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건만, 이명박 정부는 경쟁과 평가를 중심으로 한 시장주의적 교육개악 드라이브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올해에도 예상되는 일제고사 실시, 자율형 사립고와 같은 특수학교 확대, 억압적 교원정책 강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원조였던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인 방향 전환에 착수하고 있다. 전임 정권의 교육 정책으로 미국이 경쟁력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양방향으로 크게 엇갈리고 있는 한미 교육정책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쪽은 어디일까.
새사연은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는 다음카페 ’교육 새로고침’(
http://cafe.daum.net/eduf5) 운영진과 함께, 오바마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미국 교육 개혁 방향과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교하고 향후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해 본다. <편집자주>

오바마 정부가 현 교육예산의 두 배가 넘는 1,500억 달러(207조 원)를 국립학교와 보육센터, 대학에 지원하는 경기부양 정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지난 1월 28일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교육재정을 대폭 늘려 공교육을 내실화 해 전반적인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도 교육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해 교육격차를 좁히겠다던 대선 당시 교육공약을 현실화하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교육복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저소득층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계층 간/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교육복지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에 대한 재정으로 이명박 정부의 임기기간 5년 동안 약 17조 2,239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인 공교육 정상화나 사교육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으로서의 정책이 아닌 ‘시혜성’ 지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슷한 시기에 오바마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교육복지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각 국의 교육 현황과 정책을 비교해 그 이유를 살펴보자.

고등학교 학업중단률 높은 미국 학교

미국은 대체로 경제력에 따라 거주지가 분화되어 있다. 경제력이 높은 중상류층은 도심 주변에 발달한 교외에 모여 사는 반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주축을 이루는 저소득 빈민층들은 주로 집값이 싼 도심 지역에 모여 산다. 그래서 거주지에 따른 교육 불평등도 만연해 있다. 2006년 미국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백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학업중단률이 2배나 높고,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은 고소득층 학생들에 비해 중도탈락률이 5배나 높다(’미국의 교육정책과 교원평가’, Wayne Au).

한 예로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 주의 경우, 2001년에 어림잡아 40퍼센트의 중고교 학생들이 중도탈락 했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흑인이거나 히스패닉계 학생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부유한 학생들은 좋은 교육을 받는 반면, 가난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미국의 교육정책과 교원평가’, Wayne Au). 이렇게 퇴학한 학생들의 실업률은 졸업생들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그 수당이 낮으며 승진에 제한이 있고, 의료보험이 제공되는 경우가 드물다.

게다가 전반적인 학력도 저하돼 2003년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미국 15세 학생들은 각각 수학 28위, 과학 19위에 머물렀다. 또한 부시 정부가 매년 막대한 교육재정을 사용해 실시한 일제고사의 결과, 2005~2006학년도에는 전체 공립학교의 1/4(2만 3,000개교) 정도가 기준 성적에 이르지 못했다.

교육 내실화, 저소득층 학생 지원으로 교육격차 줄이는 오바마

이에 오바마는 미국 상원에서 ‘중등교육(5~8학년) 성공’ 법안을 상정했다. 초중고의 낮은 학업 성취도를 해결하고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두 가지 방향으로 실행되고 있다.

첫째는 교육의 내실화이다. 이는 학력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중도탈락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전 교육단계에서 내실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고 징계를 자주 당하며 수학과 영어에서 과락을 맞은 6학년 학생 중 단 10퍼센트만이 고등학교를 제때에 졸업할 수 있다는 확률이 여기에서 연유한다.

오바마 정부는 각 주가 중학생의 학업 성취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 계획에는 학습계획, 팀 티칭, 부모와의 협력, 멘토링, 강도 높은 읽기, 수학과목 지도와 연장된 학습시간이 포함된다. 또한 학교운영 방식의 재설계를 통해 동료교사 간에 서로 협력하고 학생 개개인의 필요에 접근하며, 더욱 실질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하기 위해 협동하는 모델로 개선하고자 한다.

장래에 퇴학당할 위험이 높은 학생을 가리기 위한 데이터 시스템을 조기에 개발해 사용하며, 학생들의 졸업을 돕는 검증된 모델을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공공/민간부문 단체들에게 정부 교부금을 제공할 계획도 있다. 또한 학업뿐만 아니라 교내 왕따와 폭력을 미리 예방하는 인성 지도의 한 방법인 긍정적 행동 유도 시스템(PBS)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교내 폭력 사건은 확대해석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거칠고 난폭하여 학교 폭력에 무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미국 중등학교에서 아이들은 등교할 때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며, 학생 간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쉬는 시간을 최소한의 이동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교내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경찰이 출동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긍정적 행동 유도 시스템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 엄중히 처벌해 해결하던 부정적인 대응은 비효율적이고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판단 아래 실시되는 것이다.

학습 평가 시스템이 중등교육과정의 교육 내실화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는 대책으로 변화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결과를 놓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과정에서 보살핌을 늘리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다.

둘째는 소득 간 교육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여름방학 동안의 학습기회를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제공함으로써 초등학교에서 보이는 계층 간 성취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 이를 ‘STEP UP’계획을 법으로 제정해 소수민족과 저소득층 자녀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다.

영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English Language Learner(ELL)’ 학급을 지원하며 적절한 학업 평가와 학생들의 성취를 모니터링하고, 학교에서 이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지원 기금을 두 배로 늘려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수혜 학생들의 학업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지침을 포함해 매년 10만 명의 학생들에게 제공될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 출신의 젊은이들이 더 많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정부보조금을 직접 지급해 교육기회를 늘린다.

교육양극화 부추기면서 시혜성 지원으로 생색내는 MB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학업성취도와 고등학교 졸업률은 낮지 않다. 그러나 최근 연도별 학업중단률의 추이를 보면, 2005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전반적으로 학업중단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07학년도의 전문계 고등학교의 학업중단률은 2006년 대비 0.5퍼센트p 증가한 3.6퍼센트이다.

                                        [표1] 연도별 학업중단률 


여기서 학업중단자란 질병, 가사, 품행, 부적응 및 기타 사유에 의한 제적/중퇴 및 휴학자인데,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이유에서 부적응과 가사에 의한 사유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쟁 위주의 교육과 사교육이 만연한 풍토에서 성적이 낮거나 저소득층 자녀인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게 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표2] 일반계 고등학교 사유별 학업중단자 현황 (2004~2007년)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제중, 자사고와 같은 귀족학교 설립과 일제고사, 성적공개 등의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정적 결과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지난해 12월 저소득층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계층 간/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교육복지 대책을 마련했다.

그 항목을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무상교육을 확대하고자 한다. 기존에 기초생활수급자의 중고생 자녀에게만 지원되던 학교운영지원비 지원을 전체 중학생에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2012년까지 모든 저소득층과 농산어촌 지역 학생의 급식을 100퍼센트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에서는 저소득층에게만 주던 무상 장학금을 기초수급자 전원에게 지급하고 무이자대출을 소득 1, 2분위 전체로 확대한다.

도시 저소득층과 농산어촌을 위한 공교육 내에서의 보육기능 확대에 대한 계획도 있다. 농산어촌에는 학기 중, 주말, 방학 어느 때나 학습, 문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중 돌봄학교를 전국 86개 면지역 학교의 12퍼센트(378교)에서 운영하고자 한다. 또한 학업성취수준이 낮은 지역과 편부모가정 등을 위한 종일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100명 이상 또는 전체학생의 20퍼센트 이상 되는 50개교를 선정, 저소득층 학생 밀집학교에 5년간 특별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가 교육복지 정책을 지금보다 확대하겠다고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위 정책들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인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확대에 따른 교육양극화 문제에 전혀 접근하고 있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면 아이들의 실력 차이는 학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원비의 수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초수급자들이 대학 무상 장학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대학을 가야 하는데 정작 대학에 갈 길이 요원한 것이다.

배고픈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낚시질 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이명박 정부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재정적 지원 대책은 마련했지만 그들이 진정 고민하는 교육문제가 무엇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에서 방치되거나 학교에 부적응한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태에서 이들을 위한 정책은 무상교육보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무상교육을 받더라도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낙오자 취급을 받는 학벌사회에서 그들은 계속 교육소외계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볼 때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고 교육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교육의 내실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공교육의 정상화를 내세우는 오바마의 교육정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영유아 때부터 벌어지는 교육 불평등

한편, 오바마가 내세운 교육정책 가운데 가장 많은 추가예산(연방차원)이 필요한 분야는 바로 영유아교육이다. 유아교육지원에는 100억 달러(14조 원)가 필요한데 이는 추가예산 18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액수이다.

오바마가 무엇보다 영유아교육에 교육투자를 집중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유아교육 지원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0~5세의 장애아와 가족들에게 제공된 교육서비스는 1달러 당 5달러의 효과를 창출하며 20년에 걸쳐 범죄율을 70퍼센트 가까이 감소시켰다고 한다. 오바마는 교육공약에서 어린이들이 학교수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기초는 초기 3년에 좌우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에 조기교육을 얼마나 잘 받느냐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고자 그 전 과정을 내실 있게 만들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바마의 영유아교육 관련 핵심정책은 ▲ 0~5세를 위하여 각 주에 재정을 제공하고, ▲ Early Head Start(저소득층 0~3세를 위한 국가적인 조기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 수를 4배로 증가시키며, ▲ 높은 수준의 보육을 제공하여 맞벌이 가정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산하에 조기교육협회를 설치하여 연방, 주, 지방정부의 협력을 증진시킬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경제적으로 무척 버겁다. 283만에 이르는 0~5세 가운데 보육시설, 유아교육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55퍼센트에 불과하고, 값이 저렴하고 믿음직해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보육시설에는 9.8퍼센트의 인원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영유아시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중산층과 서민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다. 실제 OECD의 보육/유아교육 비용 공적지출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GDP대비 공적지출 비중은 0.2퍼센트로 OECD평균 0.6퍼센트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영유아에 대한 보육, 교육을 사적인 시장에 떠넘기고 있기에 학부모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 교육 살아남으려면 ‘방향설정’ 다시 해야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개혁에 방점을 찍은 오바마는 실패한 부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전면 재고하고 있다. 암기식/주입식 수업을 강요하는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처벌 대신 지원을 위주로 개별화 맞춤형 교육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욱 중요해진 교사들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교사양성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교사 간 협력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출생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공평한 교육기회를 주고, 학교운영의 재설계로 교육을 내실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오바마의 일련의 교육정책은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억압적 교원정책을 펼치려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는 상반된다. 교육복지 정책 역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교육양극화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보다 사교육 시장을 늘리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금을 찔끔찔끔 늘리는 ‘시혜성’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암환자들의 사인은 대부분 영양실조라고 한다. 음식을 먹어도 암세포가 영양섭취를 막는 것이다. 따라서 암환자들에게는 영양공급을 위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 역시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에 대한 투자에 앞서 그것을 올바로 투자하기 위한 방향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 그것이 4년 후, 우리 교육이 영양실조로 죽음에 이르지 않을 유일한 길일 것이다.

김향미(인천 하정초등학교 교사, 새사연 회원)
이원영(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