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뒤를 이어 본격적인 실물경제 침체가 시작되고 있다. 수출둔화와 내수부진, 자금 경색으로 건설업, 금융업, 제조업이 모두 위태롭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문제가 터지면 곧바로 연쇄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상상하기 힘든 최악의 경제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비지니스 프렌들리’라고 자처했던 경제 대통령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견실한 중소기업의 도산이나 중소기업 사장들의 자살 소식은 이제 너무 흔해졌다.

전체 고용의 88퍼센트 책임지는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구분하는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중소기업법에 의하면, 각 업종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근로자수 300인 미만 자본금 80억 원 이하를 중소기업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상시근로자수 1천 명 이상,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인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제외하도록 상한 기준을 두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수는 2006년 기준 약 300만 개이며, 고용된 종사자수는 약 1,240만 명이다.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살펴보자면 전체 기업의 99.9퍼센트이며, 전체 고용의 88퍼센트로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직장인 10명 중에 9명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것만 같은 삼성그룹의 전체 고용인원은 2007년 기준 약 26만 명으로, 중소기업 전체와 비교한다면 약소할 뿐이다.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묵묵히 우리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일해오던 중소기업이 올해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다. 가장 먼저 중소기업에 타격을 준 것은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원자재가 폭등이다. 금융위기로 월가에 집중되어 있던 금융자본이 원자재와 식량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일어났고, 이는 국내 중소기업에 제조원가 상승이라는 부담을 주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기업은 원자재가 상승분을 납품원가에 반영시켜주지 않았다. 일부는 오히려 납품원가를 인하하기도 했다. 고철과 선철의 경우 지난 10년간 각각 190퍼센트, 121퍼센트씩 가격이 올랐으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주물제품 가격은 20~30퍼센트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대기업의 ‘횡포’라는 말 외에 설명할 말이 없다.

300만 개 중소기업이 연쇄도산 한다면

이 때문에 올해 2월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사장들은 파업까지 했다. 중소기업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원자재가 상승을 납품가에 연동시켜 반영하도록 법제화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에 의한 자율교섭’을 내세우며 이를 반대했다.

중소기업에 닥친 두 번째 어려움은 KIKO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KIKO는 수출기업들이 극심한 환율 변동을 피하기 위해 은행과 체결한 계약이다. 그러나 손실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은 은행과 갑작스러운 환율 폭등으로 중소기업은 오히려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되었다. 최근 중소기업 ‘성진지오텍’은 KIKO로 인해 2,974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인 1,100억 원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수치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미 6월에 KIKO가 불공정 계약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연합회 편을 들어주었다. 현재 120여 개의 KIKO 피해 중소기업들이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을 청구해놓은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들어서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것이 금리상승으로 인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다.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는 늘어나는데 은행들이 자체 자금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다. 올해 7월까지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5.6퍼센트를 유지하다가 8월에는 1.8퍼센트, 9월에는 1.9퍼센트로 급격히 위축되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직접 지원 필요

설령 은행이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평균 7퍼센트 이상의 대출금리를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렵다. 2005년 이후 중소기업들의 이자 상환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현재 중소기업의 40퍼센트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믿고 선뜻 대출을 해줄 리가 없다. 결국 정부가 방출한 돈은 정작 필요한 중소기업에 지원되지 못한다.

이렇듯 우리의 중소기업은 원자재가 상승, KIKO 피해, 고금리로 인한 자금 부족의 3중고를 한꺼번에 겪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중소기업 연쇄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은 직장인 10명 중에 9명이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중소기업을 단순한 보호 지원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구조를 세우는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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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ㅜㅜ

    경제 내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크다고 지원을 해야한다면,
    똑같은 이유로 대기업도, 금융권도 지원을 해야 합니다.

    경제적 비중 말고 다른 지원 이유는 없을까요?

    2008.11.20 06:5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