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을 휩쓸더니, 이제는 ‘3월 위기설’이 등장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3월 위기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불안과 위기가 만연한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새로운 위기설이 불거졌다고 해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떤 문제들로 인해 또 하나의 ‘위기’가 점쳐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불안정한 외환시장은 위기설의 확산에 있어서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25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16원으로 기록했고, 이 여파로 주가는 1,067원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올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률은 -16.37퍼센트로 일부 동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과 유럽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시장 위협하는 3대 위기

구체적으로 미국의 상업은행발 금융위기, 동유럽발 금융위기, 일본발 금융위기라는 3가지 요인이 현 위기설의 진원지로 꼽힌다. 먼저 상업은행발 금융위기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는 상업은행들이 이런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씨티그룹, 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상업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무너진 투자은행을 인수하면서 부실이 확대되기도 하였고, 경기 침체로 순익 자체가 감소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은행 국유화 방안이 무게있게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동유럽발 금융위기이다. 1990년대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자본주의로 복귀한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 자본의 유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 자체적인 경제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대외의존형 경제를 추구해온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그동안 투자된 자본은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결국 경제의 기반이 무너지고 국가채무는 갚을 수 없을 정도로 쌓여서 파산의 문턱에 서게 되었다. 이미 헝가리, 우크라이나, 리트비아 등 3개 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루마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등도 구제금융이 결정되었다. 문제는 이들의 파산이 이들에게 자본을 투자한 서유럽 은행들의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선진국 투자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

마지막으로 일본발 금융위기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이 3월 일본 기업들의 결산기를 맞아 일시에 회수되면서 금융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엔화 대출은 총 130억 달러에 불과하고, 이 중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20억 달러 미만이라고 한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위기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본 역시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경제가 전 세계에 투자한 엔화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다면 이로 인한 자금경색도 무시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미국 상업은행 부실과 동유럽의 파산으로 인한 서유럽 은행의 위기, 일본의 자금회수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에 투자된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 자본 유출은 자금경색으로 인한 환율 폭등을 시작하여 채권금리상승,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등 우리 금융시장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이 현재 이야기되는 제2의 금융위기다.

달러 확보 힘들어 불안한 외환시장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외환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외환보유고를 축적하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를 겨우 넘어선 정도이다. 여기에 10월에 갚아야 하는 한미 통화스왑 자금 300억 달러를 계산하면 사실상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 미만인 셈이다. 시중은행들 역시 외화차입 사정이 좋지 않다. 이제까지 지나친 단기 해외차입을 해온 탓에 지난해 10월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바 있어 달러 확보를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최근 무역 감소와 선박 시장의 위축으로 조선업체에 발주 취소나 연기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조선업은 우리의 주력 수출 부문으로 달러 확보에 큰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조선업의 불황은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특히 선박 수주가 취소되면 미리 받아놓은 선물환을 되돌려주기 위해 달러가 필요해진다. 초기 계약 당시보다 높아진 환율로 달러를 사서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위기설이 퍼지는 근본 원인

이렇듯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의 금융위기는 대외적 금융충격에 따라 자금이 이탈하면서 환율이 급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대책은 외환시장에 자금을 풀거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거대한 자금 변동에 대처하기 힘들다. 결국 본질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안은 대외적 금융충격으로부터 국민경제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투기자본의 활동을 규제하고, 단기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통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툭하면 터져나오는 위기설과 경제불안의 원인은 미네르바와 같은 경제 논객들의 비관론이 아니라 우리 경제 구조 자체에 있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