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8.20 13:09

MB노믹스의 ‘새출발’

올해 8.15는 여러모로 이명박 정부에게는 의미 있는 분기점이었다.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광복 63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대신 분단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을 기념하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건국절’ 행사가 그러하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은 건국절 행사를 ‘제2취임식’으로 여기고 ‘새출발’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건 슬로건이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였다. 이는 28년 전인 1980년 당시 고실업과 고물가로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고 있던 미국에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내건 ’Great America’의 복제본이다.

레이건이 누구인가.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함께 ‘레이건 혁명’이라 부르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시작한 인물이 아닌가.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를 내건 이명박 정부의 의도는 명백하다.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 금융화, 시장화를 모토로 한 신자유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경제공약은 무엇이었나. 바로 ▲공기업 민영화 ▲금융개방과 산업화 ▲대운하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한 대기업 지원 ▲교육과 의료의 시장화로 압축된다. 1980년대식 신자유주의 초기 버전에 이명박식 개발주의를 얹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로 잠시 멈칫한 MB노믹스

그러나

취임초부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반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려던 이명박 경제팀의 계획은 보기 좋게 엇나갔다. 상식을 넘는 대미 개방추종주의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사태라는 국민적 분노를 촉발시켰고, 급기야 5, 6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수십만의 촛불로 뒤덮게 했다. 촛불의 요구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를 넘어 전기, 수도, 가스 민영화 반대로, 교육과 의료 시장화 반대로 확대되어갔고 대운하 반대로 이어졌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대운하 건설계획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고, 전기, 수도, 가스 민영화는 없으며, 의료보험 민영화도 하지 않겠다고 말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강만수 경제내각은 집권 초반기에 의도적으로 고환율정책을 조장하여 그렇지 않아도 폭등하는 수입물가를 더 뛰게 만들었다. 소비자 물가는 3~4퍼센트를 넘어 7월 기준 5.9퍼센트까지 치솟아 국민생활고를 가중시켰다. 원자재 가격은 무려 90퍼센트까지 뛰게 만들어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켰다. 경제실책의 책임을 장관이 아닌 차관에게 돌리는 전대미문의 인사정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오히려 강만수 경제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 깊어졌고 경제정책 추진력은 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서둘러 성장 중심에서 물가안정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물가는 앞으로도 6퍼센트를 넘어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체가 뭔지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될 무렵 촛불시위는 진정되어갔다. 그러자 한나라당이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한나라당은 봇물처럼 재산세 완화, 종부세 완화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8월 베이징 올림픽 분위기를 타고 KBS사장 해임을 강행했고, 지난 8월 11일 공기업 선진화 1단계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으며 경제인들을 대거 사면하는 등 8.15를 분기점으로 MB노믹스는 부활을 선언하게 되었다.

MB정부 1년 공기업 민영화 규모는 지난 10년보다 커

우선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이미 공식일정에 올라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민영화 대상이 당초 50~60개에서 41개로 축소되고, 전기, 가스, 수도 민영화는 빠져있어 이미 민영화 정책은 퇴색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한나라당 입장에서 볼 때 성에 안 찰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언론이나 야당에서 할 소리는 아니다.

전기, 가스, 수도 사업은 처음부터 그렇게 쉽게 민영화할 생각도 아니었다. 이미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해 10월 당시 이명박 후보는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전력과 가스, 수도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기본 산업의 민영화는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순 매각은 매우 어렵다. 반대로 1단계 민영화 대상에 포함된 공적자금 투입기업들인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은 매각 대금만 해도 각각 8~10조 원을 넘나드는 초대형 매물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한꺼번에 받아주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규모이다.

나아가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은 자산규모만 해도 100~20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이다. 그나마 정부 수중에 남아있는 은행을 모조리 사적 기업에 넘겨버리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미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평균 70퍼센트를 웃돌 만큼 과도하게 개방화, 민영화된 상태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는 매우 과격한 민영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부는 예상을 깨고 이번 1단계 민영화 대상에 우량 알짜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포함시켰고 외국자본에게 지분을 매각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8, 9월에 2, 3단계 민영화 계획이 연이어 발표될 예정인데, 이를 모두 합치면 100여개 공기업이 민영화 대상이다. 다음 달 초에는 교육개혁 방안도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결국 집권 첫해 계획으로 잡힌 지금의 민영화 규모는 국민의 정부 5년, 참여정부 5년 동안 이루어진 민영화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인 것이다.

주택 건설경기 부양에 이어 대운하마저 부활하려나

둘째, 이명박 정부는 침체된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주택경기와 건설경기 부양에 나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은 이미 확정된 상황이다. 여기에 덧붙여 9월 14일 추석 이전에 아파트 재건축 규제와 분양권 전매 제한제도를 완화시키는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본격 가동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심지어 미국에 건너간 여당 실세 이재오 전 의원이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경부대운하 건설 얘기를 다시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주택경기는 공급과잉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게다가 금리가 인상되고 있어 유동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금융환경에서 주택경기를 어떻게 부양시킬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부동산 버블을 더 키워 경제 불안을 가중시킬 위험이 큰 정책인데도 정부는 이를 강행할 모양이다. 이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살려 내수를 진작시킬 생각이 없는 이명박 정부만이 낼 수 있는 경제정책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에는 규제완화와 감세를, 국민에게는 법치

셋째,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기업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와 감세조치를 입법화할 예정이다. 우선 정부가 중점 추진하겠다는 39건의 법안 가운데에는 법인세율 인하 및 과세기준금액 상향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있다. 논란이 되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완화를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도 서두르려 할 것이다.

그밖에도 외국 로펌의 단계적 개방을 골자로 하는 외국법 자문사법 제정안, 그리고 외국회계법인의 단계적 개방을 내용으로 하는 공인회계사법 개정안 등도 포함돼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미 FTA국회 통과를 강행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넷째, 8.15 경축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했던 법치를 액면 그대로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촛불집회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얻은 교훈은 민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초기 강경진압의 필요성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들의 행동은 경찰력에 의해 저지될 것이다. 나아가 대통령은 “내년 연말쯤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1년 정도 힘들지만 견뎌나가자는 부탁을 하고 싶다”며 젊잖게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말하고 있지만 향후 공공연하게 국민고통 분담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미 경제계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며 임금인상 억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의 열광을 뒤로하고 국민이 해야할 일

게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MB노믹스는 8.15를 계기로 완벽하게 부활하고 있으며 경제의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 금융화, 시장화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화는 ‘새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사가 똑같은 상황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를 통해 강경진압의 필요성을 학습했겠지만, 다수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경험하며 신자유주의 경제의 위험성을 학습했으며, MB노믹스로는 국민경제를 살리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다.

경제의 신자유주의화를 피하고 고용친화적 경제, 자영업과 중소기업 중시 경제, 내수 기반 경제, 금융규제 경제로 방향을 전환시킬 유일한 동력은 국민의 의지이다. 이것은 올림픽의 열기를 거두고 국민이 담당해야할 과제다.

아마 민영화의 상징인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 저지’ 여부가 MB노믹스의 부활여부를 결정짓는 핫이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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