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12.23 10:17

전교조 교사 7명이 중징계를 당했다. 4명은 해임, 3명은 파면 조치 됐다. 지난 10월에 치러진 일제고사에서 학부모의 허락 하에 거부의사를 밝힌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한 것이 그 이유다. 89년 전교조 출범 후 교사가 대량으로 해직된 이후 20년 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건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전교조 죽이기’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MB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융단 폭격’

비단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 간 전교조는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올 상반기 ‘미친 소, 미친 교육 반대’를 외치며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 정국에서 정부는 난데없이 전교조 교사를 그 배후세력으로 몰아갔고,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서울 곳곳에 나부끼게 했던 공정택 교육감은 당선 후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에 가세한 보수우익단체들은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으로 결집해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고소하는가 하면, 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 일부를 인터넷에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그들은 또한 “전교조로부터 어린 영혼을 지켜내기 위한 ‘학부모 가이드북’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광고를 싣고, 그 가이드북을 통해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이 낮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교사들을 중징계 내릴 때와 같은 시기인 11일에는 서울지방검찰청이 주경복 후보 선거자금 지원 의혹을 이유로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을 기습 방문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22일에는 전교조 서울지부장 등 간부 3명을 체포했다. 학원장과 교장들에게 18억 원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공정택 교육감의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압수수색이 ‘전교조 표적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이러한 때, 20주년을 맞은 전교조에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됐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위원장-수석부위원장은 “MB식 경쟁교육을 넘어 전교조, 변화의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51.7퍼센트의 득표를 얻은 기호1번 정진후-김현주 후보다. 이들은 과연 전교조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국민과 함께 교육개혁의 토대 만들기

사실 현재의 전교조의 위기는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전교조 창립 후 소속 교사들의 참교육을 향한 열정과 의지에 박수갈채를 보내던 국민들이 ‘조합이기주의’라며 전교조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누적돼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진후·김현주 당선자는 구조조정론을 앞세운 7차 교육과정 폐지 투쟁, 네이스 투쟁, 교원평가 반대 투쟁 등 교원정책 중심의 투쟁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국민과 함께 하는 이명박 교육정책 반대 연대전선을 형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폭넓은 연대로 대중성과 정치력을 확보해 2010년 지자체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이명박 교육정책을 심판하고 정책의 전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매우 높다. 0교시, 야간자율학습 등의 규제를 푸는 학교자율화 조치부터 일제고사 실시, 국제중/자사고와 같은 특수학교 설립 등 정부의 정책으로 입시경쟁 구도가 강화되고 전체 교육은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것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기에 전교조가 교사의 이익을 위한 것보다 국민과 소통하며 참교육을 위한 정책을 앞세우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년 만에 교육 전체를 뒤흔들며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멈추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 모두의 힘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왜곡되고 뒤틀린 교육시스템은 교사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체가 되어 그 방향과 내용을 수립해야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하다. 교사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전교조를 향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돌리고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올바른 교원평가제 만들어 실행하기

그런 의미에서 ‘뜨거운 감자’인 교원평가에 대해 그동안 전교조가 반대 입장만 고수하던 것과 달리, 당선자가 현재의 교원평가를 올바르게 발전시켜 실시할 의사를 밝힌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기존에 정부에서 내놓은 교원평가 안은 교장/교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근무평정이 큰 부분을 차지해 교사들의 반대여론이 높았다.

따라서 당선자는 학교에서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 도구로 인식되는 근무평정을 폐지하고 교장 승진제도를 개혁한다면 학교교육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평가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교원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전교조가 찬반 입장을 넘어 올바른 교원평가 제도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국민과 소통하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전환시키겠다는 당선자의 공약에는 폭넓은 연대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경로가 없다. 당선자는 공약을 통해 ▲시민단체와 연대해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 일제고사 저지 ▲어린이, 청소년 건강기본법 제정 및 친환경 우리 농산물 급식 운동 전개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정원 확보, 교장 공모제 실시 확대 투쟁을 그 구체적 계획으로 밝혔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은 시민단체와의 연대로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문제는 온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도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는 평범한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한계를 넘어섰다. 80년대 전교조 설립 당시 일어난 참교육 운동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듯, 전교조가 전체 국민의 교육에 대한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며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보다 근원적인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MB식 경쟁교육 넘어설 대안 찾기

전교조의 위기에 또 다른 이유로는 구체적인 대안 없이 대규모 연가투쟁이나 농성 등 반대 투쟁만을 반복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내용이 옳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대안을 함께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사안마다 무작정 힘으로 맞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현안에 따라 투쟁의 수위는 다르게 판단해야겠지만 전교조가 주장하는 내용과 그 대안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선자가 ‘MB식 경쟁교육’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내놓은 정책으로는 교육복지체계 확립과 새로운 학교운동이 있다. 당선자는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교육여건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과 교육격차해소법 등 소외 지역과 계층의 교육복지를 확대하며, 새로운 학교운동을 위해 21세기에 필요한 학교교육의 상을 연구하고 실천하여 모범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소수의 인재 양성이 아닌 모든 학생의 다양한 잠재력 개발을 위해 부실한 공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 사회에 걸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교 대개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다. 입시경쟁 교육과 사교육 문제가 ‘공교육의 위기’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학부모들의 질 높은 공교육에 대한 요구 속에서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은 학교를 내적으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이는 당선자의 공약으로는 참교육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고 교사와 진보적 학자 간의 연구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육철학과 담론, 대안을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있다. 각각의 현안에 대한 대안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필요한 우리의 교육 상황에서 이런 계획은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교사와 학자만이 아닌 국민과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MB식 경쟁교육’을 넘어 국민이 바라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설계하는 교육전문가로서의 전교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전교조 내적으로는 조합원과의 소통을 원활히 만들지 못하고, 정파 간 다툼으로 하나의 단일한 의견을 모아 힘을 집중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것도 전교조 위기에 한 몫을 차지한다. 이에 당선자는 조합원 의견조사를 상설화하고 조합원 총 투표제를 도입해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전교조의 방향을 설정하고 연가 투쟁 등의 주요 전술과 전교조 장래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조직구조 개편 결정에 조합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은 교사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는 있지만, 정파 간 차이를 뛰어넘는 단결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번 선거에서 경합을 벌였던 각 후보들의 정책들을 분석해 전교조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적극 포용하는 등 통 크게 단결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당선 후 첫 과제, 일제고사 반대...학생의 학습권 지키기

이번 전교조 선거에서는 지난 활동에서의 과오를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교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여론과 안팎의 위기의식이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역시 그에 맞춰 교원정책 중심의 투쟁보다 국민과의 소통으로 이명박 정부의 경쟁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전환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표명했다.

그런데 이들이 한 발짝 내딛기도 전부터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작전은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현재 전교조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길은 21세기에 맞는 참교육에 대한 대안과 실천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고 국민과 함께 교육개혁을 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제고사에서 체험학습을 허락해 징계를 받은 교사들과 동료교사는 서울시교육청 앞으로 촛불을 들고 모였다. 학부모들은 대책위를 만들어 부당 징계 철회를 주장했다. 학생들은 23일에 있을 중학교 1·2학년 대상의 전국연합학력평가 때도 현장학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 아이들에게 같은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일제고사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한줄 세우며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방해하는 입시경쟁 강화의 한 방편이다. 이러한 일제고사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도록 놔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교사의 상일까. 이는 교사가 아닌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그럼에도 아직 다수의 학부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선생님이 학생들 시험을 안 보게 하지?’ 라는 식의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당선자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며 헌신적인 문제제기를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그전에 교육을 걱정하는 국민들과 함께 학생들의 성적 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상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의 일제고사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보다 교육적이고 질적인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를 밝혀주어야 진정한 교육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원초등학교 박수영 교사 외 해임교사들은 아직 출근을 하고 있다. 특히 박 교사는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함께 공부하는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서다. 교장은 시설보호 요청을 빌미로 경찰을 학교 안까지 불러들였다.

“우리 선생님을 쫓아내지 마세요. 우리가 선생님 지켜줄게요.”

해임된 선생님과 끝까지 수업을 하기 위한 학부모와 아이들의 눈물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전체 교사의 뜻을 모아 줄 세우기식 경쟁교육이 아닌 학생 모두의 자아실현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겠다는 새로운 집행부의 의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극 표출되기를 바란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