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2.19 10:39
한국은행법 개정 논의 : 고용안정 명시와 민주적 통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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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은법 개정 논의 본격화 : 금융 안정 기능 강화

한은법 제1조(목적 조항)에 ‘금융(시장) 안정’ 추가
지난 2월 11일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한은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이미 지난해 이광재, 강봉균 등 민주당 의원들 또한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렵겠지만 여야 논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의 핵심은 한은법 제1조인 목적 조항에 ‘금융 안정’ 기능을 추가하여 금융위기 방지와 극복을 위해 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제고하자는 데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최종대부자 기능을 담당하고 지급결제 제도를 운영ㆍ관리하는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에 비추어 금융안정의 책임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은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사실 1997년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을 ‘물가안정’에 국한 한 한은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은법 1조는 “통화가치의 안정과 은행 · 신용 제도의 건전화”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김영삼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IMF 정책처방에 따라 한은법을 대폭 개정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안정’으로 한정한 물가안정 단일목표제다.

또한 재경원 장관이 겸임하던 금통위 의장을 한국은행 총재가 겸임하도록 직제를 개편해 ‘독립성’을 높임과 동시에 한국은행 보유하고 있던 은행감독의 기능을 축소하였다. ‘금융 감독 기구 설치에 관한 법률’을 신설하여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의 금융 감독 기구를 통합하여 1999년 1월 금융감독원을 설치한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은행의 은행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넘기고,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강화하면서 ‘물가안정목표제’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한 것이 개정의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비판하겠지만, 금융위기 예방과 극복 과정에서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은행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전이되는 과정에서 예방적 차원의 어떠한 경고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였다. 또한 주요 시중은행의 단기 외화대출이 급증하였음에도 적절한 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무엇보다 지난해 8월 초 금리인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했다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금리를 대폭 내리는 중대한 실책을 범하였다.
‘물가안정’이라는 협소한 정책 우선순위에 기인한 것이지만, 유가의 투기적 요인을 간과하여 상품투기시장과 유가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비용인상 인플레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책 처방 또한 부재했기 때문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한은법 개정에 동감하며, 몇 가지 쟁점 사항을 중심으로 개정 방향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2. 한은법 개정 방향

중앙은행의 목표 : 고용과 물가 그리고 금융안정
90년대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에 기초하여 각국이 ‘금융자유화’를 추진한 결과, 94~95년 멕시코 위기, 97년 동아시아 위기, 그 이후 브라질, 터키, 러시아, 아르헨티나에서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해왔다. 금융은 실물과 달리 네트워크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곳의 위험은 다른 곳으로 급격히 전염된다. 특히 급격한 ‘금융자유화’로 자본수지의 변동성이 심하고 자국 통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들은 전염의 위험에 매우 취약하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터진 이번 금융위기는 전 세계 각국으로 전염되었다. 이제 금융안정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특히 부동산 등 자산 가격 버블이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심화시켰는데 그 심각성은 2005~06년 한국의 부동산 버블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한은법 제1조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금융환경의 변화에 부합하는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안정 기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현행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단일목표제는 그밖에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고용안정 기능의 부재다.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완전고용’을 정책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첫째, 정책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거시경제의 핵심 변수인 금리와 통화량을 결정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권한과 능력에 비해 물가안정은 너무 협소한 목표다. 미국의 중앙은행만 보더라도 여전히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대공황 이후 1933년 25퍼센트까지 치솟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45년 미국에서는 ‘완전고용 법안’이 제출되었다. 그리고 수차례 논쟁 끝에 최종적으로 1946년 “최대한의 고용, 생산, 그리고 구매력”을 높이도록 정부의 책임성을 확고히 부과하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우선순위는 ‘고용 창출’이었다. 중앙은행의 명시적 책임으로 물가안정이 부과된 것은 1978년 ‘완전고용과 균형성장 법안’이 통과된 이후부터다. 지금도 미 중앙은행은 “최대한의 고용, 물가안정, 그리고 안정적인 장기이자율” 달성을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45년 최초 법안을 제출할 때, “모든 미국인은…유용한 정규직(regular and fulltime) 고용의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조항을 넣으려 하였다. 비록 이데올로기적 반대로 삽입하지 못했음에도 지금도 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에는 ‘고용’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32조에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뚜렷이 명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고 고용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조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목적 조항에 ‘고용’이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나 최근 ‘고용’ 문제가 양극화와 더불어 가장 첨예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중앙은행의 목적 조항에 ‘고용’을 추가하여 ‘완전고용’을 정책 우선순위에 넣어야 한다.

둘째, 물가안정목표제는 모든 인플레이션이 자연실업률을 초과하는 수요, 즉 임금상승에서 비롯한다는 명제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비용-인플레이션 사이의 관계 문제는 모형 내에 들어가 있지 않으며 이런 이유로 유가상승 등의 공급 측 요인에서 발생한 물가상승을 처방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결국 초과수요가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변수가 아니라면 테일러준칙*에 따른 금리상승은 물가안정에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만다. 따라서 비용이 가격을 결정하거나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단기 금리상승은 오히려 차입비용 상승을 통해 물가를 더 상승시키거나, 혹은 하락하는 경제를 더욱 침체시키는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석유 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면 물가는 내려가지 않고 경기는 더욱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물가상승이 공급 측면(혹은 비용 측면) 요인에서 발생할 경우, 테일러준칙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유가폭등에 따른 물가상승에 아무런 정책대응도 실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금리를 상승시킨 것도 바로 이처럼 이론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셋째, 물가안정목표제는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런 탓에 중앙은행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실제 경제적 성과(물가안정)가 과장되게 평가될 수 있다. 물가안정목표제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프리드먼의 자연실업률 가설은, 자연실업률보다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면 시차를 두고 물가만 상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할 경우 실업률이 낮아도 물가는 상승하지 않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의 구조적 변화란, 임금결정에서 노동조합의 협상력 약화, 세계화에 따른 기업의 가격결정력 감소, 정보화와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증가(단위비용 감소) 등을 포괄한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실업률 하락에 비해서 물가억제를 체계적으로 선호하게 되면, 실업률만 상승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물가안정목표제만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행위가 매우 협소하거나 단일한 결과만을 유발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실업을 비롯한 다른 중요한 경제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회적 이해관계 상충(trade-off)의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고용, 물가, 성장률 등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다양한 조합들 중 일부를 선택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민주적 원리를 위반하게 된다. 또한 중앙은행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선택과 집행에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을 지녀야 하는데,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기초가 과학적이어야 하며 현실 적용 또한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테일러 준칙을 제기했던 테일러 자신도 인정한 것처럼, 자연이자율, 자연가동률을 정확히 추정하지 않으면 물가목표 달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높으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드백 규칙에 따른다는 원래의 의도와 달리, 운용 과정에서 정책의 자의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금리가 물가와 실업률, 경제성장 그리고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한다면, 금융통화위원회의 성격에 따라 상이한 경제적 결과와 소득분배를 초래할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금통위가 낮은 물가를 선호하게 되면 자연이자율과 자연가동률을 자의적으로 선택하여 실업의 증대라는 사회적 고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도한 정책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게 된다.

중앙은행의 민주적 통제: 최소한 국회의 견제를 받아야
통화정책 추진을 위한 의사결정의 핵심이 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7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부총재를 비롯한 2명을 추천하고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1명을 추천하고 있다. 또한 민간단체로서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각각 1명을 추천하도록 한국은행법 13조 구성 요건에 명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한국은행이 3인, 정부가 2인, 재계가 2인을 추천하는 권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결코 물가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성장률, 실업률, 환율 등 다른 경제적 변수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와 금융시장에 상이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금리 결정은 단기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며 대출자와 차입자 등 다양한 형태로 소득분배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금리를 통상 분배변수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현재 한은법에는 기업과 은행의 이익을 대표하는 민간단체의 회장들만이 금통위 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을 달성했지만, 금융 시장과 재계로부터 독립되지 못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 강봉균 의원의 개정안은 민간단체의 추천 몫을 국회로 이양하고 중앙은행 총재 또한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행 한은법에 비해 한층 진전된 개정안이라 판단된다.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1인1표제’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지배구조는 유권자의 뜻을 모아 위임되어야 하며 민간단체 추천 몫을 제거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다. 또한 중앙은행의 책임성 제고와 민주적 통제를 위해서 중앙은행 총재뿐만 아니라 금통위 위원 모두 의회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 통화정책에 따른 이해관계 충돌의 합리적 조정, 한국은행의 ‘공익성’ 강화를 위해서 금통위가 노동계와 소비자단체 등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하며 국회의 추천에는 이러한 부분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의 금융감독 권한 강화
한국은행의 은행감독 기능은 97년 한은법 개정으로 대부분 금융감독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다만 금융기관 검사 및 공동검사를 금융감독원에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통화신용정책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매우 제한되어 있을뿐더러 자료제출 대상 기관이 협소하여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 운용이 매우 제약되어 있다.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 기능을 명시하려면 그에 비례하여 감독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검사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현재 한은법 상의 ‘금융기관’은 예금취급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알다시피 최근에는 금융기관 간 경계가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금융투자회사(증권회사)가 지급결제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금융기관’을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상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이럴 경우 금융감독원과 감독 기능이 중첩되어 자원의 비효율적 이용과 잠재적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금감원은 근본적으로 개별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즉 미시건전성 감독에 초점을 맞추지만 중앙은행은 시스템 위기 방지를 위해 국민경제의 거시적 안정성을 중시하므로 충분히 협력하고 견제할 수 있다.
또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스프링클러 하나로 만족하지 않고 소화기, 소화전 등 여러 예방 도구를 준비해 두는 것처럼 예방과 감독 기능의 중복이 초래하는 비용은 위기 발생에 따른 고비용에 비하면 오히려 효율적이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의 영리기업 지원
현재 한은법 80조에는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금융기관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며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로 한정하고 있다. 사실 법안 자체에 모호한 측면이 많은 것이다.
법안에서 말하는 통화신용이 통화인지 신용통화인지부터 우선 모호하다. 현재 금융위기는 심각한 신용통화의 수축기로 규정할 수 있지만 통화는 꾸준히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의 수축기라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금융기관의 경기-순응적 대출행태와 신용평가에 따라 신용은 경기변동에 따라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데, “심각한 수축기”가 어떠한 상태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특히 한나라당 개정안처럼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영리기업 지원을 적용하면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중앙은행의 신뢰 훼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리기업에 대한 지원은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을 통하거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 정부가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간기업의 부실이 중앙은행의 부실로 이어지고 발권력이 남발되어 중앙은행에 심각한 신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가 발생한 미국에서 영리기업에 대한 지원은 국회의 법률 제정을 통해 재무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3. 한국은행의 진정한 독립 : 민주적 통제

‘금융안정’ 기능을 확대하려는 한은법 개정 논의를 계기로 향후 금융 감독 체계를 개편하고 규제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규제완화’가 만명통치약이라 생각하는 CEO 대통령이 있는 한 그런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직후 한국은행을 방문하면서 정책 공조를 과시하는 등 예사롭지 않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민주당이 수차례 한은법 개정안을 제출했음에도 외면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도 의심스럽다.

부유층 중심의 무리한 감세정책과 엉터리 재정정책으로 국가재정이 갈수록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현재 정부는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막대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한국은행은 발권력을 통해 적자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즉 정부가 한국은행의 권한을 강화해주는 대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하는 정치적 거래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이유로 한은법 개정이 추진되어서는 곤란하다.

물론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은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에는 적극 동의한다. 또한 중앙은행이 오직 물가만을 목표로 하거나 물가편향적인 통화정책 추진의 오류를 극복하고 ‘고용안정’을 정책 우선순위에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할 수는 없다. 모든 것으로부터의 독립은 사실상 시장과 권력에 대한 종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진정한 독립은 유권자, 즉 국민의 뜻에 따라 민주적으로 통제될 때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금통위 구성에서 재계와 금융시장 추천 몫을 제거하고 국회의 추천과 동의를 구하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해야 한다.

* 테일러 준칙이란, 프리드먼의 자연실업률 가설을 중앙은행의 반응함수에 통합한 것으로, 물가와 총수요(고용 또는 가동률) 변화에 반응하여 중간목표인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최종목표인 물가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연실업률(통상 미국은 6%로 추정)보다 실업률이 낮거나, 물가목표치보다 물가가 높으면 금리를 올린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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