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셰어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 정부는 연봉 2,000만 원 이상인 공기업 대졸 신입 사원의 임금을 최대 30퍼센트 깎는 대신 인턴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경련이 그 뒤를 따르고 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신입 사원의 임금 삭감은 기존 직원들의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 아니라 임금 빼앗기

하지만 잡 셰어링은 경제위기의 고통을 사회적 약자인 청년실업자와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사기이다. 우선 현재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하는 잡 셰어링은 오로지 ‘임금 삭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의한 바에 의하면 잡 셰어링(Job Sharing)은 업무의 분할을 통해 1명의 풀타임 일자리를 2명 이상의 파트타임 일자리로 나누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이란 개념도 정의되어 있는데,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즉, 노동시간은 그대로인 채 임금을 삭감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국제적 정의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현재 노동자들의 임금을 빼앗아서 다른 노동자에게 주려고 하는 것이다.

잡 셰어링이 사기인 명백한 이유는 임금 삭감의 대가로 이루어지는 신규 채용 계획이 매우 부실하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을 수립한 149개사의 올해 채용규모는 1만 2,234명으로 지난해 2만 1,685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조선일보가 잡 셰어링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한 공기업, 대기업, 금융회사 등 36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정규직 직원을 전년 대비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곳은 7곳에(20퍼센트)에 불과했다. 나머지 28곳(80퍼센트)은 정규직 채용 계획이 아직 없거나 아예 인원수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 침체로 경제 회복에 도움 안돼

게다가 이런 식의 일자리 창출은 경제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소비 회복이란 명분으로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깎고 있다. 가처분소득인 임금이 줄어들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새로 생긴 일자리 또한 저임금의 단기 인턴이 대부분이라 장기적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가계부채가 점차 증가하면서 가구 당 부채가 4,128만 원에 이르러 가계 파산의 적신호가 울리는 가운데 임금을 깎는 일, 특히 대학등록금 대출로 인해 이자와 원금 상환의 짐을 지고 있는 대졸 초임자들의 임금을 깎는 일은 위험하다. 세계 경제위기로 수출마저 급감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내수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지금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이다.

더 본질적으로는 경제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왜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어야 하는지, 왜 대졸 신입 사원의 임금이 삭감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던져야 한다. 노동자들이, 신입 사원들이 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만든 것도 아니며, 경제 위기를 가져온 것도 아니다. 책임을 따지자면 경영자들에게 있을 것이다. 기업의 고위직 임원들도 임금을 ‘반납’한다고 하나, 그들의 반납은 일회적 감축인 반면에 노동자들의 삭감은 구조적 감축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고액 연봉 상한제와 배당금 삭감이 타당

시대를 잘못 타고난 죄 밖에 없는 대졸 신입 사원들의 임금은 약 2천~3천 만 원 정도이다. 연봉 전문사이트 ‘오픈샐러리’(www.opensalary.com)에 등록된 실제 1년차 이내의 대졸 신입사원 9,000여명의 2008년 평균연봉이 2,150만 원이다. 반면 주요 공공기관장 연봉은 2억~3억 원이다. 2008년 1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수출입은행장과 산업은행장은 3억 2,300만 원, 한국전력공사장 2억 3700만 원이다. 시중 은행장의 연봉은 이보다 높아서 최고 20억 2,500만 원(2008년 국민은행장 연봉)에 이른다.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은 또 어떠하랴. 이런 빵빵한 연봉자들을 두고 왜 대졸 신입 사원들의 임금을 깎는 것만이 경제를 살리는 해법이 되는 것일까?

미국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경우 연봉을 50만 달러 이상 받지 못하도록 했으며, JP 모건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주주 배당을 대폭 삭감했다. 이처럼 고액 연봉자들의 연봉 상한제를 도입하고, 주주들의 배당금을 삭감하는 것이 기업 경영에 대한 경영자와 주주의 책임을 물으면서 고용도 증가시키는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아니면 전국공무원노조의 주장대로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한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300여억 원을 일자리 창출 기금으로 쓰는 것은 어떨까?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