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3.05 10:04

쌍용협력업체 부도와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

우려하던 일들이 자고 일어나면 매일 현실로 변하고 있다. 2009년 2월 초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납품대금이 묶여 자금난에 시달리던 쌍용차 1차 협력업체 융진, 유진에스테크, 유진정공 등 3개 부품사가 결국 며칠 전인 3월 2일에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3월 말까지 약 7~8개 협력사가 추가로 부도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이들에게 하청을 받아 납품하는 수백 개의 2, 3차 협력업체가 결재대금을 못 받게 돼 연쇄부도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2, 3차 협력업체를 포함해 쌍용차에 납품하는 업체는 대략 500~600개에 이른다. 실물경제로 번진 제조업 위기의 확산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한마디로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부도 업체들이 이미 쌍용자동차의 주채권은행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이데일리 2009년 3월 3일자).

이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이 앞 다투어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대응이다. 정부 지원으로 회생시켜봐야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한국은 보호무역주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국 산업 보호를 꺼리는 것인가? 만약 이런 이유라면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세계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해 진정 우리나라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말로는 자유무역, 실제로는 보호무역으로 간다

2009년 접어들면서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2008년 11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본격 전이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세계 각국은 짧은 시간동안 파상적으로 자국 산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는가 하면 타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에 장벽을 치기 시작했다. 말로는 보호무역주의 우려를 주장하지 않는 국가들이 없지만, 실제로는 이와 무관하게 보호무역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 특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 범위가 다양하다.
▶ 금융분야 : 정부지원을 받는 금융기관들에게 의무적으로 국내 대출 확대 요구하거나 국외 대출 제한 등
▶ 기업분야 : 정부가 지원하는 제조업에 대해 국내 생산유지 요구, 해외 아웃소싱 금지 요구, 자국산 차량 구입에 한해서만 보조금 지급 등
▶ 고용분야 : 실업률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내국인 고용우대정책 실시 등
(한국은행, <선진국의 신보호주의 대두와 향후 대응>, 2009/2)

이외에도 미국은 2월 17일 서명한 경기부양법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사업에 투입되는 철강 등의 제품에 대해 자국산 만을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조항을 단서조항으로 넣기도 했다.


둘째,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을 직접적으로 무시하거나 간접적으로 피해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무역기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8년 10월 이후 관세인상, 수입제한 등의 방식으로 시행되거나 검토 중인 각종 무역규제조치는 38건에 달한다. 이들 방식은 크게 무역규제(관세 및 비관세)와 국내산업 지원책(구제금융 및 경기부양)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엘지경제연구원, <최근 보호무역주의의 특징과 영향>, 2009/2).

특히,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우회적인 보호주의 수단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인위적 환율조정, 고용보호 목적의 입법과 기업 세제혜택 부여, 수출세 환급 등이 늘어나고 있고, 이 외에도 민간부문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기업에 대한 지급 및 채무보증 등까지도 포괄하면 보호무역주의 양상은 훨씬 더 큰 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애초에 자유무역은 강대국 시장개방논리의 하위 변수였다

현재 전 세계 경제가 금융차원과 실물차원에서 공히 기반이 붕괴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각국 정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각종 공공프로젝트를 계획하는 한편,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들에 대한 공적 자금투입이나 지급보증, 세제지원 혜택 등을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 저소득층이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현금지원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정부의 부양책들은 대체로 자국 산업 보호라는 틀로 넓게 해석해버리면 거의 모두 보호무역주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악화되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확대되면 될수록 필연적으로 보호무역주의 논란은 그에 비례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경기부양이라는 명목이든, 아니면 부실기업 지원이라는 이름으로든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 거의 틀림없다. 또한 수년간의 침체 후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전과 같은 자유 시장경제에 기초한 자유무역 형태가 부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즉 향후 세계경제와 세계 무역 체계의 대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예상되는 굵직한 변화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 자체의 변형이 예상된다.
▶ 신자유주의가 낳은 최고의 히트상품인 금융자본주의도 대전환을 겪을 것이다.
▶ 신자유주의 기반이었던 고용유연화 기조도 필연적으로 퇴색될 것이고 고용에 대한 인식과 개념도 바뀔 수 있다.
▶ 신자유주의가 구축했던 자유무역질서인 WTO, FTA 체제도 장기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불황을 분기점으로 세계경제의 추세적 전환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애초에 실질적 자유무역주의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자유무역주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늘 강대국의 시장개방 논리의 하위 변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슈퍼 301조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자유무역주의는 언제나 강대국의 논리였으며,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호무역을 주장했던 것이 국제 무역질서의 역사였다. 이는 수출 주도형 국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또한 같은 자유무역이라고는 하지만 그 수준과 범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교과서적인 자유무역은 현실에 존재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무역 자유화 정도란 늘 국가 간 무역 장벽의 문턱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떤 범위에서 조절하는가에 따른 상대적인 차이만이 존재했던 것이다.

특히 금융 보호주의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정부다. 그간 자유무역을 앞장서 설파해왔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우려한다는 그들의 언사와는 달리 주도적으로 보호주의 경향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유독 우리 정부만이 말로도, 그리고 행동으로도 자유무역을 실천하고 있다. 심각한 우려가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3일 뉴질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부 국가들이 자국의 산업과 고용만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나 보호주의로의 후퇴는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해 세계경제 회복을 늦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후퇴조짐이 뚜렷한 FTA 정책 역시 변하는 시대감각을 전혀 읽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 기업연구소들 조차 “(미국이) 당장 한-미 FTA 발효가 경제회복에 도움보다는 부담이 되는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를 못 느낄 것”(엘지경제연구원, 위 자료)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이를 서둘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최근 아예 한-뉴질랜드 FTA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무역이란 쌍방 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자유화는 항상 상응하는 가운데 진행돼야 한다. 한쪽은 자유로운데 다른 쪽에 장벽이 있다면 그 순간 자유무역주의는 허구가 되는 것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발점으로 각 국가들은 서로 조금씩 허물어졌던 국가 간 무역장벽의 턱을 조금씩 높은 수준으로 조절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보호무역주의라고 주장하든 그렇지 않든 당분간 이러한 경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일방적으로 문턱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2차 금융위기 충격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의 대외 개방도가 높은 국가들이 외부요인에 의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동유럽 국가들은 하나 같이 금융 자유화와 개방으로 경제발전을 이루려다 이번 금융위기로 좌초하고 있다. 중동의 두바이도 마찬가지다.

한국 역시 최근 외신들의 잇따른 우려 기사가 아니더라도, 이른바 금융자유화 역효과로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며 은행의 채무가 쌓여가는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금융부분에 대한 개방화와 자유화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금융보호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를 긴급히 점검해야 할 때다.

적어도 외부 충격에 의해 자국경제의 기반이 흔들리는 정도면 자유무역이냐 보호무역이냐를 떠나서 당장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자유무역이 각 국가의 국민경제를 함께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그것은 자국 국민경제의 대외적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유효성을 가질 수 있다.

국제 무역질서에서 쌍용차와 협력업체 부도를 푸는 3가지 입각점

다시 쌍용차 협력업체 부도 문제로 돌아와 보자. 현재 쌍용차와 그 협력업체의 부도 위기에 대해 정부가 대처 수위를 정하는 기준은 오직 빛바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인 ‘경쟁력’과 ‘수익성’인 듯하다. 그러나 ‘보호주의 경향’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기준은 그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한참 빗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쌍용차나 협력업체의 경영위기를 푸는 기준은 ▶ 자동차 산업이라고 하는 ‘산업적 관점’ ▶ 중소기업 집중 지원이라는 관점 그리고 ▶ 고용유지를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고용의 관점’이어야 한다.
우선 첫째로 쌍용자동차나 그 협력업체의 문제를 단순하게 국내 기업 구조조정의 문제로 보고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새사연은 이미 주장한 바 있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볼 때 자동차 과잉생산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구조조정 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새사연, <쌍용차 구조조정, 외국 경쟁차만 쌍수들 일>, 2009/2).

이 사안은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우리 국민경제에서 매우 유력한 기반을 구축해온 자동차 산업 전체에 대해 향후 어떤 산업보호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이자, 이후 어떠한 산업구조 전망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다. 특히 장기 글로벌 불황 국면에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키우고 또 이후의 경기회복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다. 대부분 국가들이 이런 차원에서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산업적 차원에서 전망을 세우고 이에 기초해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경영난에 빠진, 그것도 GM처럼 오랫동안 경영부진을 겪었던 것이 아님에도 일개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협력업체들의 부도위기에 대해서는 더더욱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식경제부는 일부 건설과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만을, 그것도 뒤따라가면서 상황을 수습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불황극복 계획을 세우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은행자금확충 펀드에 2조 원을 출자한다며 여유를 보일 때가 아니다. 시급히 쌍용차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한 금융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 국제수준에 맞추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둘째로 쌍용차 협력업체 문제는 곧 내수시장 보호를 위한 중소기업 회생정책의 가장 중요한 일환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2009년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50조 원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금융위원회, <08년 중 중소기업 금융지원 실적 및 09년 계획>, 2009/1). 실제 자금 확보가 되어있는가와는 별개로 정부의 의지를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으로 실천해야 한다.

셋째로 각 국가가 적자를 내고 있는 자동차 산업을 외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고용유지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정부도 알아야 한다. “현재 쌍용차의 1차 부품업체는 213개이며 2, 3차까지 포함하면 500~600개에 이른다. 이중 44개 업체는 쌍용차에 100퍼센트 전속된 업체다. 여기에 약 1만 3,000명의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 그리고 그 가족 수는 4만 명으로 평택시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새사연, 위의 글)

즉, 정부는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 문제를 ‘수익성’이나 ‘경쟁력’의 잣대로가 아니라 ‘고용유지’의 관점에서 평가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전에 결코 시행한 적이 없는 정책들마저 과감하게 도입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끝까지 국유화를 회피했던 미국이 결국 씨티은행을 국유화 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 자동차 산업 국유화 카드도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지 않은가.

한국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확실한 대책을 세우는 것, 이것이 자유무역이냐 보호무역이냐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내실도 없이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국제무대에서 반복하며 박수소리를 듣고 다니는 동안, 높아가는 것은 수출장벽이고 잃는 것은 내수 시장이며 무너지는 것은 고용기반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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