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 동향과 2009년 실업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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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고용 동향
‘고용의 역성장’이 시작되다
신규취업자 규모가 지난해 12월 들어 전년 동월대비 1만 2,000명이 줄어들었다. 이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의 지표로서 이른바 ‘고용의 역성장’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12월의 공식 실업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 0.2퍼센트p 상승한 3.3퍼센트에 불과해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지만, 새사연이 집계한 실질실업률은 이미 10퍼센트를 넘어 약 12퍼센트에 도달했다. 이는 15세 이상 인구 100명 가운데 약 10명이 실업 또는 유사실업의 상태에 빠졌으며 그 수가 사상 최초로 300만 명을 돌파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정규 노동시간보다 덜 일하고 있는 취업자(36시간 미만 단시간노동자) 중 추가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불완전취업자’를 여기에 포함시키면 350만 명을 넘어선다.
고용 사정이 얼마나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지는 고용률의 변화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15세 이상 생산 가능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2008년 12월에 58.4퍼센트를 기록해서 11월에 비해 한 달 동안 1.5퍼센트p나 하락했다.
현실화하고 있는 실업 대란
문제는 고용 사정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모든 경제지표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문이라도 상승 추세에 있다면 그 곳에 희망을 걸어 보겠으나 현 국면은 이런 예측이 끼어들 여지마저 없다.
지난해 4분기 실질GDP 성장률을 보면 경제침체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실질GDP 성장률은 3분기에 0.5퍼센트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5.6퍼센트(이상 전기대비, 계절조정계열)를 나타내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 -7.8퍼센트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4분기 GDP 성장률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특히 설비투자와 수출이었다(각각 전기대비 -16.1퍼센트, -11.9퍼센트). 이는 한국경제의 침체가 금융에서 대외부문으로 전이되는 2단계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금융 및 자본시장은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거의 동시적으로 경색 국면에 들어선 바 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2차적으로 세계의 실물부문 침체가 수출입의 격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어 3단계는 내수 경제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예상된다. 투자와 수출 부진이 소비 부진으로 이미 전파된 상태에서 이제 소비 부진이 고용 악화와 상호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가속도가 붙게 되면 전 산업과 부문에서 취업자가 감소하는 완벽한 실업대란 국면이 된다. 2단계의 심리적 기점을 취업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마이너스 고용’으로 삼는다면, 3단계는 ‘실업자 150만’ 또는 ‘유사 실업자 400만’을 심리적 기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내수부문, 하위 계층 취업자부터 충격 시작
지난해 12월 취업자가 가장 크게 하락한 산업으로 제조업, 건설업과 도소매업 및 개인서비스업 등이 꼽힌다. 먼저 제조업의 경우 앞서 한국경제의 위기 전파 경로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경제의 침체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제조업을 제외하면 취업자 하락폭이 큰 산업들은 모두 고용 효과가 큰 내수관련 산업임을 알 수 있다. 내수 산업은 실물 생산의 침체보다 고용 침체가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환란 이후 경제 구조가 낳은 내수 산업의 ‘과잉 고용’과 경제 전반의 ‘고용 유연화’ 문제가 있다.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손쉽게 조정하기 쉬운 취약 계층에 대해 사전적으로 고용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직업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전문가와 사무 종사자만 소폭 증가했고 서비스·판매종사자와 기능·기계·조립·단순노무 종사자가 크게 하락했다. 또한 자영업주와 임시·일용직의 취업자 감소도 계속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수출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해 왔던 최근 수년간은 상용직 노동자의 증가가 이들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를 일정 부분 보충해 주었으나 -필자 주: 정부 공식 통계상의 상용직 구분은 비정규직을 대거 포함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함- 지난해에는 상용직 노동자의 증가세마저 둔화되면서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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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환란의 추억, 실업의 기억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실업률이 최고 7.8퍼센트까지 치솟아 실업자가 15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고용사정은 더욱 심각했는데 구조조정 등으로 취업자가 갑자기 128만 명이나 감소했고 사회에 새롭게 진출하는 약 50만 명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당시의 고용충격은 이후에 어떤 구조적 특징을 낳았을까? 실업대란을 앞둔 2009년의 전망에 앞서 환란이 만들어 놓은 구조적 특징을 짚어 봄으로써 시사점을 찾아보기로 하자.
첫째, 고용-구매력 사이 ‘악순환의 연관’ 형성
고용 충격은 소득 불평등과 ‘악순환의 연관’을 형성함으로써 저성장과 저고용의 구조를 낳았다. 충격이 해소된 이후에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가계의 구매력과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고용 효과가 큰 내수와 투자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일자리의 차별 구조 고착
주력 성장 부문(대기업과 공기업, 수출, 제조업 부문)의 고용방출은 ‘일자리의 차별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이들 부문은 환란 당시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선도했다. ‘효율화’를 명분으로 전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고용 비중을 급격히 떨어뜨린 것이다. 이 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으로 흘러간 고용은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 든 다음에도 주력 부문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대규모 하층 일자리’로 고착된다.
셋째,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개인 전가
이른바 ‘지식노동자’가 강조되면서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여기에 투여되는 비용이 개인과 가계에 전가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교육, 의료, 주거(부동산)와 사회보험 등은 개인과 가계가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하기도 하지만, 양질의 노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른바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에게도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와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아 왔고 오롯이 개인과 가계에 전가되고 있다.
이상의 특징들은 비가역적으로 구조화되면서 현재의 고용 구조를 규정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환란을 극복했다는 자부심 뒤로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것이다. 당장 실업대란에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위기가 지난 후에 지난날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3. 2009년 전망 : 남아 있는 악재들
남아있는 악재 1 : 구조 조정
2009년 상반기에 고용 사정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들의 본격적인 인력 조정에 있다. 2008년에 중소 제조업, 영세 서비스업 그리고 비정규직 등 한계상황에 있던 부문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고용 악화는 2009년에는 정부와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위적인 인력조정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180만의 건설업과 20만의 조선업을 필두로 두 자리 수 수출 격감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400만의 제조업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들 산업들은 전방효과, 즉 생산유발효과가 큰 산업들이기 때문에 전방에 위치해 있는 운수, 통신, 금융업과 사업자서비스업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이 만들어 내는 후폭풍인 셈이다.
남아 있는 악재 2 : 거품 붕괴
통계청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가장 최근의 경기순환기를 기준으로 하면 하강기의 고점과 저점 사이의 기간은 28개월이다. (제6순환기 고점 2002년 12월 - 저점 2005년 4월) 경기의 침체(recession) 기간이 2년 4개월 정도라는 것이다. 참고로 외환위기 당시의 경기 수축기간은 2년 5개월이었다. (제4순환기 고점 1996년 3월 - 저점 1998년 8월) 그렇다면 2008년 1월에 고점이 형성되었으므로 최소한 2010년 2/4분기는 되어야 저점에서 반등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03년과 2004년의 제6순환기가 신용카드와 벤처산업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맞이했던 순환기라는 점이다. 금융거품의 성격을 강하게 반영하는 제6순환기는 다른 순환기보다 최소 1년에서 1년 6개월 이상 수축기가 길었다.
한국경제에서 부동산과 금융상품 투자자산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이나 이번 위기가 급격한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예컨대 부동산 가격의 경착륙으로 나타날 경우 한국경제는 더욱 긴 침체로 빠지게 될 것이다.
남아 있는 악재 3 : 잘못된 경제 예측과 정책 실패
정부는 지난해 2009년 경제성장률을 4퍼센트로 가정하고 국가 예산을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연말에 한국은행이 2009년 실질GDP 성장률을 2퍼센트로 낮춰 잡았고 올해 들어서자마자 연일 대내외 경제연구소들이 이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최근에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퍼센트에서 0.7퍼센트로 낮추어 잡았다. 정부도 곧바로 성장률 목표치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애초 설정한 성장률 목표치 3퍼센트를 (이 중 1퍼센트는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 수정한다는 뜻이다.
현 시기 정부의 잘못된 경제 예측이 가져올 파장으로는 첫째, 현실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정부정책의 신뢰성 상실, 둘째, 세수 차질 발생으로 인한 재정운용의 혼란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성장률을 올리는 것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둔다는 사실 그 자체다.
현재 국면은 세계경제 구조가 흔들리는 시기인 관계로 성장률을 전망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맞춘다 하더라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률 제고에 정책 목표를 두게 되면 거품을 유지하는 데에 정책수단을 소모하고, 효과가 불확실한 각종 신성장 산업에 재원을 낭비하며 감세와 같이 회복할 수 없는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과 불완전 취업자, 비경제활동인구 등 고용의 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되고 또한 더욱 소외될 우려가 있다.
4. 맺음말 : 실업자 전망
앞서 밝힌 대로 외환위기 당시 공식 실업자 수는 150만 명에 달했다. 한 해 동안 약 90만 명이 증가한 결과다. 2009년에도 과연 이만큼 실업자가 증가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하고도 더 중요한 사실은 고용 사정이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이번 위기가 세계적 규모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환란 당시가 다른 점은 당시는 한국경제가 대외 경제의 호조건을 발판으로 비교적 빠른 기간인 1년여 만에 경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둘째, 통상적인 경기순환이 깨져 버려 이를 복구하는 데 시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금융 거품의 붕괴는 침체 기간이 길다는 경험적 사실에 더해 현 위기가 외부로부터 시작된 탓에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아져 있음을 고려한 판단이다.
셋째, 퇴출된 고용을 흡수할 비상구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란 당시 제조 대기업에서 구조조정된 인력은 영세 서비스업, 농림어업, 사업서비스업 등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부문 등으로 흡수됐다. 그러나 이들 부문의 일자리가 대단히 열악해진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현재 여력이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실업자 수는 조금씩, 장기간에 걸쳐 계속 확대될 수 있다. 국책연구소인 한국노동연구원은 2009년 경제성장률을 1.0퍼센트로 보고 취업자가 5만 3,000명 감소하고 실업자 수는 25만 명이 증가한 91만 2,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연평균). 그러나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으로 보인다. 최근 추세로 보았을 때 2009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점차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현재 73만 7,000명인 공식 실업자 수는 2009년 1분기에 85만 명 수준에 도달한 뒤 올해 안에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유사 실업자도 4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이제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실업자 급증과 실업대란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대단히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게다가 백번 양보해서 경기가 반등한다 해도 고용이 회복되는 데는 훨씬 더 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유사)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실업기금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하자. 예컨대 고용보험기금의 2009년 실업급여사업 계정은 전체 기금의 10퍼센트에 육박하는 8,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계획 기준). 지출을 약 3조 5,000억 원으로 잡은 데 따른 것이다. 과연 이 정도로 실업급여기금이 충분할까? 답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따라서 기금 출자 규모와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단 장기전에 대비할 비축 식량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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