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서 ‘미국’이 갖는 절대적 위치만큼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수출’이다. 국토도 작고, 자원도 없는 우리는 수출을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수출주도형 경제’에 대해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한번쯤은 들어보았기 마련이다. 40대 이상이라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은 국력의 총화”라는 표어도 낯이 익다. 한미FTA에 대한 열망 역시 ‘수출해야 잘 산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한다. 사실 우리가 미국에게 절절매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도 미국이 우리에게 중요한 수출 대상 국가이기 때문이다.

수출 5000억 달러 달성, 가능할까?

우리의 수출액은 2006년 최초로 3,000억 달러를 초과했으며 2007년에는 3,714억 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전망치는 4,400억 달러로 예상된다. 국가별로 보자면 2007년 수출액을 기준으로 대미국 수출이 약 12퍼센트, 대중국 수출이 약 22퍼센트를 차지한다. 수출품목으로 보자면 자동차,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의 상위 10대 품목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10월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10퍼센트가 늘어나 약 378억 달러이며, 무역지수는 약 1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에 고무되어서인지 지식경제부는 내년 수출액 목표를 5,000억 달러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내수도 부진한 마당에 침체된 경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련을 겪고 있다. 미국은 금융기관부실뿐 아니라 가계부실의 확대가 이어지면서 소비 부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의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 미국경제는 0.4퍼센트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도 1퍼센트대의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성장률보다 소비와 수입의 하락추세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이미 물량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1000원 투자하면 600원의 부가가치 창출

만약 우리가 5,000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하려면 5,000억 달러의 물건 혹은 서비스를 사주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특히 미국은 수입할 여력이 없다.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데 5,000억 달러 수출이 과연 가능할까? 국내 경제연구소들 역시 내년 수출 증가율이 8퍼센트대의 한 자리수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수출 증가율이 약 20퍼센트였던 것과 비교한다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이다.

이렇듯 현실적으로 수출이 타개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 하나와 더불어 수출을 늘리는 것이 정말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가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이다. 수출이 1단위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부가가치의 크기를 나타낸다.

한국은행이 5년마다 펴내는 ‘산업연관표’에 의하면 2005년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617이다. 즉, 1,000원어치를 수출하면 617원만이 국내에서의 생산과 고용 등의 부가가치로 창출되고 나머지 383원은 소재 및 부품 구입을 위해 해외로 지출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수록 수입도 같이 늘어난다.

이에 비해 같은해 투자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795, 소비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841로 수출에 비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함을 알 수 있다. 이것만 놓고 보자면 1,000원을 투자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낳는 것은 국내 소비이며, 가장 적은 효과를 낳는 것이 수출이다.

서민 경제와 괴리된 수출

또한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의 수출 주력 상품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이 아니다. 게다가 주로 몇몇 대기업들이 수출로 이득을 볼 뿐 자영업과 중소기업에게까지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 수출이 아무리 잘되어도 일자리가 늘지 않고, 서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의존한 수출은 우리 경제를 항상 불안하게 만든다. 이들 나라의 경제가 조금만 나빠져도 우리 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수출 없이 살거나 수출을 경시할 수는 없다. 다만 수출에 대한 맹목적 추종 대신 우리 스스로 구축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경제성장 방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외부충격으로부터 버틸 수 있으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며, 일자리도 늘리고 국내 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책은 다름아닌 내수경제 활성화에 달려 있다. 언제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용어 공부>

▶ 국제수지

한 나라의 거주자와 다른 나라의 거주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거래를 기록한 것. 한 국가의 가계부와 같다. 크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이루어지며, 보통 경상수지와 혼용하여 쓰인다.

▶ 경상수지

국제간의 거래에서 자본거래를 제외한 경상적 거래에 관한 수지. 일상적인 대외거래의 결과 나라 안팎으로 들어오고 나간 외화금액의 차이를 말한다.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로 구성된다.

① 상품수지 : 다른 나라와의 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외화의 차이
② 서비스수지 : 다른 나라와의 서비스 거래에서 발생한 외화의 차이. 우리나라의 비행기나 배가 물건을 나르고 외국으로부터 받은 운임,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여행경비, 외국에 지급하는 로열티 등이 포함된다.
③ 소득수지 :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 사이의 투자의 결과로 발생한 외화의 차이. 외국에서 벌어온 임금, 투자해서 받은 배당금이 포함된다.
④ 경상이전수지 : 우리나라 거주자와 외국 거주자 간에 무상으로 주고받는 외화의 차이. 해외교포들이 국내 친지에게 보내온 송금, 외국으로 보낸 기부금과 구호물자 등이 포함된다.

▶ 자본수지

국제간의 거래에서 실물(서비스 포함)의 이동을 수반하지 않는 자본의 이동에 따른 거래에 관한 수지.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를 하거나 정부가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해오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 무역수지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 1998년 IMF가 정한 국제기준에 맞춰 국제수지표를 바꾸면서 무역수지 대신 상품수지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에 비해 포괄 상품의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선박과 항공기의 운항을 위해 외국에서 구입한 연료와 보급품 및 수리비가 추가로 포함되었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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