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8.04 18:43

정부의 부적절한 경제정책에 적극 대응해야  



한국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과 가계의 소비, 특히 내수 지표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의 경우에는 제조업 생산과 설비투자의 하강 추세가 이미 상반기부터 시작되었고, 가계의 소비지출은 내구재와 준내구재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평상시 경제는 통상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반대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실업률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나서 물가가 오르고,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면(실업률이 증가하면) 물가가 내려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제정책이 크게 실패하거나 외부에서 큰 충격이 오면 실업률과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기도 한다. 1970년대의 석유 파동이 그 예이다. 2008년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 역시 정확히 그렇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에 노동자들은 저고용-고물가-저성장의 3중고에 시달릴 전망이다.

정부의 긴축통화정책은 양극화 심화시킬 것

주류경제학에서는 이런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표현보다는 이른바 '총공급 충격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수요 확대로 촉발되는 인플레이션과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짧게 줄여 '비용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의할 것은 ‘비용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억제정책으로 흔히 사용되는 긴축통화정책이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긴축통화정책은 ‘수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유용하지만, ‘비용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부적절하다. 물가억제의 순기능보다는 경기침체의 역기능이 훨씬 큰 것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정부가 시사하고 있는 금리인상 정책은 금융시장의 불안정,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경착륙,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이자비용 상승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정부가 임금억제 등의 ‘소득정책’을 펼치는 것은 노동자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주시해야 한다.

노동계, 재분배와 양극화 해소 정책 적극 요구해야

이렇듯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황에서 정부는 계속해서 부적절한 경제정책을 펼치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 특히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노동계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우선 노동계는 임금억제를 통한 소득정책에 대해 ① 임금 때문에 ‘비용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억제가 인플레이션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② 중앙-산별 교섭체제가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정부의 강압적 임금억제 정책은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차별적으로 고통분담을 집중시킬 것이며 ③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경기하강을 장기화시키게 된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대응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임금, 저소득층의 소득확대에 초점을 둔 재정정책이 경기침체 기간을 줄일 수 있음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 6월 발표된 정부의 세금환급(tax refund) 방침에 대해 총론에서는 찬성할 수 있지만, 각론에서 드러나는 형평성의 문제나 수혜대상에서 최하위 소득층이 배제된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강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노동계에 주는 교훈

특히 선진자본주의 국가들 대부분이 스태그플레이션 이후에 보다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섰다는 역사적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약 40년 전인 1970년대에 대부분의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닉슨 정부가 베트남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임금 및 가격 통제 정책을 펼쳤으나 물가억제에 실패하고 연이어 1, 2차 석유 위기를 겪으면서 기나긴 침체의 길에 들어섰다.

이 기간 동안 노동운동은 후퇴했으며, ‘자유방임 시장’을 앞세우는 통화주의 경제학의 전성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런 배경 속에서 공화당 내에서도 우파였던 레이건(재임기간 1981-1989)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신자유주의 정책이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펼쳐졌던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취약한 구조적 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원자재 가격의 폭등, 그리고 이런 외부 요인이 그대로 한국경제에 전이되도록 만든 ‘외환 및 주식 시장의 완전 자유화’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상의 문제점들은 노동계에서 줄곧 지적해 온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그 문제가 드러나 위기를 가져왔지만, 위기를 잘 활용한다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상동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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