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회복의 장애요인과 향후 세 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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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동산 및 고용 상황

부동산, 고용시장 갈수록 침체


주지하듯, 금융위기를 촉발한 계기는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다. 부동산은 주택담보대출, 이를 담보로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 그리고 이를 또 다시 파생시킨 여러 파생채권(CDO, ABCP, CDS 등)의 기초자산이 된다. 또한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32퍼센트를 차지하며 부동산을 담보로 여러 형태의 소비대출이 발생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가계의 소비 회복을 위해서는 기초자산인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주택가격은 20개 대도시를 기준으로 고점대비 23.7퍼센트(25.3퍼센트, 10개 대도시) 하락한 상태로, 작년에만 18퍼센트(19퍼센트, 10개) 하락하였다. 분기별로 보면, 2008년 1분기 6.2퍼센트, 2분기 3.8퍼센트로 하락세가 줄어드는 듯 했으나, 3분기 4퍼센트로 하락세가 확대되었다. 특히 10월에만 2퍼센트 폭락하였고, 이후 경기침체가 깊어짐에 따라 4분기는 3분기보다 하락폭이 더욱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급 측면을 보면, 연평균 13~4퍼센트(2002~2006년) 수준으로 상승하던 주택담보대출은 3사분기 -2.4퍼센트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주택 재고 또한 420만 채(11.2개월 분)로 시장 안정에 필요한 7~8개월보다 상당히 높은 상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여러 지표를 종합해 보건대 아직까지 회복 기미는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12월 실업률 7.2퍼센트... 대공황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고용시장의 상황 또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가 8,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취업자는 지난 1년 동안 295만 명이 감소해 고용률은 61퍼센트까지 떨어졌다.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도 무려 260만 개가 줄어들었다. 매년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력을 고려하면 연간 150만 개의 추가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 최근에 일자리가 증가한 경험(2006년 230만↑, 2007년 130만↑)에 비추어 지난해 26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고용시장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지난 3개월 동안, 전체 감소분의 60퍼센트인 160만 개가 감소해 고용시장 악화를 주도했고 하락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분기별 일자리 감소 추세를 보면, 상반기에는 월평균 7만 6,000개가 감소했으나, 3분기에는 20만 개, 그리고 4분기에는 51만 개가 줄어들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실업자는 올해 357만 명이 증가하여 1,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1년 전보다 2.3퍼센트 상승하여 7.2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이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기침체라고 하는 80년대 초반(10.8퍼센트)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는 1년 동안 130만 명이 늘어 260만 명에 이르렀다. 또한 고용시장 악화에 따라 구직을 포기하여 비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된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13.5퍼센트까지 상승하였다. 일자리가 필요한 2,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시간제취업자가 2,600만 명까지 증가했으며 해고가 늘어남에 따라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러한 고용시장 악화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디플레이션 우려다. 2008년 10월 소비자물가가 대공황이후 최대 폭인 전월대비 1퍼센트 하락했다. 11월에는 이보다 더 큰 폭인 1.7퍼센트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소비자 입장에서 물가의 안정적 하락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자산디플레와 유효수요 침체로 발생한 급격한 물가하락은 구조적인 악순환을 초래한다. 즉 물가하락은 명목부채의 실질가치가 상승하고 기업의 가격 결정 능력이 줄어들어 투자의 실질비용이 증가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와 투자의 하락을 초래하여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또 다시 유효수요와 물가하락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전쟁과 투기 등의 요인으로 유가폭등이 재현되지 않는 한, 실업률은 상승하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경기침체는 구조적으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 경기회복의 장애 요인들

새로운 수익 모델의 부재
미국 경기회복에 가장 큰 장애는 경기침체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금융업에 새로운 수익모델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경제에서 금융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퍼센트로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며, 성장률 기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30퍼센트로 매우 높다. 또한 금융은 투자와 소비의 매개가 되는 신용창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경제의 중추적인 부분이다.
현재 우량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서브프라임과 Alt-A 시장은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이를 담보로 발행한 MBS, CDO, ABCP 등 부동산 파생시장 또한 사실상 폐쇄되었다. 이들을 발행하고 판매하여 이득을 챙겼던 구조화투자회사(SIV), 투자은행의 각종 유동화전문회사(Conduit) 등은 파산하거나 모회사에 통합되는 등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아울러 채권거래의 보증에 이용된 CDS 거래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채권보증업체, 보험회사, 그리고 파생상품을 최종적으로 구매했던 헤지펀드, 연기금 등 수많은 금융기관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월스트리트의 부동산 ‘증권화’ 과정에는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개입되어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겼다.

신용과 자본 손실은 기업이 파산하거나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여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를 지배하는 금융기관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경기회복의 근본적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0년대 초 나스닥 버블이 발생하기 전,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MBS, CDO, CDS 등은 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각각 개발되기 시작했다. 유동화 전문기관 또한 80년대 중반부터 개발되기 시작하여 90년대 후반 부동산 호황으로 급성장했다. 요약하면 과거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직접 위험을 관리하던 금융 중개 모형에서, 위험을 순차적으로 이전하고 수수료를 챙겨먹는 증권화 모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정점에서 부동산 버블은 터졌다.

금융기관이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실물경기의 회복,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위험관리 개발, 그리고 제도적 규제와 감독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그 어느 것 하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전쟁이나 신성장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새로운 버블을 만들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금융 이외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가 구조적 문제를 경험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시장, 산업, 상품이 끊임없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경제는 그 어느 것 하나 준비되어 있지 않다.

결국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을 비롯한 산업부문이 다른 새로운 수익모델을 얼마나 빨리 찾고 개발하느냐가 회복속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
세계적 금융위기의 이면에는 세계경제의 최종소비처로서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을 비롯한 수출주도 국가들의 달러 축적 심화가 놓여있다. 다시 말해 수출주도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달러를 축적하였고, 미 국채 매입을 통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여 미국경제의 소비-버블성장을 지탱해주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는 더욱 확대되는데 여기에는 달러가치 상승이 큰 몫을 담당했다. 개별국가의 환율이 평가 절하되고,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주도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불공평한 국제금융질서 속에서 금융 불안정성과 위기가 재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정책적 고려 속에 고환율 정책을 추진하거나 고정환율제를 유지하였다. 비록 달러가치가 2001년 이후 하락했지만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에 연동되는 탓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유럽의 대중 무역적자도 더욱 확대되었다. 독일과 일본 또한 침체된 경기회복을 위해 수출에 집중하여, 독일은 2007년 GDP의 6퍼센트인 1980억 달러, 일본은 GDP의 4.7퍼센트인 2,07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2000년대 초, 나스닥 버블이 붕괴되어 세계경제는 일시적으로 침체를 겪지만, 2003년 이후 다시 호황을 맞이한다. 세계경제 호황은 미국의 재정지출 확대, 금리를 1퍼센트까지 낮춘 통화정책, 이에 따른 부동산 버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자유치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미 국채를 비롯한 금융자산에 투자했고, 미국의 금융기관은 이를 다시 신흥국가들에 직접투자와 포트폴리오 투자에 이용하였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또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굳이 달러 평가절하가 필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이전이나 직접투자를 통해 저가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불균형은 미국의 가계가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지출, 즉 차입을 통한 적자지출로 가능했다.

따라서 글로벌 불균형을 극복하고 미국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가계가 부채조정을 겪는 동안 재정지출과 수출수요가 대규모로 늘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미국의 소비수요 침체는 글로벌 수출수요를 하락시키고, 이는 다시 전 세계 나머지 국가의 국내 수요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또 다시 미국 경제 회복에 필요한 수출수요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장애, 재정 및 통화정책
현재 미국의 금리는 제로까지 낮춘 상태로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즉 단기 국공채 매입에 그치지 않고 회사채, 주택저당증권(MBS)조차 매입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장기 국채까지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9,200억 달러에서 최근 2.26조 달러로, 1년 사이 무려 1.34조의 자산이 늘어났다. 자본금 420억 달러의 53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를 무한대로 늘릴 수 없는 것처럼 중앙은행의 자산 또한 무한대로 늘릴 수는 없다. 결국에는 달러가치 폭락과 부실 위험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의 평가절하나 세계경제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이는 중국을 비롯하여 고정환율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들 때문에 용이하지가 없다. 그렇다고 불공평한 세계 금융질서 아래에서 중국이 환율 및 수출주도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이 GDP의 4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대외비중이 높다. 따라서 미국의 유효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세계경제를 추동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재정지출과 수출확대 정책 사이에는 환율을 매개로 미국경제의 딜레마가 놓여 있다.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가치 유지가 필요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의 평가절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정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회 통과에서 집행까지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금융권 및 자동차 산업의 구제 금융에서 보았듯이, 공화당은 새로운 행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종 집행까지 사사건건 방해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공화당은 시장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재정지출 확대를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기침체기에 등장한 정부가 경기침체를 조기에 극복하면 재선에 어김없이 성공하는 미국의 정치현실과도 관련된다.

최근 보도는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공화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3,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정책을 추진한다면 의도한 재정정책의 효과 또한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감세는 경기침체기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세는 경기호황기에 경기를 더욱 자극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감세란 노동과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고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인데, 경기침체기에 불확실성 해소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은 민간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정부가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환경과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또한 실업보험, 사회복지지출 확대 등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을 목표로 직접 지출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지난 해 GDP의 1퍼센트에 달하는 감세정책을 실시했지만, 실제 감세의 2~30퍼센트만이 소비로 지출되고 대부분 저축 혹은 부채상환에 사용된 점도 감세정책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부동산 및 금융시장 회복
앞서 말했듯이 미국경제 회복의 바로미터는 부동산시장이다. 부동산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회복 및 가계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2006년 중반부터 떨어져 고점대비 23.7퍼센트 하락했다. 2004년 3월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버블 이전 2000년 초에 비해 여전히 57퍼센트 높은 수준이며 90년대 후반에도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2000~2008년, 소비자물가는 누적으로 28퍼센트 상승하였다. 통상 주택가격은 소비자물가보다 1퍼센트 정도 더 상승하는 것이 역사적 추세다. 따라서 앞으로도 최소한 20퍼센트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RM 금리 조정기간이 올해에도 지속되고, 전체 주택대출 중 연체율은 7퍼센트, 압류과정에 있는 부동산은 2.97퍼센트에 달한다. 전체 모기지의 10퍼센트 가량이 연체 혹은 압류과정에 있다는 말이다. 매일 3,100건의 주택이 신규로 압류절차를 밟고 있으며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25퍼센트 정도 할인되므로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또한 복잡한 증권화 과정과 재고누적으로 인해 압류자산의 처분에 시간이 소요되며, 고정자산이라는 특성상 상당한 재고조정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의 조기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금융시장을 보면 최근 TED 스프레드(유러달러금리-국채금리)가 2퍼센트p 이하로 떨어지는 등 신용경색은 상당히 완화된 상태다. 그러나 유동성 공급이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기관 내부에서만 유동성이 움직이고 있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이 8,200억 달러나 증가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중앙은행의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채권을 담보로 한 유동성 공급이 다시 중앙은행 장부로 예치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새로운 수익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파생상품의 규모, 주체 및 거래상대방의 복잡성, 불투명성도 한몫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여전히 언제,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 상태이며, 한 쪽에서 지뢰가 터지면 사방에서 연쇄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다.

3. 미국경제 전망

회복해도 기술적 반등 수준
다음 그림은 1980년 이후 미국경제의 3대 축인, 해외, 정부, 민간지출의 GDP대비 장기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90년 이후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요 성장 동력은 민간지출이었으며, 2000년 경기침체는 재정지출 확대로 극복되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2007년 기준, 미국의 가계부채(14.38조 달러)는 연간 GDP의 100퍼센트, 가처분소득(10.35조 달러)의 139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또한 1990년 가처분소득대비 58퍼센트 수준이던 가계의 주택대출 잔액은 2007년 말 103퍼센트 수준으로 증가했고, 1990년 7퍼센트 수준이던 민간저축률은 2007년 0.4퍼센트로 거의 제로 상태로 떨어졌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가계가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지난 12월에 발표된 중앙은행의 자금순환표(Flow of fund account)를 살펴보면, 가계의 순자산(자산-부채)은 지난 3분기에만 전체 순자산의 5퍼센트인 2.8조 달러가 감소했다. 지난 1년 동안 순자산의 11퍼센트인 무려 7조 달러가 금융위기로 사라져 버렸다. 부동산 가치가 2조 달러 하락했고, 금융자산 가치가 4.8조 달러 하락하여 자산 부문에서 6.67조 달러가 사라지고 부채가 0.4조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가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금융기관 또한 3,600억 달러의 순자산 가치 하락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가계의 모기지 차입이 2사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3분기에는 2.4퍼센트의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자신용 또한 1.2퍼센트 증가하는데 그쳐 가계차입은 전체적으로 0.8퍼센트 하락하였다. 이러한 가계의 부채조정은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2000년 수준(가계부채/가처분소득, 95퍼센트)에 근접하는, 상당한 기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민간소비가 성장률에 공헌하는 비중은 7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3사분기에 민간소비가 3.8퍼센트 하락했는데, 이는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소비침체는 고용 사정 악화, 차입 축소, 자산 가치 하락 등의 요인으로 지속적인 하락을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출과 정부지출 확대가 이를 대체해야만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경제는 통상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비상국면이다. 따라서 미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얼마만큼 확대하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출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제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GDP의 4.5~5.5퍼센트인 6~8,000억 달러 규모(감세 3,000억 포함)의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2년에 걸쳐 단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GDP의 10퍼센트에 달하는 적자재정을 의미하며, 균형예산을 강조하는 정치적 이유로 쉽게 수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정지출 자체로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타개할 수도 없다.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한 국내수요 창출은 오히려 일시적 반등에 머물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향후 미국경제는 다음의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를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경제가 2010년 중반부터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통상 고용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경기침체가 공식 종결되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내년 중반에 실업률은 10%까지 오르고, 고용시장은 최소 2011년까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달러자산의 수익률 기대가 급격히 붕괴되어 달러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거나 구조적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어 장기침체로 들어서는 경우다. 이 경우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최대인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협조와 신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등으로 올 하반기에 기술적으로 반등하는 경우다. 새로운 행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신뢰’를 심어주면, 케인즈가 말한 경제의 3대 ‘심리법칙’이 살아날 수도 있다. 즉 가계의 ‘소비성향’이 회복되고, ‘기업가정신(동물적 본능)’이 살아나 투자가 회복되고, ‘유동성선호’가 줄어들어 금융기관의 중개기능이 회복되면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야만 지속적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수출주도 정책에서 국내 유효수요 확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금융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국제 금융, 무역 질서와 제도들을 전면 개편하지 않고서는 단기간에 쉽게 조정되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불균형 지속의 근원인 ‘달러체제’는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헤게모니를 지탱하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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