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퍼센트 성장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냐”
지난 12월 3일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강만수 장관이 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꿈도 꾸지마라. 이는 강 장관이 꿀 꿈이 아니다. 강 장관이 재임해 있는 한 우리 국민은 꿈도 꾸지 못하겠다. 강장관이 퇴임한 이후에,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버린 장기 불황의 긴 터널을 돌파하여 그 끝이 보일 때, 우리 국민은 7퍼센트 성장을 꿈꾸며 미래의 희망을 가져볼 것이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2008년 11월 6일 수정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치에 의하면 이미 선진국들의 2009년 경제가 거의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이 예약되어 있다. 지난 9, 10월 전 세계적인 금융 대충격을 통과하면서 실물경기 추락과 불황(depression) 국면 진입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그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기다. 올해 들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이미 감소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특히 미국 자동차 업계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진다.
2008년 1~10월 사이 미국 자동차 3사의 미국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5퍼센트나 줄어들었는데 이는 일본 자동차의 8퍼센트, 한국 자동차의 1.9퍼센트보다 훨씬 큰 폭이었다. GM, 포드, 클라이슬러 모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는 불과 몇 개월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유럽, 중국,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심각한 감산국면에 직면해 있다. 세계 각 국가는 자동차 산업위기가 제조업 위기로 전이되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경제 역시 9, 10월을 통과하면서 대단히 가파르게 외화, 원화 신용경색이 심각해지고 있고, 실물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그 결과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더 고용, 소비, 수출, 경제성장 모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 장관 7퍼센트 꿈꿀 동안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시대로
정말 고용, 소비, 수출, 성장률이라는 4대 거시 경제지표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이 겨울을 지나면서 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믿을 수 없는 예상이 과연 현실로 우리 앞에 펼쳐질까.
우선 고용 사정부터 보도록 하자. 이미 2007년 7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신규취업자의 감소 추세는 올 들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는가 하면 그 하강속도가 빨라지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8년 1월 23만 5,000명이던 신규취업자 수는 3월에 18만 4,000명으로 줄어들더니 6월 14만 7,000명에 이어 10월에는 급기야 한자리 수인 9만 7,000명으로 급락했다. 이런 추세라면 12월 중순 발표될 전월 고용지표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런 추세는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감원과 고용 감소가 아직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지도 않는데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실물경제의 하락 속도가 빨라질 2008년 말~2009년 초에는 중소기업, 건설업 등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비상경영, 감산, 인력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 → 임시/일용직 → 중소기업 정규직 → 대기업 정규직으로 올라오는 고용불안이 현재 대기업 정규직 눈앞에까지 왔다. 금융권과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대란이 닥칠 수도 있다. 점점 더 마이너스 고용창출이 가까워지고 있다.
내수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소비는 어떤가. 1990~1997년만 해도 우리 민간소비는 7퍼센트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0~2007년 3.4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민간 소비를 주축으로 한 내수 침체가 이미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기 침체로 이마저도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내수기반 붕괴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민간 소비가 마이너스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중되는 신용불안으로 국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실업이 늘어나고 고용이 불안해 지면서 소득이 줄어 소비 여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그나마 소득이 줄면 대출을 해서라도 소비를 해야 하는데, 신용경색으로 대출에 의한 소비마저 막혀버렸다.
당연히 민간소비 위축은 다시 내수시장을 급격히 줄일 것이다. 지난 달 기준 자동차 내수 판매는 총 7만 4,000대로 전달보다 30퍼센트 이상 줄어든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수출 역시 37만 9,000대로 전달보다 7.5퍼센트가 감소했다.
수출 마이너스 행진으로 마지막 성장동력마저 꺼지나
무엇보다 내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유일한 한국경제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수출조차 내수와 동반침체를 시작하면서 마이너스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20퍼센트 고공행진을 하면서 겨우 한국경제를 버티게 했던 수출의 동반침체는 한국경제의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이는 11월 수출이 18.3퍼센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서 극적으로 표현된다. 특히 대 중국 수출이 -27.8퍼센트 수직 추락했다. 가전 -51퍼센트, 반도체 -44퍼센트, 일반 기계 -24퍼센트, 자동차 -13퍼센트 등이다. 아직은 유일하게 선박만이 수출이 증가했다. 정부가 잡은 2009년 5,000억 달러 수출 목표는 어림도 없다.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로 빠지면서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은 2007년 기준으로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시장 수출이 전체의 34.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출의 22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수출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 중국정부는 2010년까지 약 4조 위안( 약 5,900억 달러)을 쏟아 부어 도로, 항만, 철도 건설을 추진하는 중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중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2009년 성장률이 8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질 확률도 매우 높다. 1990년대 초 천안문 사태이후 최대의 하락이 될 것이다.
수출 마이너스가 낳을 결과는 무엇인가. 2008년 10월까지만 해도 많은 기관들에서 3퍼센트 수준의 성장률을 예상했으나 11월 접어들면서 IMF, OECD, 세계은행을 필두로 모조리 2퍼센트 성장으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삼성증권 연구소가 -0.2퍼센트로 역성장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출과 내수, 고용이 모두 마이너스로 추락한다면 한국경제는 저성장에서 성장제로로,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의 진입을 피할 길이 없다.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 30년 동안 1979~1980년, 그리고 1997~1998년에 이어 세 번째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며, 이 기간이 최소 2~3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그 심각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자신이 지난달 말, “세계 경제에 대한 여러 전망 중 가장 실감 있는 것은 향후 2~3년 간 더 길게는 5년 간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아니었나.
있는 자산과 들어올 돈은 줄어드는데 나갈 돈은 늘고
고용, 소비, 수출, 성장률이라는 4대 거시경제 지표의 마이너스 추락은 우리 국민에게 최악의 생활고가 기다리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은 줄고(자산 가치 하락), 들어올 것도 줄고(소득 축소), 나갈 것은 늘어나는(이자비용 상승) 상황이다. 더욱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이 고환율효과 때문에 물가는 2008년 11월 기준으로 4.5퍼센트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줄어든 소득으로 구입해야 할 상품 가격은 내리지 않아 우리 국민은 덤으로 고통 하나를 더 얹고 살아야 할 신세가 되었다.
우선 한국 가계 자산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의 하락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효과조차 무의미할 정도의 신용경색과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 고금리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를 계속 유지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건설경기 침체와 함께 가계 자산 가치 하락을 부추기면서 소비축소로 나타나게 되고, 고금리와 연동되어 주택담보대출 채무상환 부실로 이어지면서 다방면으로 파급될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원리금 상환을 함께 해야 하는 주택담보 대출이 33조 5천억 원에 달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부실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도 지난 6월 14퍼센트에서 9월 17퍼센트까지 급등한 바 있다.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로 밀려나 소득원 자체를 상실하면서 소득 축소가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이미 2008년 3/4분기 실질임금은 2.7퍼센트 하락하고 있고 특히 일용, 임시직 노동자의 하락은 -9.2퍼센트여서 임금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가구주가 직업이 없는 가구가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체 1,667만 가구(2008년 추정) 가운데 올해 3/4분기에 무직가구 수가 269만 가구나 되는데 이는 지난 일 년 동안 13만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근로빈곤층, 취약 계층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이는 2009년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증가할 예정이다.
올 연말 가장 큰 선물은 ‘경제내각 교체’
가지고 있는 자산은 물론 들어오는 소득도 줄고 있는데 반해, 지출해야 할 이자비용은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시름의 골은 깊을 수밖에 없다.
대출과 신용카드사용을 합친 가계부채는 1998년 183조 원에 불과했는데 2008년 6월말 기준 660조 원으로 늘었다. 10년 만에 세 배가 훨씬 넘는 금액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특히 지난 수년간 그 증가속도는 10퍼센트를 훨씬 넘는다. 경제성장률이 4퍼센트에 머물고 임금 증가율도 5퍼센트 남짓인 점과 확연히 비교된다. 이 기간 동안 소득이 세 배로 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대부분 부동산과 금융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산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이는 상당히 큰 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 가처분 소득 대비 이자지급비율이 이미 10퍼센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 역시 수년 간 두 배나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시장성 조달 수단인 은행채 금리가 7퍼센트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일반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이미 빚을 갚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 불이행 관련 상담을 하는 사람이 매일 1,200명이나 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비해 45퍼센트나 늘어난 것이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몸이 추워도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우리 국민이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 강 장관이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경제위기 대책은 퇴임하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강 장관은 이런 말도 남겼다.
“이런 위기 때 CEO 출신 대통령을 가진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이와 같은 경제 난국을 겪으면서 정말 제대로 경제 대통령을 선택했으면 우리 국가의 장래도 달라졌을 텐데, 어째서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2008'년 12월 19일이 아니라, '2007'년 12월 19일에 치러버렸단 말인가.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지난 12월 3일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강만수 장관이 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꿈도 꾸지마라. 이는 강 장관이 꿀 꿈이 아니다. 강 장관이 재임해 있는 한 우리 국민은 꿈도 꾸지 못하겠다. 강장관이 퇴임한 이후에,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버린 장기 불황의 긴 터널을 돌파하여 그 끝이 보일 때, 우리 국민은 7퍼센트 성장을 꿈꾸며 미래의 희망을 가져볼 것이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2008년 11월 6일 수정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치에 의하면 이미 선진국들의 2009년 경제가 거의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이 예약되어 있다. 지난 9, 10월 전 세계적인 금융 대충격을 통과하면서 실물경기 추락과 불황(depression) 국면 진입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그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기다. 올해 들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이미 감소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특히 미국 자동차 업계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진다.
2008년 1~10월 사이 미국 자동차 3사의 미국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5퍼센트나 줄어들었는데 이는 일본 자동차의 8퍼센트, 한국 자동차의 1.9퍼센트보다 훨씬 큰 폭이었다. GM, 포드, 클라이슬러 모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는 불과 몇 개월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유럽, 중국,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심각한 감산국면에 직면해 있다. 세계 각 국가는 자동차 산업위기가 제조업 위기로 전이되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경제 역시 9, 10월을 통과하면서 대단히 가파르게 외화, 원화 신용경색이 심각해지고 있고, 실물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그 결과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더 고용, 소비, 수출, 경제성장 모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 장관 7퍼센트 꿈꿀 동안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시대로
정말 고용, 소비, 수출, 성장률이라는 4대 거시 경제지표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이 겨울을 지나면서 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믿을 수 없는 예상이 과연 현실로 우리 앞에 펼쳐질까.
우선 고용 사정부터 보도록 하자. 이미 2007년 7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신규취업자의 감소 추세는 올 들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는가 하면 그 하강속도가 빨라지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8년 1월 23만 5,000명이던 신규취업자 수는 3월에 18만 4,000명으로 줄어들더니 6월 14만 7,000명에 이어 10월에는 급기야 한자리 수인 9만 7,000명으로 급락했다. 이런 추세라면 12월 중순 발표될 전월 고용지표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런 추세는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감원과 고용 감소가 아직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지도 않는데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실물경제의 하락 속도가 빨라질 2008년 말~2009년 초에는 중소기업, 건설업 등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비상경영, 감산, 인력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 → 임시/일용직 → 중소기업 정규직 → 대기업 정규직으로 올라오는 고용불안이 현재 대기업 정규직 눈앞에까지 왔다. 금융권과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대란이 닥칠 수도 있다. 점점 더 마이너스 고용창출이 가까워지고 있다.
내수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소비는 어떤가. 1990~1997년만 해도 우리 민간소비는 7퍼센트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0~2007년 3.4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민간 소비를 주축으로 한 내수 침체가 이미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기 침체로 이마저도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내수기반 붕괴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민간 소비가 마이너스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중되는 신용불안으로 국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실업이 늘어나고 고용이 불안해 지면서 소득이 줄어 소비 여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그나마 소득이 줄면 대출을 해서라도 소비를 해야 하는데, 신용경색으로 대출에 의한 소비마저 막혀버렸다.
당연히 민간소비 위축은 다시 내수시장을 급격히 줄일 것이다. 지난 달 기준 자동차 내수 판매는 총 7만 4,000대로 전달보다 30퍼센트 이상 줄어든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수출 역시 37만 9,000대로 전달보다 7.5퍼센트가 감소했다.
수출 마이너스 행진으로 마지막 성장동력마저 꺼지나
무엇보다 내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유일한 한국경제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수출조차 내수와 동반침체를 시작하면서 마이너스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20퍼센트 고공행진을 하면서 겨우 한국경제를 버티게 했던 수출의 동반침체는 한국경제의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이는 11월 수출이 18.3퍼센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서 극적으로 표현된다. 특히 대 중국 수출이 -27.8퍼센트 수직 추락했다. 가전 -51퍼센트, 반도체 -44퍼센트, 일반 기계 -24퍼센트, 자동차 -13퍼센트 등이다. 아직은 유일하게 선박만이 수출이 증가했다. 정부가 잡은 2009년 5,000억 달러 수출 목표는 어림도 없다.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로 빠지면서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은 2007년 기준으로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시장 수출이 전체의 34.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출의 22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수출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 중국정부는 2010년까지 약 4조 위안( 약 5,900억 달러)을 쏟아 부어 도로, 항만, 철도 건설을 추진하는 중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중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2009년 성장률이 8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질 확률도 매우 높다. 1990년대 초 천안문 사태이후 최대의 하락이 될 것이다.
수출 마이너스가 낳을 결과는 무엇인가. 2008년 10월까지만 해도 많은 기관들에서 3퍼센트 수준의 성장률을 예상했으나 11월 접어들면서 IMF, OECD, 세계은행을 필두로 모조리 2퍼센트 성장으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삼성증권 연구소가 -0.2퍼센트로 역성장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출과 내수, 고용이 모두 마이너스로 추락한다면 한국경제는 저성장에서 성장제로로,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의 진입을 피할 길이 없다.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 30년 동안 1979~1980년, 그리고 1997~1998년에 이어 세 번째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며, 이 기간이 최소 2~3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그 심각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자신이 지난달 말, “세계 경제에 대한 여러 전망 중 가장 실감 있는 것은 향후 2~3년 간 더 길게는 5년 간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아니었나.
있는 자산과 들어올 돈은 줄어드는데 나갈 돈은 늘고
고용, 소비, 수출, 성장률이라는 4대 거시경제 지표의 마이너스 추락은 우리 국민에게 최악의 생활고가 기다리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은 줄고(자산 가치 하락), 들어올 것도 줄고(소득 축소), 나갈 것은 늘어나는(이자비용 상승) 상황이다. 더욱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이 고환율효과 때문에 물가는 2008년 11월 기준으로 4.5퍼센트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줄어든 소득으로 구입해야 할 상품 가격은 내리지 않아 우리 국민은 덤으로 고통 하나를 더 얹고 살아야 할 신세가 되었다.
우선 한국 가계 자산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의 하락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효과조차 무의미할 정도의 신용경색과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 고금리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를 계속 유지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건설경기 침체와 함께 가계 자산 가치 하락을 부추기면서 소비축소로 나타나게 되고, 고금리와 연동되어 주택담보대출 채무상환 부실로 이어지면서 다방면으로 파급될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원리금 상환을 함께 해야 하는 주택담보 대출이 33조 5천억 원에 달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부실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도 지난 6월 14퍼센트에서 9월 17퍼센트까지 급등한 바 있다.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로 밀려나 소득원 자체를 상실하면서 소득 축소가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이미 2008년 3/4분기 실질임금은 2.7퍼센트 하락하고 있고 특히 일용, 임시직 노동자의 하락은 -9.2퍼센트여서 임금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가구주가 직업이 없는 가구가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체 1,667만 가구(2008년 추정) 가운데 올해 3/4분기에 무직가구 수가 269만 가구나 되는데 이는 지난 일 년 동안 13만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근로빈곤층, 취약 계층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이는 2009년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증가할 예정이다.
올 연말 가장 큰 선물은 ‘경제내각 교체’
가지고 있는 자산은 물론 들어오는 소득도 줄고 있는데 반해, 지출해야 할 이자비용은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시름의 골은 깊을 수밖에 없다.
대출과 신용카드사용을 합친 가계부채는 1998년 183조 원에 불과했는데 2008년 6월말 기준 660조 원으로 늘었다. 10년 만에 세 배가 훨씬 넘는 금액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특히 지난 수년간 그 증가속도는 10퍼센트를 훨씬 넘는다. 경제성장률이 4퍼센트에 머물고 임금 증가율도 5퍼센트 남짓인 점과 확연히 비교된다. 이 기간 동안 소득이 세 배로 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대부분 부동산과 금융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산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이는 상당히 큰 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 가처분 소득 대비 이자지급비율이 이미 10퍼센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 역시 수년 간 두 배나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시장성 조달 수단인 은행채 금리가 7퍼센트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일반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이미 빚을 갚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 불이행 관련 상담을 하는 사람이 매일 1,200명이나 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비해 45퍼센트나 늘어난 것이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몸이 추워도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우리 국민이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 강 장관이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경제위기 대책은 퇴임하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강 장관은 이런 말도 남겼다.
“이런 위기 때 CEO 출신 대통령을 가진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이와 같은 경제 난국을 겪으면서 정말 제대로 경제 대통령을 선택했으면 우리 국가의 장래도 달라졌을 텐데, 어째서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2008'년 12월 19일이 아니라, '2007'년 12월 19일에 치러버렸단 말인가.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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