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7,000억 달러를 투입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기로 가장 먼저 결정을 내렸으며, 독일 5,000억 유로, 프랑스 3,600억 유로에 이어 최근 중국마저 19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민들이 구제금융을 반대한 이유

그런데 각국의 구제금융 결정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들인 금융회사만 구제해주고 정작 피해를 받게 되는 국민들을 위한 구제책은 담겨있지 않다는 이유이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이 하원에서 한 번 부결되었던 것도 국민들이 지역의원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법안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국민들도 같은 반응이다. 최근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에도 응답자의 70퍼센트가 ‘투자은행이 파산해도 구제금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대답할 정도이다. 프랑스의 야당인 사회당 의원들은 “정부가 부담하게 되는 구제금융은 결국 국민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에서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었을 때, 우리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국가경제가 어려움에 빠져서 이를 해결하겠다는 왜 반대할까? 실제 국내 언론은 법안 부결을 두고 “포퓰리즘”(한국경제)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는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정서가 있었다.

국민 정서 자극하는 '금 모으기'에 이어 '달러 모으기'까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온 국민이 금모으기에 나서지 않았던가? 당시 은행마다 집에서 갖고 나온 금붙이를 들고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연출되었다. 회사가 힘들다는 말에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비켜준 이들도 수없이 많았다. 금융기관과 기업을 위해 약 170조 원의 공적자금, 다시 말해 우리의 세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은 올해 6월말까지 약 54.4퍼센트밖에 회수되지 못했으며, 그렇게 해서 이겨낸 경제위기 끝에 더 힘들어지는 것은 국민들뿐이었다. 이제는 달러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마당이다.

이제 우리도 구제금융에 대해, 국가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에 대해 날카롭게 반응해야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구제금융인지, 누구를 위한 국가경제인지 말이다. 최근 정부는 국내 은행들의 대외채무에 대해 총 1,000억 달러 내에서 3년 동안 지급 보증을 하며, 300억 달러를 추가로 시장에 공급하고, 펀드 가입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차원이지만 결국 은행의 부담을 납세자에게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필요한 것은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일 것이다. 더불어 경제의 외부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외화반출을 금지하는 등의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때이다.

위기를 경제 구조 변화의 기회로

미국 국민들은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국민을 구제하라”고 주장한 덕에 그나마 ‘예금보호 한도 상향’ 등의 민심 수습용 조항을 법안에 추가할 수 있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우리는 97년 외환위기를 한국경제의 구조전환의 기회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계기로 놓쳐버렸다. 다시 한 번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위기가 다가왔으며,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도 하다.

문득 요즘 미국 국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외신을 모아보니 대략 이런 모습이다. “미국 41개주 경기침체 상태”(<내일신문> 2008.10.22), “금융위기 후폭풍 미 ‘감원 태풍 속으로’... 미시간주서만 2만 8300명 해고”(<문화일보> 2008.10.22), “자산가치 모기지 대출금 밑도는 현상 심화, 약 1200만 명 가량 언더워터 직면”(<이데일리> 2008.10.22), “미 소비자, 침체전망에 약값도 아껴... 대학서는 학업 중단.연기 속출”(<연합뉴스> 2008.10.22).

<용어 공부>

▶ 미국 구제금융법안

공식 명칭은 ’2008 긴급경제안정화 법령(EESA. Emergency Economics Stabilization Act of 2008)’ 이다. 무너진 금융산업을 살리기 위한 법안으로 2008년 10월 3일 최종 통과되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미국 연방정부 재무부 증권을 통해 마련한 7,000억 달러로 금융 부실 자산 매입 △ 자산을 인수한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진 스톡옵션과 연봉 제한, 정부가 해당 기업의 주식 매입(의결권은 없음) △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개인당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확대 △ 주택 보유자들에게 최대 1,000달러까지 세액 공제, 세금 1,490억 달러 감면 △ 미국 연방정부 재무부가 민간 부문의 지급보증 펀드를 조성하여 부실자산 보증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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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 일이 있었군요. 우리도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나 지금의 외환위기에 있어 정부로 인한 은행에 대한 각종 보증에 상응하는 국민들을 위한 위로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연히 국민들 세금으로 은행들을 지원했으니까요. 미국에 대한 선례는 좋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많은 국민들이 몰라서... 저도 지금까지 그랬고. ㅡ_ㅡ

    2008.10.29 23:2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