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12.03 10:31

“도전하라구? 그런데 어디에 할까요?”

12월 첫날 아침,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주제는 청년실업 문제였다. 대통령이 제안하는 해법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청년이여, 도전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냉난방 잘 되는” 사무실보다는 현장에서, “좋은 직장”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그리고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모색하라고 제안한다. 덧붙여 고용지원센터, 청년인턴제, 신용회복프로그램, 해외 워킹홀리데이 등 정부가 펼치는 갖가지 제도를 소개하며 정부의 노력을 피력하고 있으나,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니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하자.

대통령이 갖고 있는 청년실업의 해법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실업자들이 공감했을까? 해결책을 개인의 ‘도전정신’으로 돌리는 현실 인식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자칫 실업의 책임을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년들은 과도할 정도로 학업과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으나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더구나 청년실업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선진국이 더 심각하다는 대통령 자신의 인식과 배치되고 있지 않은가?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그것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실업 국제비교 평가 ‘한국은 평균 이하’

또한 선진국의 청년실업이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도 사실과 반드시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7퍼센트대로 10퍼센트를 넘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낮은 것은 맞지만, 이 수치만 가지고 한국의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덜하다고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첫째, 비교 연령층에 차이가 있다. OECD가 국제비교를 할 때 청년층이라 함은 15~24세를 말하지만, 한국은 의무복무제도로 인해 사회진출 연령이 높다는 것을 감안해서 15~29세를 청년층으로 분류해서 통계를 구한다. 만약 한국과 선진국을 직접 비교하고자 한다면 같은 연령대인 15~24세의 실업률을 비교해야 할 테고, 이 경우 2006년 기준으로 한국 청년실업률은 10.0퍼센트로 훨씬 높아진다.

둘째, 보다 중요한 문제는 한국의 청년들은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이른바 ‘비경제활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실업률의 비교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는 고용률(=취업자/청년인구)로 비교하는 게 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데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OECD 평균보다 상당히 안 좋은 수치를 나타낸다. 15~24세 인구 중에서 취업자의 비중은 불과 27.2퍼센트로 비교대상 국가 29개국 가운데 22위이다.

                              [그림1] OECD 국가별 청년 실업률 비교(%)


* 주: 2006년 기준 전체 29개국 중 11위 (데이터가 없는 룩셈부르크 제외), 출처: OECD Employment Outlook 2007.


                                [그림2] OECD 국가 청년 고용률 비교(15~24세, %)

* 주: 2006년 기준 29개국 가운데 22위 (데이터가 없는 룩셈부르크 제외), 출처: OECD Employment Outlook 2007.

벨기에, 쿼터제로 ‘5만 명’ 신규고용 창출

익히 알려져 있듯, 한국의 청년실업은 특수성을 갖는다. 많은 청년들이 구직에 나서기 보다는 먼저 취업준비에 매달리거나 아예 구직을 단념하는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의 규모는 실업자 인구와 엇비슷하거나 능가한다. 실제로 이들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무려 20퍼센트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를 공식실업률과 비교한다면 OECD 국가들 가운데 약 22위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이고 벨기에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벨기에는 고용률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약 27퍼센트 비중이다. 그래서인지 벨기에의 ‘로제타 계획(Rosetta Plan)’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는 많은 국가들이 청년층 실업정책을 수립할 때 자주 교훈으로 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로제타 계획은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대단히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포괄하고 있다. 벨기에에서 이전에 실행했던 실업대책 방안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계획은 이전과 달리, 청년층 실업의 책임을 상당부분 산업계와 정부가 나눠 청년들과 정부, 그리고 업계가 청년층 실업의 책임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그 책임을 공유하는 한 가지 실천 방안으로 50인 이상의 기업들에 대해 전체 피고용자의 3퍼센트를 청년층으로 신규 채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른바 쿼터제인 셈이다. 기업들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반대를 표하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시행한 첫 해에는 목표치를 훨씬 넘는 약 5만 건의 신규채용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어난 바 있다.

다가올 고용대란 국면, 할당제를 시행하자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아니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첫째, 차별을 없애라. 둘째, 생계비를 보장하라. 셋째, 자기계발의 기회, 혹은 훈련을 제공하라. 청년들이 ‘도전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언급한 세 가지가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를 청년들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삶이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를 무릅쓸 수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내년 고용상황은 청년실업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한가하게 들릴 정도로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을 것이다. 자영업인들로부터 시작된 ‘아래로부터의 붕괴’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어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도산이 시작되고, 재벌들의 인력 구조조정으로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IMF 외환위기 때처럼 또다시 고용조정의 결과가 청년고용의 어려움으로 고통이 전가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청년고용은 ‘학교 → 일’로 이행되는 과정의 하나이므로 최초 진입이 늦어지면 장기실업에 빠질 경향이 대단히 높아진다. 한번 때를 놓치면 다른 연령대와는 달리 장기화될 가능성 또한 크다.

현재로서는 청년실업의 대책을 한가하게 ‘고용지원센터’ 등과 같은 곳에 맡겨둘 때가 아니다. 벨기에와 같은 ‘쿼터제’도 아닌 ‘할당제’를 실시해야 할 때이다. 먼저 청년 신규채용 목표 규모를 미리 정하고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공공부문 등의 사업장을 골라 기업규모에 따라 할당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이 청년 채용을 빌미로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경영부담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혹은 조건부로 청년을 채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이미 청년층의 취업자는 2003년 이후 계속 줄어들었고 여기에는 대기업, 공기업 등 매출 상위 기업들이 무경험자 채용을 꺼려 온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 기업과 공공부문은 마땅히 청년실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림3] 청년층(15~24세) 최근 고용 추이

* 출처: 통계청 KOSIS Database.


이상동/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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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이됩니까

    채용은 기업의 경영판단에 맡길 문제이지 정부가 청년층을 무조건 채용하라 이렇게 명령할 문제입니까? 그렇게 해서 기업의 경영이익과 부합되지 못하는 청년층 강제채용으로 채용된 인력이 얼마나 기업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운용되리라 예상하십니까.
    어려울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지 급하다고 상식 밖의 일을 하라고 강제하다니요 말이됩니까

    2008.12.03 11:3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