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교육> 연재기획 목차

① ‘사교육비 두 배, 공교육 붕괴’로 향하는 MB교육
무한경쟁 부추긴 영국식 교육은 왜 무너졌나?
‘경쟁교육, 귀족교육’이 MB식 ‘수월성 교육’?
④ 학교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영국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은 말한다. “항상 제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있는 힘껏 계속 달려야 해.”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다른 이보다 앞서 나갈 수가 없다. 주변 세계도 함께 앞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을 힘을 다해 뛰어도 제자리 걸음이며, 경쟁자를 제치기 위해서는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한다. 이 얘기에 빗댄 원리가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이다.

이명박 정부가 벤치마킹한 영국 교육 개혁은 어땠나?

우리나라 교육에도 ‘붉은 여왕 효과’가 적용되고 있다. 학생들은 저마다 성공하기 위해 사교육을 통해 입시경쟁을 하지만,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 방법을 이용하므로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영재가 아닌 이상, 경쟁자를 제치기 위해서 부모들은 경제력을 이용해 ‘고품질’의 사교육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주의적 교육개혁은 교육을 점점 더 양극화 시킬 뿐이다. 현재 이명박 교육정책은 여러모로 영국의 시장주의적 교육개혁 과정을 이식해 놓은 듯 유사하다.

그렇다면 영국의 교육개혁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인 마가릿 대처가 집권한 후, 영국은 더욱 무한경쟁의 구도로 바뀌었다. 대처 정부는 경기 침체의 원인을 ‘학력 저하’로 규정해 ‘경쟁과 선택’을 통한 질 관리를 교육개혁의 기조로 채택해 교육에도 시장주의와 경쟁의 원리를 도입했다. 학생들의 표준학업성취도 검사를 도입해 학교 간 성적 순위표를 공개했으며,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주었다. 그 후 집권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정부 역시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는 교육정책을 강행했다. 이어 2007년 말, 고든 브라운 총리는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성적이 나쁜 공립학교는 폐교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붉은 여왕의 나라’ 영국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과 이를 뒤따르는 이명박 교육정책의 유사점을 면밀히 비교해, 우리 교육의 미래를 점쳐보자.

성적 나쁜 학교는 퇴출시키는 경쟁 시스템

첫째, 한국과 영국은 일제고사, 학교 순위 공개, 학부모의 학교선택제 등으로 각 학교를 성적으로 한 줄 세워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영국은 ‘학력 신장’을 최대 목표로 삼아 국정 교육과정에 맞춰 전국학력평가시험을 치르고, 모든 학교의 학업성취도 결과표를 해마다 발표해 학부모들에게 학교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각 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는 지역교육청의 권한을 없애고 학부모들이 스스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학교선택제를 도입했다. 한 학교에 지원 학생이 넘칠 때는 학교와 거리가 가까운 곳에 살거나 동 학교에 형제자매가 다니는 학생에게 입학 기회가 먼저 주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10월에 치뤄지는 국가 주관 일제고사, 교육정보공개법에 의한 학교별 성적 공개, 학교선택제는 놀라울 정도로 영국과 닮은꼴이다.

둘째, 두 나라는 경쟁을 통한 ‘선택과 집중’의 예산지원 정책을 통해 성적이 나쁜 학교는 퇴출시키도록 한다. 영국 정부는 각 학교의 예산을 학생의 머릿수에 따라 책정하고 많은 학생을 끌어들인 학교에는 그만큼 추가예산을 보상으로 더 주었다. 반면, 정원미달인 학교나 학업성취도 평가에 실패한 학교는 교육부의 예산삭감을 이유로 폐교시켰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학교만 키우겠다는 의도다. 올해부터는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성적이 나쁜 학교가 2013년까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폐교 또는 흡수 통합할 계획이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전체 공립학교의 5분의 1인 670여 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역시 서울시교육청이 2007년 2월 발표한 ‘학교선택권 확대 계획’을 통해 ‘선택과 집중’의 예산지원 정책을 엿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비선호학교’에 대한 대책을 보면, 2010학년도 이후 경쟁에서 실패한 학교는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폐교시킬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비선호학교란 학생을 많이 끌어들이지 못한 학교를 의미한다. 학부모들이 명문대 진학률과 학교별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를 선택하게 될 것을 감안하면 입시 교육이 부실한 학교는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유층 전유물인 영국의 ‘사립학교’ 와 한국의 ‘특목고’

셋째, 한국과 영국은 부유층 자녀만이 진학 가능한 입시 명문 ‘귀족학교’를 양산했다. 영국의 중등학교는 사실상 무시험으로 진학하고 학비가 없는 공립학교와 시험을 치고 학비도 내는 사립학교, 공립학교 중 시험을 치는 문법학교로 나뉘어졌다. 그 중 사립학교에는 부유층 자녀들의 지원이 몰린다. 전국 학생 수의 7퍼센트에 불과한 55만 명의 사립학교 학생들이 전체 대학 입학생의 20퍼센트, 옥스퍼드와 캐임브리지 대학 입학생의 50퍼센트를 차지한다. 1999년 대입결과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상위 성적을 내는 100개 학교 가운데 13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가 모두 사립학교였다.

또한 사립학교 출신의 75퍼센트가 전문직이나 관리, 경영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사립학교에 진학하길 원하지만 사립학교의 학비와 기숙사비는 연간 2,000만~4,000만 원으로 매우 비싸 부유층이 아닌 이상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럼에도 유명 사립 초등학교의 경우는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그 학교의 입학 대기 명단에 자녀를 등록시킬 정도로 사립학교 열풍은 대단하다.

이러한 영국의 사립학교는 현재 우리나라의 특목고, 자사고와 유사하다. 거기에 더해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를 통해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를 총 300개 설립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중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는 민족사관고 수업료 추정치인 한해 1,500만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특수학교는 민족사관고 학생의 학부모의 한 해 소득이 2005년 기준으로 8,250만 원인 것만 봐도 부유층 자녀의 지원이 집중됨을 알 수 있다.

또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추진 중인 국제중의 한해 순수 수업료는 입학금을 포함해 550만 원이다. 이는 청심국제중의 한해 수업료(입학금 포함) 436만 원보다 많은 액수다. 서민들은 중학생 때부터 연간 1,000만 원의 학비를 내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는 어렵다.

                                                [표1] 영국과 한국의 교육개혁 비교 


영국을 통해 본 우리 교육의 암울한 미래상

이와 같이 영국과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찍어놓은 붕어빵마냥 비슷하다. 영국이 지난 20여년 간 추진해 온 교육개혁의 결과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불러올 우리 교육의 미래가 손쉽게 그려진다.

먼저, 영국의 일제고사와 학교 성적 공개에 의한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강화는 결국 학교들 사이의 경쟁을 심화시켜 더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한 각 학교의 편법/불법 사례가 늘어나는 등 공교육을 위기로 내몰았다. 각 학교에서는 매년 공개되는 학교 순위표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주입식 교육을 하고 정답을 고르는 기술을 가르치거나 시험문제를 사전에 유출하는 식의 편법을 썼다. 표준성취도 검사뿐 아니라 전반적인 무단결석과 출석률의 조작, 퇴학생 수에 대한 거짓 기록에 이르기까지 속임수는 여러 분야에 걸쳐 만연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습부진아에 대해 입학을 불허하거나 반강제 퇴학시키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 결과 대처 수상이 집권한 후 5년 간 퇴학생 수는 5배나 늘었다.

학교 간 경쟁의 심화는 교사의 업무량을 증가시켰고 이는 곧 높은 이직률로 이어졌다. 99년에는 한 해 동안 5천여 명의 교사들이 퇴직했다. 10년 전보다 2.5배 증가한 수치다. 그들의 퇴직 이유는 학교 간 경쟁 체제 속에서 늘어나는 수업부담과 행정업무로 인한 건강문제 발생,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다. 교원 지망생의 수도 줄어들었다. 99년 말 초등교원양성과정 지원 학생은 6월보다 25퍼센트, 95년보다 50퍼센트 수준으로 줄었다. 중등교사 중 수학 20퍼센트, 화학 27퍼센트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났다. 학생 수에 따른 예산분배로 교사의 월급을 주기 어려워진 학교가 많이 늘어난 것도 교사 부족 현상을 촉진시켰다.

교사들은 동료교사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대체수업이 많아졌고, 근무시간도 연장됐다. 2000년 한 보고서에 의하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경우 초등은 주당 53시간, 중등은 주당 51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연간 2,000여 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인 연간 1,265시간보다 60퍼센트가 많다. 이와 같은 교사 부족 현상과 업무 부담 증가의 폐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8학군, 귀족학교 등 복선형 학제 부활

보다 나은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중산층 학부모들이 우수 공립학교 근처로 이사하면서 영국에도 소위 ‘8학군’이 생겨났다. 정부가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자 부유한 백인과 중산층은 입시명문 학교를 찾아 대이동을 했다. 모집인원보다 지원한 학생이 많은 경우 거주지 위주로 입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명문 학교가 있는 지역은 집값이 올라갔다. 영국 내 톱 10 명문 공립학교가 있는 지역의 집값은 지난 2001년 이래 76퍼센트나 올라 “부동산 중개업소가 아이들을 선택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던 중하위층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있었으나 이사를 할 경제적 여력이 없었다. 선택의 다양성을 기대하면서 정부의 교육개혁을 지지했던 학부모들은 사실상 자신들이 첫 번째로 원하는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는 확률이 20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거기에 더해 ‘선택과 집중’의 예산지원은 학교를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에 빠뜨렸다. 부유한 교외 지역에 자리한 성공한 학교들은 중산층 학생의 지원이 많아져 점점 더 많은 공교육비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반면 도심 빈민가의 실패한 학교들은 학생이 줄어들고 재정까지 바닥을 드러내 더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많은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 예산이 적은 학교는 교육여건이 개선되기 어렵고, 그로인해 학부모의 지원율은 더 낮아졌다. 학부모의 지원율이 낮아진 학교는 학생 수에 따른 예산지원 시스템 하에서 더 낮은 예산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06년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총 공립학교 2만 2,000개교 중 1,500여 초·중등학교(전체 학생의 13퍼센트인 100만 명 정도)가 여전히 일정 기준에 미달되는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세필드 지역 수석 장학관이었던 필 버젤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내 27개 중등학교를 살펴본 결과, 빈곤층과 중산층의 아이들 비율이 엇비슷한 학교는 단지 5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22개 학교에서 두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쪽에 심하게 치우쳐 있었다. 북동 지역의 몇몇 학교들은 빈곤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는 “변수가 있지만, 학생의 학업성적과 부모의 경제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90퍼센트 이상”이라고 말했다.

비싼 교외의 공립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지 않은 중산층 학부모들은 전체 학교의 7퍼센트인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 했다. 이 역시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대다수 중하위층 학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백인 중산층이 빠져나간 삼류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영국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소수의 상류층이 다니는 일류학교와 다수의 중하위층이 다니는 삼류학교로 재편이 되어 학벌 세습구조가 완성됐다.

교육을 볼모로 한 시장론자의 위험한 실험들

영국은 시장주의와 경쟁논리에 입각한 교육개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려 했다. 질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학교)을 육성하기 위해 경쟁을 강화했고, 성과가 안 좋은 기업은 도태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소수의 입시명문 사립학교와 다수의 별 볼일 없는 공립학교, 상류층의 귀족학교와 중하위층의 삼류학교로 ‘계층 간 교육장벽’만 두터워졌다. 잘 나가는 대기업(사립학교)은 부유층이 독식해 대물림하게 될 뿐이다.

그러나 결국, 영국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은 실패했다. PISA의 학력조사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영국의 2000년과 2006년 읽기, 수학, 과학적 소양에 관한 평균득점의 비교순위가 각각 7→11위, 8→16위, 4→8위로 떨어진 것이다. ‘학력 상승’을 위한 교육개혁이 오히려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

이제 영국도 창의성 교육에 역점을 두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자원 고갈과 제조업 위축 등 경제난 속에서도 창조 산업이 총 부가가치 생산의 10퍼센트, 수출의 9퍼센트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출판 및 영화나 관련 상품의 로열티로 크게 성공했고, ‘버버리’는 성공적인 패션 상표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했다.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교육만이 영국의 창조 산업을 톱클래스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창의적 인재 육성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집중적인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립학교 학생 1명이 과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다면 그것이 과연 창의적 인재인가. 형편없는 공교육을 받은 다수의 학생들의 창의력은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시장주의와 경쟁 요소 도입만이 교육의 유일한 해법인양 주장한다. 과연 그러한가. 눈을 돌려 핀란드의 교육을 보자. 핀란드에는 경쟁이 없다. “경쟁은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나 필요하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은 순위가 없는 성적표로 자신의 부족한 과목을 스스로 보충하고 국가는 이를 돕는다. 특별지원교사 등 체계적인 교육복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핀란드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비단 핀란드만이 아니라 세계는 지금 교육개혁이 한창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나 사회,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가 교육임을 인식하고 21세기에는 보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각국은 그 기초교육으로서 특히 중등교육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양상도 근본적으로 새롭다. 이와 반대로 이명박 정부는 파탄난 영국의 모델을 답습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개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을 볼모로 한 맹목적 시장론자들의 위험한 실험은 그만 멈춰야 한다.

이영탁/새사연 이사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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