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도와주는 게 없다. 물가가 오르고, 주가와 펀드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르더니 이제는 금리까지 치솟고 있다. 금리란 쉽게 말해 이자다. 이자가 치솟고 있으니 돈 빌린 사람들, 빚지고 사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그런데 카드 대금부터 시작해서, 학자금 대출, 주택담보 대출, 주택마련 대출, 중소기업 대출 등 우리네 이웃의 거의 대부분이 빚을 지고 살아간다.

10월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8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에 의하면 8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503조 999억 원으로 500조를 돌파했다. 이 중 주택담보 대출이 232조 898억 원이다. 그런데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금리 8퍼센트, 고정금리 1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다. 금리 인상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준금리 내려도, 은행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아

금리란 앞서 말했듯이 이자, 즉 ‘돈의 가격’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빌려 쓸 때 덤으로 붙는 대가이다. 금리도 상품가격과 마찬가지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돈을 빌리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떨어지고, 그 반대면 올라간다.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곧 시중의 통화량을 조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물가와 경기를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리를 높이면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물가는 떨어지고, 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는 올라가고,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

지난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75퍼센트 포인트 인하하여 4.25퍼센트로 떨어뜨렸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의 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올 초 5퍼센트였던 기준금리는 물가 안정을 위해 8월에 5.25퍼센트로 인상되었다가, 10월 초에 5퍼센트로 다시 인하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번에 0.75퍼센트 인하라는 과감한 조치와 함께 4.25퍼센트로 인하되었다.

그런데 다른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는 하락했는데,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는 하락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은행이 어떤 자금으로 대출을 하는지 살펴봐야 하겠다. 우선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자금을 조달하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예대마진)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예금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채와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한다. 이것들을 팔아서 얻은 돈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채와 CD의 금리는 대출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신문에 흔히 나오는 “CD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오르게 되었다”는 말은 이를 뜻한다.

정부에 은행채 매입 호소하는 은행들

그런데 최근 자금조달의 한 축인 은행채 시장이 문을 닫을 지경으로 침체되었다. 금융위기로 경제주체 사이의 불신이 쌓이면서 금융거래가 끊겨 버렸고, 국채 다음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은행채 마저 팔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애가 탄 은행은 은행채를 팔기 위해 이자를 높게 부를 수밖에 없고, 높아진 이자는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결국 현금이 돌지 않아 은행채가 팔리지 않는 것이 근본문제이니 기준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는다. 이렇게 발생하는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차이를 스프레드(가산금리)라고 부른다.

결국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은 팔리지 않는 은행채를 누군가 사주는 것이다. 다들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은행채를 사줄 수 있을까? 바로 국가이다. 국민연금이 10조 원의 은행채를 매입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대책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그것으로 부족하다며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25조 원 가량의 은행채를 한국은행이 모두 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은행 지분 매입은 물론 아예 은행 국유화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리도 그렇고, 환율도 그렇고, 주가도 그렇고 문제의 본질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기본적인 작동원리가 멈춰버린 데에 있다. 가장 완벽하고 공평하고 영원한 존재인 듯 추앙받던 시장이 위기 앞에 무능력한 초라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은 거기에 그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근대 경제 체제는 없다” 는 2001년 노벨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의 말을 새겨들을 때이다.


<용어 공부>

▶ 기준금리(Base rate)

한 나라의 금리를 대표하는 정책금리로 각종 금리의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담당한다. 1999년부터 시행해온 콜금리 운용목표제에 따라 콜금리가 기준금리역할을 해왔으나 2008년 3월부터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한은 기준금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매주 목요일에 시장에서 7일 만기 RP를 매매해 정책금리를 유지한다.

▶ 금융통화위원회

한국은행의 합의제 정책결정 기구. 중앙은행의 기능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민주적이고 중립적인 정책 결정을 보장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한국 증권업협회 회장이 각각 1인씩 추천하는 임명직 위원 6인과 당연직 위원인 한국은행 총재 본인을 포함하여 총 7인으로 구성된다.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에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필요한 경우 수시로 임시회의를 개최한다.

▶ 환매조건부채권(RP, Repurchase agreements)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어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 발행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흔히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한국은행에서도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조절하거나 예금은행의 유동성 과부족을 막기 위해 수시로 발행하고 있다. 또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의 금융기관이 수신 금융상품의 하나로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도 있다.

▶ 양도성예금증서(CD, Certificate of Deposit)

은행의 정기예금을 채권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상품화한 것. 은행이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이 필요할 때 주로 활용하며,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국내 단기 금리의 지표로 활용된다.

▶ 가산금리(스프레드, Spread)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와의 차이로,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 위험이 적으면 낮아지고, 위험이 많으면 높아진다. 기준금리는 큰 변동이 없으므로 통상시장에서는 가산금리의 변동을 체크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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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론보다 실제

    항상 궁금해하던 것에 대해 이론적으로 잘 풀어서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런 이론보다도 제 생각은,
    "그렇다면 은행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하고 고통분담해야되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네요.

    지금까지 할일없이 월급도 지나치게 많이 받고, 직원들에게는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등,
    폭리와 특권을 취하던 은행들이, 자기사정 어려워지니까 채권채 사달라고 하고
    결코 자기들은 한치의 손해도 보지않으려 하는 저런 자세가 싫은겁니다.

    은행임원들 월급 (몇십억원 고연봉 받는 임원급들)을 20%만 깍아보세요.
    직원들한테 무이자로 대출해주던거 중지해보세요.
    국가경제 어려운데 인센티브 펑펑주면서 돈잔치하는거, 그만둬보세요.
    그럼 대출금리 내려갑니다.

    왜 은행만 특권계급인가요? 지금까지 은행이 잘한게 뭐가 있다고 은행만 금융지원해주나요? 은행 지원해주면 국민연금 재원이 흔들리는건데, 은행 몇군데 무너뜨리고 국민연금 살아남게 하는게 더 많은 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나요.

    은행이 대출금리 안내리는건,
    밀가루값 떨어졌는데 칼국수/자장면값 안내리는 무뢰배 장사아치것들이나,
    원유값 떨어졌는데 주유소 기름값 안내리는 깡패 장사아치것들이 하는 짓과 똑같다고 봅니다.

    2008.11.05 13:47 [ ADDR : EDIT/ DEL : REPLY ]
  2. 저도 윗분 댓글 의견에 한표 추천주고 싶습니다. 정부와 은행의 커넥션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경제위기 때마나 은행을 지원해 주고 있는데 저도 별로 미덥지가 않네요. 최근 외화차입 지급보증도 그렇고 국민연금의 은행채 매입도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은행들의 자구노력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자기자본 비율이 높고 우량한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금융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2008.11.05 21:4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