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자본주의의 발목을 잡은 장본인이자 몰락과 파산, 퇴출로 굴욕을 겪었던 미국의 윌가가 마지막까지 먹칠을 거듭하고 있다. 월가의 유명 펀드매니저이자 나스닥 회장까지 역임했던 버나드 매도프의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 때문이다.

20여 년 동안, 50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사기

이번 사건은 특히 지난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가면서 알려지게 되었는데, 사기 행각이 20년 가까이 지속되었으며 피해액이 최소 5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하여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과 상의원의원, 신문사 사주, 프로야구팀 구단주 등 저명인사들이 피해자로 확인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피해를 입은 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다. 유명 투자자문회사와 스페이과 오스트리아 등의 해외 은행들, 세계최대의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도 피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대한생명이 5,000만 달러, 한국투자운용이 2,000만 달러 등 총 1억 달러의 자금이 매도프에게 투자되었다.

대체 매도프는 어떤 수법으로 20여 년 가까이 세계 저명인사들과 최대 자본기관들에게 사기를 칠 수 있었을까? 그 원리는 아주 간단한다. 일단 투자자들을 모아서 자금을 받는다. 그리고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자금을 앞서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한다. 실제로 돈은 그 어떤 곳에도 투자하지 않는다. 대신 계속해서 신규 투자자를 만들어서 수익금으로 지출할 돈을 마련해야 했다. 쉽게 말해 빚을 내어 이자를 갚는 것으로,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는 말이 딱 맞는 방식이다.

매도프는 시장 변동에 관계없이 연 10퍼센트 내외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었고, 사람들은 더욱 그를 신뢰했다. 투자자들은 점점 늘어났고, 기존 투자자들 중에도 투자금을 늘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신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매도프는 투자자들이 환매를 원할 때는 즉시 돈을 지급했다. 물론 새로 들어온 투자자금을 사용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신규 투자자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처럼 보였고, 매도프의 사기는 그가 죽은 후에나 밝혀졌을 것이다.

신규 투자자 끌어들여서 수익 얻는 피라미드

그런데 12월 초 투자자들이 70억 달러를 환매 요청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상황이 불안해지자 투자자들이 갑자기 자금을 회수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신규 투자자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 이상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들통이 날 수밖에 없었다.

매도프의 이런 사기 수법은 ‘폰지 사기’라고 불리는데, 이미 오래 전에 폰지라는 인물이 이런 방법으로 대형 사기를 쳤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폰지는 1919년 미국 보스턴에서 만국우편연합에 가입된 국가 어디에서나 우표를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하는 사업을 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45일에 수익률 50퍼센트, 90일에 수익률 100퍼센트” 라는 선전에 4만 명이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그는 이 자금으로 쿠폰을 발행하지 않았다. 대신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자를 모으는 일에 집중했다. 사기는 결국 1년 후인 1920년에 발각되었다.

폰지와 매도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주변에서 흔히 듣는 피라미드 판매 방식이나 신용카드 돌려막기 역시 같은 원리이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역시 폰지 사기의 일종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영원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시장으로 몰려야 했다. 건전한 채무자들이 사라지자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대출시장으로 끌어들인 끝에 발생한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폰지 사기, 합법적인 월가의 사기

시장의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모두가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환상을 유지시키면서, 자금을 끊임없이 유입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월가의 모든 투자 방식과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버블은 폰지 사기와 원리가 같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 역시 최근의 매도프 사기를 보면서 “폰지 사기는 ‘합법적’인 월가의 사기보다 조금 더 불법적이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속임수를 써서 노력한 것 이상의 대가를 얻으려는 사람이 사기꾼이다. 사기꾼에게 넘어가는 사람들 역시 같은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혹은 사회가 그런 마음을 부추겼을 수도 있다. 폰지와 매도프는 분명 사기꾼이다. 그렇다면 월가는, 금융자본주의는, 거기에 휩쓸려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한가?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