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난민이 등장했다. 지난 15일 MBC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보도된 이들은 새롭게 등장한 노숙자들이다. 월세방에서 고시원과 쪽방으로, 찜질방과 만화방으로 내몰리다 마지막으로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우리 앞에 닥친 경제위기, 그리고 특히 고용불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절감할 수 있다.

올해 실업자 100만 명 넘어

지난 11일에 발표된 통계청의 ‘2009년 1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1년 전에 비해 취업자 수가 10만 명 이상 줄어들어 ‘마이너스 고용시대’로 추락했다. 정부마저도 올해 경제성장률 -2퍼센트에, 취업자수 -20만 명을 예상하고 있을 정도이다. 1월 현재 실업자 수가 84만 명에 이르니, 낙관적인 편에 속하는 정부 예상을 따른다고 해도 올해 실업자는 100만 명에 이르게 된다. 또 얼마나 많은 햄버거 난민이 생겨날 것인가?

이러한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이 존재한다. 고용보험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장제도로 꼽히며 199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를 중심으로 한 실업보험뿐 아니라 고용안정 사업, 직업능력개발 사업, 육아휴직급여 등을 포함한 제도이다.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일부 제외조항이 있다. 노동자와 고용주가 각각 총임금의 0.45퍼센트를 부담하여 고용보험 기금을 조성한다.

고용보험 기금으로 생색내는 정부

그런데 최근 고용보험 기금이 매년 적자를 내면서 고갈될 위험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재 고용보험 기금은 7조 9,000억 원인데, 지난 해 고용보험 기금은 4조 4,000억 원이 걷혔으나 5조 2,000억 원이 지출돼 8,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는 4조 5,000억 원이 걷혔으나 5조 6,000억 원이 지출되어 1조 1,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실업급여 신청이 늘어나고, 기업들이 신청하는 고용유지 지원금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1월 한 달에만 고용유지 지원금으로 92억 원이 지출되어 고용보험 기금의 적자는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실업급여와 고용유지 지원금은 정부 재원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와 고용주가 분담하는 ‘고용보험 기금’을 노동부가 임의로 집행하는 것뿐이다. 은행이 위험에 빠졌을 때는 10조, 20조의 자금을 투입하던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한 재정지출 한 푼도 안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처럼 고용 문제가 심각할 때는 정부가 재원을 추가 투자해서라도 고용보험을 확충하고, 기타 고용안정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고용보험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우선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는 약 940만 명이다. 그런데 농민과 자영업인 등이 포함된 통계청 발표 경제활동인구는 약 2,400만 명이다. 여기에 취업준비생 60만 명과 그냥쉬었음 인구 170만 명을 합치면 실제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약 2,600만 명에 이른다.

따라서 현재 우리 고용보험의 혜택률은 실질적으로는 약 36퍼센트에 불과하다. 도산 위기에 몰린 600만 자영업인나 고용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자영업과 청년 실업까지 고용보험 확대해야

앞으로 우리에게는 외환위기 이상의 고용대란이 찾아올 것이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한 경제회복 역시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용보험을 확대하여 전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저소득층이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즉,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준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실시해야 한다.

우선 현재 임의가입방식으로 되어 있는 일용, 건설 노동자 등의 고용보험 적용 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다음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자영업인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취업준비생 등의 청년 실업자들도 고용보험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자영업인의 경우 최소 3년간 보험료 납입을 유예시켜주고, 청년 실업자들은 고용보험 기금에서 보험료를 전액 충당해주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정부가 떠안으라는 말은 아니다. 현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쏟아져나올 실업자들과 햄버거 난민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경제를 조기에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공적자금을 투자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용어 설명 

▶ 고용보험 적용대상 및 가입방식


1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 및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 1988년 10월 1일부터 1인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되었다.

단 △농업, 임업,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가 상시 근로자 4인 이하를 고용하는 사업 △총 공사금액이 매년 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금액(2004년 2,000만 원) 미만인 건설공사 △가사 서비스업 등 사업장 및 피보험자 관리가 매우 어렵다고 판단되는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적용이 제외된다.

적용 제외 사업의 경우 사업주가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서 고용보험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임의가입사업이라 부른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