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8.18 10:35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도 ‘작은 거인’ 최민호 선수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 될 듯하다.
‘수혜’란 말이 들인 노력에 비해 혜택이 크다는 어감을 갖는다면, 당연히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을 ‘수혜자’라고 하는 건 옳은 말이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선수촌과 훈련장에서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견딘 선수들은 자신이 뿌린 만큼 거두고 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 올림픽 후원사로 투자에 비해 기대 이상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삼성은 수혜자 그룹에 포함시켜도 괜찮을 것이다.

공식 후원사 삼성의 올림픽 특수

‘올림픽폰’으로

명명한 휴대전화가 중국에서 히트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전화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20%로 확대되었다. 또한 국내에서는 올림픽 덕에 평판TV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특히 40인치 이상 대형 제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팔려 나가는 등 국내외에서 삼성은 올림픽 재미를 단단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국내 기업 가운데는 유일하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공식 계약을 체결한 후원사로 나섰다. 삼성전자는 중국 선수단에게 올림픽 벨소리가 내장된 1,000여대의 휴대전화를 기증하고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를 통해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 조직위 관계자 등에게 1만 5,000대의 ‘올림픽폰’을 나눠주는 등 1억 달러 이상의 후원비를 지출했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제너럴일렉트릭, 존슨앤드존슨, 레노버, 맥도널드 등 2008 베이징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이 예상보다 관람객 수가 적어 울상을 짓는다고 하니 후원사라고 모두 거뜬히 이익을 거두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한국 선수단의 선전으로 효과가 훨씬 높아졌지만 손실이 따를 수도 있는 투자를 과감히 단행했다는 점에서 삼성은 적어도 공짜로 올림픽에 편승하지는 않은 셈이다.

금메달 한 개에 지지율 1% 반등?

그러니 뭐니뭐니 해도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수혜자로 앉아서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얻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흘린 땀도 투자한 공도 없이 공짜로 올림픽 효과를 한껏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러 뉴스를 종합해 보아도 MB와 한국 선수단의 선전을 연관지을 근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거꾸로 달린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흔든 것이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별반 도움이 되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촛불 정국으로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기만 하던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최근 일부 여론 조사에서 30%대까지 급반등했다. 6월 중순만 해도 한자릿수(7.4%, 6월 14~15일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머물던 지지율이 30%대를 회복하자 청와대에서는 ‘금메달 한 개 딸 때마다 지지율이 1%씩 반등한다’고 반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조사 결과에 올림픽 거품이 끼어 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무더위와 경기 침체에 지친 국민들에게 올림픽 메달 소식은 잠시나마 갈증을 잊게 해주는 톡 쏘는 청량제 구실을 한다. 이로 인해 불쾌지수와 국정에 대한 불만이 잠시 누그러진 것도 사실이다.

반한 감정 확산되는 베이징

그런데 사실 정부 수장으로서 대통령은 이처럼 가만히 앉아서 남이 일군 열매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나서 올림픽 효과를 얼마든지 능동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국제 스포츠 경기는 훌륭한 국제 정치와 외교의 장이다. 우리나라가 1990년 소련, 1992년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정부 또한 세계 90여개국 정상을 초청하여 중국의 국제 관계를 다지는 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2008 올림픽의 MB 외교는 매우 궁색하고 초라하기만 하다. 이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 전에 있은 7월 11일의 국회 개원 연설에서 ‘남북 당국간의 전면적인 대화’를 제의했지만 정작 베이징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만났을 때는 어색한 악수만 했을 뿐 대화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6자회담 관련국 정상들이 다 모인 자리였지만 남북관계나 한반도 문제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능동적 외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간 남북관계는 정치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국제 경기에서의 공동 입장과 남북 단일기 사용, 공동 응원 등 정치를 에둘러가는 화해의 모색을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러한 노력조차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올림픽을 기회로 중국은 물론 대만, 홍콩, 마카오까지 동포의 유대감을 한껏 고양시키고 있는 중국 정부와 완연한 대조를 이루었다.

비단 남북관계만이 아니다. 이번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드러난 중국인들의 반한, 혐한 감정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성화 봉송시 중국 폭력 시위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SBS의 개막식 리허설 보도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한국을 경시하는 중국 정부의 시선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시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는 노골적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일변도로 비춰지는 MB 외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시각과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무관할 리 없는 일이다.

독재정권의 3S 정책과 뭐가 다른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땀과 노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내며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벌이는 모습에서 박진감을 넘어 감동까지 느끼는 것은 평소 스포츠에 크게 관심이 없던 이들이라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선수들처럼 뿌린 땀도, 마땅히 기울여야 할 스포츠 외교의 성과도 없이 올림픽과 맞물린 일시적인 지지율 반등에 고무되어 ‘메달 하나에 지지율 1% 상승’이라고 희희낙락하는 청와대의 천박한 반응은 보는 이를 민망하게 한다. 과거 독재정권이 국민의 정치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해 3S(스포츠, 섹스, 스크린) 정책에 열을 올리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촛불 시위자들도 미국산 쇠고기 사먹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경망스러운 언행과 공세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청와대의 오만한 의지가 그 같은 불길한 예감을 확인시키고 있다.

정희용/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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