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12.18 09:54

전대미문의 생활고는 눈앞에 다가오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좀처럼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신용경색과 자산, 부채 축소과정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기준금리가 제로금리로 접근해가고 있는데도 유동성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

더욱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경제성장은 멈춰서 급기야 마이너스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고용-소비-수출-경제성장이 모조리 마이너스에 빠지면서 겨울 고용대란의 공포는 점점 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올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고, 고용은 11월 7만 8,000명 밖에 늘지 않으면서 마이너스 고용 가능성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가 불완전해 추가 취업을 해야 할 사람들이 무려 317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 숫자는 조만간 매우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다가오는 실업과 고용불안 공포를 느끼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는 여야 합의 없이 감세법과 예산안 통과시켜

문자 그대로 외환위기를 넘어서는 경제침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각종 감세 법안은 파행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1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를 포함한 정부의 각종 감세 법안을 처리했다.

그리고 12월 13일, 한나라당은 2009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한 예산안 217조 5,000억 원을 포함해서, 전체 예산 지출(일반회계 + 특별회계 + 기금) 284조 5,000억 원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했다. 경기 침체와 감세로 인해 재정 적자는 늘어났고 정부의 계산만으로도 내년에 발행해야 할 국채는 19조 7,000억 원에 이른다. 그 결과 내년 국가 채무 규모는 352조 4,000억 원이 될 예정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 가속화로 이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민심을 외면한 국회의 이런 행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정치불신을 키우고 있다. 과거 30퍼센트 전후를 오르내리던 무당파(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무응답)층이 올해에 40퍼센트를 넘더니 지난 11월부터는 아예 50퍼센트를 넘었다.

“무당층 응답률은 2006년 하반기 이후 30퍼센트 안팎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선거를 앞두고 있거나 여야의 공방이 치열해질 때 무당층이 20퍼센트대로 내려간 적은 있었지만 50퍼센트는 물론 40퍼센트를 넘은 경우도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정치 불신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잘 알 수 있다.(홍형식 한길 리서치 소장,<한겨레 21> 2008. 12. 12)

GM위기를 노조 탓으로 돌리는 대통령의 인식구조가 낳을 결말?

“GM이 위기에 내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 요구를 CEO들이 모두 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제 9차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다.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3사들이 지난 신자유주의 10여년의 과정에서 기술경쟁력 강화를 도외시하고 GMAC(GM Acceptance Corporation)과 같은 금융부분을 키워 단기수익을 추구하다가, 세계 어떤 자동차 기업들보다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인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GM에게 설사 1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3~4개월 운영비로 소진해 버리게 될 뿐, 경쟁력이 다시 살아나서 회생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은 듣고 있지 않은 것인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 의회나 정가에서 파산을 코앞에 둔 GM에 대한 자금 지원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GM위기를 노조 탓으로 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구조는 “전대미문의 위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노사관계가 달라질 것”, “노사관계 전체 구조의 틀을 바꾸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발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경제난을 노동자의 희생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한심하고 위험한 인식 이외에 어떤 것으로도 해석되지 않는다.

최근 한 심포지엄 자리에서 “정부는 있는데 정부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정부가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해 임기응변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불가피하게 엄청난 공적자금 투입을 해야 하는 심각한 국면이 올수 있다는 강력한 비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12월 11일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최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의 정책 대응’)

심지어 이 자리에서 전주성 교수는 정부가 안이한 대응을 계속한다면 내년 초 다시금 대규모 촛불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첫 대중시위, 그리스 청년 시위

지난 12월 6일 밤, 그리스 아테네의 부유한 가정 출신 15세의 알렉산드로스라는 청소년이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경찰차를 향해 돌을 던지며 시위에 참여하다가 경찰관이 발사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청년들의 항의시위와 폭동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갔고 대학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수도 아테네를 포함한 4대 대학도시인 테살로니키, 파트라스, 이오안니나, 이라클리온(크레타 섬)으로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는 확산되어 갔다. 수백 채의 건물과 자동차가 불타고 은행이 공격을 받고 있다.

12월 10일에는 그리스의 양대 노조인 일반노동자연맹(GSEE)과 공공노조최고협의회(ADEDY)가 24시간 전면 파업을 실시하며 참여했다. 이 시위는 이제 우파 집권당인 신민주당의 콘스탄티누스 카라만리스 총리 퇴진요구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신화와 관광의 나라 그리스에서 어떻게 국가가 마비될 정도의 대규모 시위가 이렇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인가. 아일랜드와 함께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던 유로권 국가인 그리스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생활난이 한 청소년의 사망을 도화선으로 폭발한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아테네 시위대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경기 한파에 대한 첫 대중시위로 기록될 것”이라면 이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청년실업은 학생들의 불만을 증폭시켰고 지금의 시위를 주도하게 만들었다. 그리스의 청년 실업은 25퍼센트에 육박해 있는 상태다.

지금 국가 마비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그리스 시위에서 정부는 무엇을 교훈으로 얻어야 할 것인가. 지금처럼 국회무능으로 정치 불신 깊어지고 정부의 임기응변적 경제위기 대처와 노동자 책임돌리기가 도를 넘어가면 전주성 교수의 경고대로 촛불 말고 국민이 선택할 여지가 있을까. 그렇다면 2009년 촛불의 배후는 정치권과 정부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닌가.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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