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신청, 메릴린치의 합병, 보험사 AIG의 구제금융과 미 재무부의 7천억 달러 공적자금 투입 결정,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금융 폭탄이 터지는 요즘이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 내 굴지의 금융기관이 줄파산을 하자, 미국 정부가 나서서 국가재정으로 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자유’와 ‘규제완화’를 부르짖던 금융선진국 미국에게는 참으로 치욕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이런 대규모의 금융위기가 발생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생(금융)상품’을 알아야 한다. 1970년대 초 미국의 마이런 숄즈와 피셔 블랙이 개발한 ‘블랙-숄즈 옵션 가격 결정 모형’에서 시작된 파생상품은 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종류도 수천가지에 이르며, 전체 규모도 전세계 GDP의 10배인 600조 달러에 이른다. 옵션, 선물, 스왑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투기에서 시작된 위기, 파생상품이 확산시켜

전통적 금융상품인 현물상품은 예금과 적금, 주식, 채권 등으로 주로 자금조달의 수단이었다. 이와 달리 파생상품은 미래의 위험을 분산(헤지, hedge)시키기 위한 것으로, 특정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그것의 가격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최근에는 주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 목적으로 사용된다. 흔히 듣는 ELS도 특정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그 변동 폭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며,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KIKO 역시 달러를 비롯한 외화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현재 미국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하는 주택담보대출 부실인데, 여기에 파생상품이 개입하여 미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거품 붕괴로 끝날 일을 전세계의 금융위기로 확산시켰다.

2000년대 들어 저금리 정책으로 대출이 쉬워진 미국민들은 주택담보대출로 주택을 구입했다.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집값은 올랐고, 집값이 오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대출을 해준 모기지업체는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채권으로 MBS(모기지담보부 증권)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MBS를 다시 나누고 조합하여 CDO(부채담보부 증권)라는 좀 더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서 MBS는 대출금 상환의 권리와 위험부담을 판매하는 상품이며, CDO는 MBS를 통해 수익을 얻을 권리와 위험부담을 판매하는 상품이다. 여기에 MBS와 CDO의 원금상환을 보장해주는 CDS(신용디폴트 스왑)를 비롯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상품이 생겨난다.

복잡한 종류와 구성으로 위험 예측조차 힘들어

이런 파생상품은 헤지펀드를 통해 대량 매입되고 유통되었다. 금융 규제에서 자유로운 헤지펀드는 자산의 10배, 30배에 이르는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이를 ‘레버리지’라고 부른다)하여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파생상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과 헤지펀드가 연결되고,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과 그 은행에 투자한 전세계의 자본이 얽히고설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연결망의 출발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진다. 2006년 들어 금리가 높아지자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대출을 해준 모기지업체도 파산하게 된다. 부실은 파생상품의 연결망을 따라 헤지펀드를 파산시키고,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마저 문닫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파생상품의 종류와 판매경로가 워낙 복잡하여 위험이 어디까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확대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데 있다.

결국 이번 금융위기는 고수익을 노린 헤지펀드와 금융기관이 무리하게 투기적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그럴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이를 통제할 적절한 금융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제받지 않은 자본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위험을 키운 것이다. 원래 미국에는 ’글래스-스티걸 법’이라 불리는 금융기관 규제법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끈질긴 로비에 1999년 폐지되었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한 2009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금융시장의 장벽을 허물고, 신종 파생상품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규제완화로 인해 금융선진국 미국의 투자은행 3곳이 망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말이다.

<용어 공부>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모기지담보부 증권)
주택담보 대출을 담보로 하여 발행되는 채권. 개인주거용 주택의 경우 RMBS(Residential MBS), 상업 부동산용 주택의 경우 CMBS(Commercial MBS)라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기반으로 하여 최초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이 RMBS이다.

▶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 증권)
MBS와 같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이를 신용등급별로 묶은 후 분할하여 만든 채권. 주택담보 채권의 일반적인 2차 파생상품이다.

▶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디폴트 스왑)
채권보증업체에게 신용보증수수료를 지급하고 신용위험시 원금상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파생상품. 주로 MBS나 CDO를 다량 매수한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이 많이 사용하며, 이 때문에 CDS를 판매한 채권보증업체들도 파산에 이르렀는데 대표적인 것이 AIG이다.

▶ 헤지펀드(Hedge Fund)
주식, 채권을 포함하여 주로는 통화 및 선물, 옵션, 스왑 등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 100인 미만의 투자가로 구성되어 정식 법인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레버리지(Leverage)
타인으로부터 빌린 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 지렛대 효과라고도 한다. 금리가 낮고, 높은 수익률이 예상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나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도산위험이 높아진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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