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국회의 입법전쟁이 여야의 협상 타결로 일단락되었다. 한나라당이 ‘민생 법안’이란 이름으로 중점 처리법안 85개를 발표하고,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 단독상정을 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 법안이란 이름으로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비롯한 43건의 법안을 발표하여 야당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85개 법안 중 이견이 없는 58개를 1월 임시국회 회기에 협의처리하기로 하였다. 쟁점이 되었던 법안들의 처리는 미뤄졌다. 경제 분야에서는 금산분리 완화법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의 경우, ‘협의처리’하겠다고 밝혀 합의가 안 될 경우 표결로 결정될 확률이 높다.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금산분리완화법


그렇다면 이 두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우선 금산분리 완화 법안은 구체적으로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개정을 말한다.

은행법의 주요 개정 내용은 산업자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10퍼센트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주식을 4퍼센트이상 보유할 수 없다. 또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후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만 은행 주식을 10퍼센트까지 보유할 수 있다. 결국 은행법 개정안은 삼성과 같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기업은 은행의 자금을 마음대로 끌어다 쓸 수 있으며, 대기업의 경영 실패가 은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민들이 예금을 맡기고, 중소기업의 대출을 담당하는 공적인 금융기관으로서의 은행이 대기업의 돈줄로 전락하는 것이며, 안정적인 금융중개기능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은행을 둘러싼 대기업의 비리와 부패 역시 심화될 것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금융자본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금융자본은 산업자본과 달리 은행 인수에 있어서 제한이 없다. 따라서 금융자본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주체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연기금과 외국의 유수 은행이 금융자본으로 인정되었으며, 국내 은행 소유에 제한이 없어지게 되었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대기업에게만 좋은 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보험, 증권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 앞서 은행법이 산업자본이 은행이라는 금융자본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 이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이 역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와 같은 문제점을 낳는다. 특히 삼성의 경우 현재 소수의 지분으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불법적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합법적으로 지배구조를 인정받게 된다.

다음으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역시 대기업에 유리하다. 출자총액제한제는 대기업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하지 못하도록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기업의 경우 순자산의 40퍼센트를 초과하여 국내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이다. 현재 출자총액제한제는 ‘공정거래법’에 포함되어 있는데, 한나라당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이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 시키는 한국산업은행법

이 외에 아직 쟁점으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한국산업은행법’과 ‘한국정책금융공사법’ 개정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의 골자는 산업은행이 민영화가 예정된 금융기관임을 명시하고, 임원 선임과 이사회 구성 등을 일반은행과 동일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해 민영화 이후 민간 상업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법은 산업은행을 분할하여 한국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해오던 정책금융역할을 맡는다는 법안이다. 즉, 두 법안 모두 산업은행 민영화를 준비하는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 안 되는 이유는 최근 경제위기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거둬들이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1조 원의 기업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자금 확충에 있어서도 산업은행이 2조 원 가량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에 정부가 자금 지원을 할 수 있었겠는가? 산업은행 민영화는 이를 매입하는 거대자본 혹은 대기업만 횡재하는 일일 뿐이다.

이렇듯 한나라당이 말하는 ‘경제살리기’ 법안은 ‘대기업 살리기’ 법안이라 불러도 무관할 정도이다. 민생법안이란 이름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내용의 법안에 걸맞는 이름이지, 국민경제는 생각지 않고 규제완화와 민영화로 자본에게 유리한 조건만 만드는 법안에 걸맞는 이름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치러야 할 MB악법과의 전쟁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43건)

△한미 FTA 비준동의안 △국가재정법 △외국환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예금자보호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중소기업은행법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법 △신용보증기금법 △기술신용보증기금법 △여신전문금융법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채권추심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 공급촉진 특별법 △공공토지 비축법 △국토계획·이용법 △토지이용규제기본법 △측량·수로조사·지적법 △자동차관리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건축법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에너지기본법 △석유·석유대체연료사업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산업집적활성화·공장설립법 △한국환경공단법 △수도법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 △제주도특별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 연계에 관한 법 △식품위생법 △혈액관리법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발제한구역 지정·관리 특별법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