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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GM의 위기, 제조업과 금융을 맞바꾼 대가

“금융위기는 아직 진정되지 않았는데, 그보다 더 두려운 실물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이 아직 실마리조차 잡히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위기보다 더 위협적인 실물경기 침체가 오리라던 예상이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기 시작했다.

실물경기 침체가 다시 금융위기를 증폭시켜

베스트바이(Best Buy)에 이어 미국 2위의 가전 유통업체인 60년 역사의 서킷시티(Circuit City)가 2008년 11월 10일 3/4분기 손실 약 2억 4,000만 달러를 내면서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국제우편과 화물배송 회사인 DHL 역시 미국 법인의 감원규모가 1만 5,000명으로 늘어났으며,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금융가에서는 이미 11만 명이 해고되는 등 미국 내 기업들에 구조조정과 감원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008년 3/4분기부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소비지출도 급격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8년 3/4분기 소비는 이미 3.1퍼센트 감소했고, 4/4분기에는 2.9퍼센트 감소, 2009년 1/4분기에는 1.3퍼센트 감소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차 대전이후 최대의 소비 침체라고 할 만하다. 미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미국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민의 소비감소는 미국 기업의 감산과 구조조정, 그리고 실업자 증가로 이어진다. 2008년 10월 실업률은 6.5퍼센트로 14년만의 최고치이며 이로써 공식적인 실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9년 실업률을 8퍼센트 이상으로 보고 있다. 2008년 1~10월 사이에 줄어든 일자리만 해도 120만 개에 이르는데, 2008년 9월 비농업 부문 고용 감소는 28만 4,000명이었고 10월은 24만 명이었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되기 시작한 2007년 12월 이후 연속되는 감소세다. 그러다 보니 2008년 11월 현재 1주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실직자는 25년 만에 최대로 389만 7,000명에 달했다.

‘미국 금융위기 → 유동성 감소와 자금조달 위기 → 소비 위축 → 기업의 감산과 구조조정 → 실업 확대 → 소비위축’의 악순환구조를 따라 미국 경제가 불황의 기나긴 터널로 진입하고 있음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이 같은 실물경기 침체는 필연적으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기업 실적 악화는 다시금 주식시장 폭락과 금융회사들의 자금회수능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를 증폭시키게 된다.

미국 실물경기가 어느 수준 위기까지 치달을 것인지에 대한 시금석이 바로 자동차 3사가 몰려있는 디트로이트의 경제이며, 그 중심에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이라고 할 GM이 있다. 지금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GM의 생사여부를 둘러싸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선거사상 최대의 이변이라고 할 오바마 체제가 2009년 1월 20일 정상적으로 출범할지의 여부도 GM을 중심으로 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회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초 최대 93달러를 넘나들었던 GM의 주가는 2008년 2월까지만 해도 28달러 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실물경기 침체가 확산되기 시작한 11월에 접어들자, GM의 주가는 11월 11일자 종가 기준으로 무려 2.92달러까지 무너져 내렸다. 10개월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1/10토막이 났다.

GM은 제조업의 리먼 브라더스가 될 것인가

주가 2.92달러의 시점에서 GM의 시가 총액을 계산해보면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 남짓된다. 이는 시가 총액이 68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식으로 GM을 68개나 살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GM을 더욱 황당하게 만드는 사실은 11월 10일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DeutscheBank)가 GM의 ‘목표 주가’를 제로(0) 달러로 제시하면서 투자자에게 매도할 것을 주문했으며, 비슷한 시각 영국 금융기관 바클레이즈(Barclays)도 GM의 목표 주가를 1달러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GM 주식은 조만간 휴지조각이 될 것이니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한 셈이다.

그런데 GM의 주가가 추락한 것은 단순히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해서 이미 위축되기 시작한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 특히 소비 위축을 반영하고 있다.

2008년 들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이미 감소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특히 미국 자동차 업계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진다. 2008년 1월에서 10월 사이 미국 자동차 3사의 미국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5퍼센트나 줄어들었는데 이는 일본 자동차의 8퍼센트, 한국 자동차의 1.9퍼센트 감소보다 훨씬 큰 폭이었다. 더욱이 소비위축과 실물경기 침체가 두드러진 10월 GM의 판매는 45퍼센트 감소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의 다른 자동차 회사는 물론이고 일본이나 한국의 자동차 판매 부진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그러다 보니 GM의 경영실적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최근 수년 동안 이어온 적자 행진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GM은 2008년 들어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보고 있는 중이며, 3/4분기 손실만 해도 25억 3,2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즉, ‘미국 금융위기 → 실물경기 침체 → 소비위축 → 내구재 소비위축 → 자동차 구입 감소 → GM의 손실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GM은 당장 운영할 수 있는 유동자금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2008년 11월 현재 현금 운영자금이 약 162억 달러로 알려졌다. 운영자금이 한 달에 거의 20억 달러씩 줄어들고 있는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정부 지원이 없다면 2009년 상반기에는 결국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이런 상황이니 릭 왜고너 GM회장이 “GM을 파산하게 놔두면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와 같은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연방정부의 긴급 구제 금융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전 세계로 실물경기 침체가 확산되고 있는 국면에서 매출 감소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나 GM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에서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역시 2008년 10월까지 자동차 판매량이 310만 대로, 전년 대비 10만 대가 줄어들었으며 BMW를 비롯하여 주요 자동차 산업들이 조만간 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알려진 일본 자동차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요타와 닛산 등 8개 완성차 업체의 감원 규모가 2008년 11월 초 현재 9,700명에 달했고 2008년 안에 1만여 명에 이를 예정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적자 행진에 현금 보유고까지 말라버린 GM의 생존은 그 어느 자동차 회사보다도 절박한 상황이다. 만약 GM이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서 지난 9월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와 마찬가지의 운명에 내몰리면 그 파장은 얼마나 될까?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에 따르면 자동차 3사 가운데 단 한군데만 파산해도 당해 실업자가 250만 명, 2011년까지 추가 실업자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기 여파로 이미 1,000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한 미국 고용상황에 더욱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설비과잉과 부채에 의한 가수요 창출

그런데 GM이 누구인가? 2007년 도요타에게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76년 동안 세계 제1위의 자리를 지켜왔으며 41개국에 지사를 두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통했던 회사가 아닌가? GM은 한 해 1,000만 대가 넘는 자동차 생산능력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3.3퍼센트에 해당하는 940만 대를 판매하며, 한 해 1,7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왔다. GM이 거느리고 있는 전 세계 지사에 고용된 인원은 25만 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그런 GM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을까? 여기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해왔던 자동차 산업 환경과 이에 대한 GM의 대응방식에 원인이 있다. 사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이미 설비과잉으로 오랫동안 문제가 누적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2007년 현재 약 1,7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설비가 과잉되어 있다. 설비과잉은 자동차 회사들의 자산대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다. 1970년대에는 약 20퍼센트까지 달했던 자동차회사들의 경상이익률은 현재 5~7퍼센트대로 하락했다.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자동차회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거대 자동차회사들의 경쟁은 시장이 포화되어가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흥국에서도 벌어졌다. 이는 해당 국가에의 공장증설을 필요로 한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는 자동차 설비가 과잉되어 있으나, 계속해서 생산능력을 확대해가는 구조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GM을 비롯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는 적극적인 외주화, 분사화와 제조업 공장의 해외 이전을 통해 경쟁을 돌파하는 전략을 써 왔고 다른 한편에서는 늘지 않는 자동차 수요를 확장하기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스템을 도입하여 이른바 ‘부채’에 의한 가수요를 창출해왔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중산층은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요를 일정하게 증가해 왔는데 여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미국의 가계는 차입을 통해 부동산을 구매해 왔던 것처럼 자동차 구매 역시 차입에 의존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GM의 점유율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50퍼센트에 육박하여 반독점법 대상에 오를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금융위기를 겪기 시작한 2007년과 2008년을 경과하면서 매우 급격하게 하락했다. 2008년 현재 미국 자동차 3사의 미국 점유율은 48.3퍼센트인 반면 일본 자동차는 39.7퍼센트로 올라섰다.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2005년 이후 GM의 적자폭은 커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2007년 387억 달러 적자(최종 조정된 손실은 230억 달러)에 이어 2008년 9월까지 이미 2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미국과 세계의 실물경기 침체와 소비위축까지 본격화되면서 절대적인 시장 축소가 진행되자 GM을 포함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을 등한시하고 금융을 선택한 대가

그렇다면 왜 미국의 자동차 3사 중에서도 특히 GM의 쇠퇴가 유난히 두드러질까? 1980년대 이후 가속화되기 시작한 ‘경제의 금융화’ 현상이 GM에게도 예외 없이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GM의 쇠퇴는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2000년 이후에 GM이 거둔 이익의 상당부분은 사실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로부터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GM역시 여타의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금융회사를 사업영역으로 끌어들이고 금융부문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 금융회사가 다름 아닌 GMAC였다.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6년까지만 해도 GMAC는 GM에게 약 22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주면서 GM 자동차 부문의 손실을 메워주던 효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터진 2007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2007년 GMAC가 낸 순손실은 23억 달러에 이르렀고 49퍼센트의 지분을 소유한 GM은 이 가운데 11억 달러의 손실을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들어서면서 GMAC의 손실은 더욱 증가하여 3/4분기에만 25억 2,0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다. 이 가운데 모기지 관련 손실이 19억 달러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GMAC 역시 2000년대 과열되었던 모기지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GMAC의 모기지 관련 손실은 10월까지 총 9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M이 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GMAC의 자회사인 모기지 금융업체 레지덴셜캐피털(ResCap)은 부실 채권 증가로 생존 가능성 자체가 회의적이다.

GMAC의 위기는 GM에게 직접 재정손실을 가져다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GMAC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신규 할부 대출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는 다시 자동차 판매 자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부진을 금융으로 메워왔던 GM이 이제 역으로 금융부문의 손실로 인해 GM 전체가 흔들리는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경제의 금융화가 미국의 전통적 제조업인 GM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제조업들은 설비 투자 기간과 투자 회수기간이 비교적 긴 제조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회수기간이 짧고 한때 고수익이 보장되던 금융부문에 치중한 결과,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회생 가능성 자체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강성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무리한 복지혜택 요구가 회사 경영을 더욱 어렵게 했으며 의료보험과 연금혜택이 부담이 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GM 몰락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미약하다.

미국 정부는 GM을 살려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GM의 운명, 나아가 디트로이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10월 한 때 크라이슬러 지분 80.1퍼센트를 보유한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CerberusCapitalManagement)가 자신이 보유한 GMAC 지분 51퍼센트를 지렛대로 하여 GM과 클라이슬러 합병을 주선했지만, GM의 10월 손실이 커지면서 이마저도 가능성이 희박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GM의 회생 가능성은 좁아지고 있다.

또한 ‘에너지 고효율 자동차 개발’ 명목으로 의회에서 통과된 250억 달러 외에 100억 달러 긴급 구제요청을 한 GM의 요구를 부시행정부가 거절한 상태다. 그런데 부시 정부가 월가를 살려내기에만 여념이 없던 것과 달리 미국 민주당과 새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자동차 산업을 살려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주목이 된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어려움들로 인해 오바마 당선자나 미국 민주당이 나선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첫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절대적인 경쟁력 약화가 한참 진행된 상태에 있다. 둘째, GM은 이미 상당한 적자를 안고 있어 어지간한 자금 투입으로는 몇 개월도 생존하기 쉽지 않다. 셋째, 아직 금융부문의 구제 금융을 위한 재정지출은 물론,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회복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연방정부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넷째, 결정적으로 이미 과잉된 자동차 시장 국면에 더하여 절대적인 내구재 소비위축과 시장축소가 시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서 월가에서도 GM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 보다 차라리 파산시키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1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아크만은 “GM은 부채가 너무 많고 계약 조건들도 경제적이지 않아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 “GM이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된 파산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실업 여파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월가다운 발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일단 미국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가 미국 자동차 3사(GM, 포드, 클라이슬러)의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250억 달러의 긴급 구제 금융을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7,000억 달러 가운데 일부를 돌려 지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자동차업계 앞에 놓인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먼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실시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의지를 가진 오바마 당선자의 취임식인 2009년 1월 20일까지 GM이 견뎌내기에는 힘든 상황에서 의회가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의회조차 상황을 풀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GM의 위기, 한국경제와 무관하지 않아

그렇다면 GM이 처한 절대 절명의 위기는 미국 경제만의 위기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은 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2002년 GM이 인수한 한국 자동차 회사인 GM대우가 있기 때문이다. GM대우는 국내시장 보다는 GM본사를 통한 수출이 전체 판매의 8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다. 때문에 GM의 운명은 곧 GM대우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GM대우는 토스카와 윈스톰을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은 내년 3월까지 조업일수 기준 총 45일간 조업을 중지할 예정이고, 군산공장은 31일,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은 각각 10일 동안 조업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보도되었다. 미국 GM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하에 따라 더욱 악화될 여지도 있다. 한국 제조업이 세계 실물경기 침체의 타격을 직접 받게 되는 순간이다.

GM 대우 외에 외국계 자동차 업체인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 자동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사내 협력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고 르노삼성도 이달 중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는 방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구조조정’, 그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경영문제가 아니다. 11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 어떤 단어보다 고통스러운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환위기 때처럼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다가는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된 상황에서 대폭적인 구조조정은 경제가 다시 기대고 일어날 언덕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에서도 구조조정은 단지 해당 기업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차원을 넘어서 경제의 회생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손쉬운 답으로서 구조 조정을 쉽게 거론해서는 안 된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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