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과 정치경제위기의 2라운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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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그의 취임사를 들으며 희망의 불씨를 마음속에 지폈다. 하지만, ‘냉철한’ 뉴욕의 투자가들은 다우존스의 주가를 4퍼센트 끌어내리며 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취임식이 다가오면서 미국과 유럽의 상업은행들의 실적악화와 자본손실이 발표되고, 추가 구제금융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제2차 글로벌 금융 쓰나미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목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의 말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서 1차 금융위기 쓰나미가 전 세계를 휩쓴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점검을 해볼 시점이 된 것 같다. 국가의 개입이 본격화된 지난 9월 이후 미국 정부를 위시로 한 유럽의 주요국 정부가 한 일은 무엇이며, 이후 상황은 어떻게 변했고, 오바마의 미국이 처한 현실은 어떤지 자세히 살펴보겠다. <편집자주>

불황의 악순환 속에 정치경제위기 심화

금융위기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문제는 아직 논쟁 중이지만, 위기가 표면화되고 심화된 과정에 관해서는 의견일치가 이루어진 것 같다. [그림1]에서 간단히 정리한 것처럼 주택가격이 2006년 여름을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2007년 봄에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된 주택융자를 기반으로 발행된 MBS와 그를 파생상품화 한 각종 CDO의 부실문제로 이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월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 전체를 집어 삼킨 쓰나미로 발전할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문제는 조금씩 커져갔고, 급기야 2008년 9월 15일 리만브러더스의 파산신청을 시작으로 AIG의 긴급구제 신청, 파산에 직면한 메릴린치의 피인수가 이어지면서 월스트리트 전체가 파산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태로 번졌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평균적으로 자기자본의 30배 이상의 차입금에 의존해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급격한 금융시장의 동요를 견딜 수 없었고, 전 세계를 주름잡던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베어스턴스는 JP모건체이스에, 메릴린치는 BOA에 인수되었고, 리만브라더스는 파산보호 중이며, 모건스탠리와 골드만 삭스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였다.

주요 금융기관의 부실문제는 전체 자본시장을 위축시켰고 소위 ‘돈맥경화’를 일으켰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문제는 산업부문의 자금흐름을 둔화시켜 실물부문 위기로 이어졌다. 실물부문의 위기는 고용악화 임금삭감을 의미하고, 결국 소비여력과 부채상환 능력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불황의 악순환을 다시 가중시켰다.

금융시장이 빠르게 붕괴하자 그동안 시장의 자율성을 외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국가가 무대의 중심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국가밖에 없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합의된 듯싶다. 신자유주의의 아성이었던 미국에서 전 국민이 오바마의 구제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 바뀐 현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가 계획한대로 그린 뉴딜을 통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미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고, 전 세계 정치경제를 주도하며 다시 미국의 헤게모니를 재확립하는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개입이 본격화된 지난 9월 이후 미국정부를 위시로 한 유럽의 주요국 정부가 한 것은 무엇이고 그를 통해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오바마의 미국이 처한 현실이 어떤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유동성 공급이 결국 ‘부채의 사회화’로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지난 9월 이후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 정부들이 취한 정책은 금융기관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한 것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파산에 직면한 여러 형태의 금융기관들에게 긴급대출, 대출보증, 공개시장 개입강화 등을 통해 돈을 긴급수혈하거나 정부가 구제금융 기금을 만들어 이들 기관의 자산을 매입해 주는 방식으로 파산을 막아 주었다.

미국 정부의 경우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roubled Assets Relief Program, TARP)을 마련해 금융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애초에는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모기지담보부실채권을 사주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한 의문과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영국 등 유럽 정부의 정책과 비교되면서 우선주나 워런트를 매입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애초의 노골적 특혜계획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미국과 세계 경제를 도탄에 빠트린 주범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제공해줌으로써 그들의 부채를 사회화 하는 본질적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원래의 계획에는 금융기관에게만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있었지만, 미국의 자동차 3사가 파산에 직면하자 GM과 Chrysler에도 제공했다. 지금까지 1차분 3,500억 달러가 모두 소진되었다. 최근 Citi와 BOA 등 주요 상업은행의 부실우려가 커지자, 서둘러 의회에 2차분 지급허용을 촉구하였고, 지난 1월 16일 표결을 통과하였다.

대마불사론은 우리나라 재벌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본에 공히 적용되는 이데올로기다. 이러한 배짱 이론에 기초하여 자본은 호황일 때와 마찬가지로 불황일 때도 부를 상향 재분배하려고 한다. [그림2]는 구제금융 3,799(1차 3,500 + 2차 299)억 달러가 어떻게 분배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중 Citi그룹에 500억 달러, BOA에 450억 달러, JP모건체이스 250억 달러, 골드만삭스 100억 달러, 모건스탠리 100억 달러가 각각 지급되었다.

AIG에는 400억 달러가 지급되었는데, 지난 9월에 미 연방은행이 85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한 후, 구제금융기금에서 400억 달러를 지급하고 긴급지원금을 600억 달러로 줄이고 CDO와 MBS 매입지원금 525억 달러를 추가로 지급해, 지금까지 AIG에 직접 투입된 돈은 총 1,525억 달러로 추정된다. 구제금융자금 중 지급된 총액의 47퍼센트인 1,880억 달러가 이들 6개 주요 금융기관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GM(GMac 포함)과 Chrysler에 제공한 250억 달러의 특별 대출을 포함하면 50퍼센트를 훌쩍 뛰어넘는 돈이 소수의 주요 자본에게 지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에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이 이들에게 투여된 것이다.

미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림3]과 [그림4]는 미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단순화 해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두 그래프에 나타난 총액은 똑같지만, 하나는 자산으로 다른 하나는 부채로 회계하므로 구성내용이 다르다. 그 구성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주요 자본을 도와주고 있는지 일면을 파악할 수 있다.

일상적 시기에 연방은행은 재무부 채권을 구매하여 현금을 시중에 유통시키는 방법을 쓴다. 그리고 환매부채권을 사고팔면서 단기적으로 통화량을 조절한다. 그래서 2007년 3월의 구성을 보면 [그림3]은 대부분 국가기관채권이 차지하고 있고 [그림4]에서는 현금유통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심화되면서, 연준은 전체 통화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시중의 유동성을 증가시키려는 의도로 재무부채권을 팔고 시장의 채권 구매를 늘린다. 그러나 2008년 9월 금융시장이 붕괴하면서 이 방법이 한계에 다다랐고, 각종 대출과 채권구매를 대폭 늘림으로써 자산과 부채를 두 배 이상 늘렸다.

늘어난 연방은행의 자산/부채는 금융기관에 대한 특혜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림4]에서 예금기관의 초과준비금과 각 지역 연방은행의 계좌잔고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준비금의 경우 2008년 9월 이전 1,000억 달러 미만에서 2009년 1월 8,000억 달러 이상으로 무려 8배나 증가했다. 시중의 유통현금을 많이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통화량을 늘리는 이 방법은 그 늘어난 만큼 재무부의 가상계좌에 부채로 계산된다. 금융기관들은 연방은행과의 안전한 순환거래를 통해 이자를 얻고, 금융기관이 해야 할 대출업무는 연방정부가 대신함으로써 손실위험은 국민들에게 떠넘기면서 특혜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지원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은 아직 부실채권 문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기는커녕 손실확대와 자산상각이 심각해지면서 또 다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동요시키고 있다. 이미 명목이자율이 제로나 마찬가지라서 더 이상 쓸 수 있는 이자율 정책은 없다. 그래서 크루그먼, 루비니, 로고프 교수 등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 친숙한 학자들은 지난 9월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자본 구하기 캠페인이 사태의 발전을 잠시 지연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엄청난 구제금융에도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지금까지 투입된 엄청난 규모의 금융지원에도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부실자산이 도대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에 기반을 둔 자본들은 지난 20년간 신자유주의 체제를 확산시키면서 차입을 통한 자본축적을 추구해왔다. 특히 사상누각과도 같은 수도 없이 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피해액이 얼마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현재 전 세계 파생상품 시장은 약 700조 달러 규모라고 한다(BIS). 이 중 미국시장이 약 25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그림5]는 미국의 977개 상업은행들이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의 규모가 성장해 온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9배가량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신용파생상품시장 규모의 가파른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97년 550억 달러에서 2008년 2분기 15조 5,000억 달러로 무려 300배나 증가했다. 신용파생상품의 대부분은 요즘 제2차 금융위기와 관련되어 요주의 대상으로 부상한 CDS가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시장의 규모는 60조 달러 정도라고 한다(BIS).

물론, 이 시장 전체가 부실위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최대 손실규모는 3조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위에 언급한 학자들은 미국 금융권의 정상화와 관련하여 앞으로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을 추정하고 있다. 아무튼 [그림1]에서 본 불황의 악순환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유가증권의 부실화가 새롭게 손실과 자산상각으로 회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해결책으로 Bad Bank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1989년 저축대부조합(S&L)의 부실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과 비슷한 것으로, 은행의 부실자산을 떼어내 정리해 재자본화 하고, 건전성을 회복시켜 정상화하는 방안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크루먼이 뉴욕타임즈 칼럼(2009.1.19)에서 강변했듯이, 국유화 이후 배드뱅크로 흡수하느냐 아니면 국유화 없이 배드뱅크로 부실만 떼어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가면 기존의 주주들은 부실의 책임을 지고 소유지분을 잃는 것이고, 두 번째로 가면 국민의 혈세로 그들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이다.

위기는 앞으로도 한참 더 진행될 것이고, 계속해서 부의 재분배 문제를 중심으로 모니터링 해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미국이 처한 국제경제적 문제를 살펴보면서, 오바마 정부가 헤쳐 나가야 할 또 다른 험로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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