학벌을 따는 구조는 폐쇄해야 합니다. 이것은 소수 부유층이 사회진출을 손쉽게 하기 위한 편법이 되어 버렸습니다. 입사지원서에 학벌기재를 철폐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의대나 법대 같은 인기학과는 직업교육 체제로 전환해 저비용 고효율화 시켜 누구나 뜻과 의지만 있으면 지원해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제 다 드러난 우리 교육의 문제를 왜 애써 왜면하는 걸까요? 참 괘씸하고 무성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게 기득권 정부의 한계입니다.

    2009.04.02 09:1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