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주식투자인구는 444만 명이다. 직접 주식을 구입하지 않아도 펀드를 통해 연결된 인구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그래서 444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이 오를지 고민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그런데 오히려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 주식거래가 있다. 바로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공매도(short selling)이다. 공매도는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한 후, 저렴한 가격으로 재매입해 상환하여 차익을 남긴다.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본다는 말도 이해가 안되는데, 자신이 소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남긴다니 참 신기한 노릇이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현재 1만 원인 주식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고, 주식의 원래 소유주인 A에게 100주를 빌린 후 시장에 내다 팔았다. 내 손에는 100만 원이 들어온다. 그 후 예상대로 주가가 20% 하락하여 8천 원에 거래될 때 다시 100주를 구입하여, A에게 갚는다. 빌린 주식을 갚고 나서도 최종적으로 20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공매도한 주식은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공매도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남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한 후, 결제일에 이를 지급하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다. 연 2~4%의 수수료를 내고 증권사나 증권예탁결제원, 연기금 등에서 주식을 빌릴 수 있으며, 통상 대차기간은 1년 정도이다.

문제는 공매도가 주가 폭락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고의적으로 악성 소문을 퍼뜨려서 특정 기업의 주가를 하락시킨다. 이로 인해 주식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물론이며 멀쩡한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 특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 ‘9월 위기설’이 퍼졌을 당시, 외국인 투기 세력은 대대적인 주식 공매도를 감행하여 증시 불안을 최고도로 증폭시켰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서 비싸게 팔아 주가 폭락을 조장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사서 빌린 주식을 사고 차익을 챙겼다. 그들이 차익을 챙기고 있는 동안 많은 이들은 폭락한 주가를 보며 가슴을 태우고 있었을 것이다.

장난치는 투기세력과 속타는 투자자

실제로 올해 8월까지 국내 증권 시장에서 거래된 공매도 규모는 27조 4천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8%나 급증했다. 그리고 주식 대차거래 중 93.%가 외국인이었다. 국내에서 주식 대여를 가장 많이 하는 국민연금 역시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조 5천억 원 어치의 주식을 외국계 증권사에 대여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공매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대만 등 10여 개의 국가들이 공매도에 제한을 걸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에 공매도 관련 정보공개 요청 및 불법적인 공매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금융위원회가 지난 24일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방안을 발표한 것에 이어서 30일에는 당분간 전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과열된 주가 상승을 진정시키고,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들어 공매도 규제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공매도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주식시장의 폭락을 조장하고, 외국인 투기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특정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이 때문에 한 푼 두 푼 벌어 펀드에 붓고 주식에 투자하는 444만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공매도 뿐 아니라 파생상품 역시 위험분산이라는 초기 목적을 벗어나 고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기 도박이 되었다. 현실은 이론과 다르며, 그래서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론 속에서나 가능한 ‘시장의 자유’를 끊임없이 외치는 이들은 바보이거나 투기꾼, 둘 중에 하나이다.

<용어 공부>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

공매도 재매수. 공매도한 주식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다시 매입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년 이내에 돌려줘야 하며, 주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3거래일 내에 돌려줘야 한다.

▶업틱룰(uptick rule)
호가 금지 규정. 공매도를 할 때 직전 체결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을 때는 공매도를 할 수 없으며, 상승 중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공매도를 통한 가격하락 압력을 완화하기 도입되었다.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으로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사에서 발표하는 지수.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Morgan Stanely Capital International)과 함께 세계 2대 투자지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 주식시장을 선진시장, 선진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구분한다. 그간 선진신흥시장에 있던 한국은 지난달 18일에 선진시장으로 편입되었다. 우리 정부는 선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융 및 외환 규제를 완화했으며, 공매도 규제 완화는 FTSE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핵심 사항 중 하나였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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