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7.25 13:31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정책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금리 인상은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한 채 오히려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통화정책의 일반적인 파급 메커니즘을 통해 금리 인상책의 실효성에 대해 검토한 뒤, 물가 안정책을 비롯한 하반기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금리 인상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하반기 경제 회복을 위한 제언> 보고서 원문보기

1. 통화정책의 파급 메커니즘

■ 공개시장조작 정책
이자율타깃팅을 실시하는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발표한다. 주로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금융자산(통화안정증권이나 RP)을 매각[유동성 축소]하여 금리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책금리 상승은 은행채나 CD금리와 같은 금융기관의 시장성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재정차익 거래와 기대 실현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낳는다. 또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금리, 환율, 자산가격, 신용 등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 및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 금리 경로
금리 경로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가장 고전적인 채널이다. 단기금리를 올리면 자본의 ‘사용자비용’이 증가하고, 국채가격을 비롯한 장기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한다. 이는 총수요 구성요소인 고정투자, 건설투자 등 투자지출의 감소를 초래하여 생산량 하락을 가져온다.(사용자비용user cost이란, 자본자산의 사용 또는 자본서비스를 얻는데 따르는 비용으로, 통상 감가상각과 이자비용으로 구성)
또한 금리 인상이 기업의 투자지출 결정에 미치는 경로는, 주택과 내구재에 대한 소비자의 결정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택투자와 내구재 소비의 지출도 하락한다.

■ 환율 채널
수출 주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효과를 통한 경상수지 파급 경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금리를 인상하면, 원화채권(또는 원화예금)이 다른 외화표시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상승하므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로 표시한 국내생산물(수출품)이 해외생산물(수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효과[국내 기업 가격경쟁력 하락]를 낳는다. 따라서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를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원화가치 상승은 원자재 수입가격을 직접적으로 하락시켜 직접적인 물가 하락 효과를 낳는다.

■ 자산가격 효과
통화정책이 자산가격을 통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주로 토빈의 q(기업의 시장가치/자본의 대체비용) 이론으로 설명된다. 토빈의 q가 높으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자본을 새롭게 대체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주식발행이나 차입을 통한 신규투자 증가로 투자지출이 확대되지만, 반면 q가 낮으면 다른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하거나 기존의 설비투자를 인수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한다.

화폐를 다른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통화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는 개인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실질잔고 감소를 초래하며, 실질잔고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금융자산이 주식 투자의 비중을 줄여 결국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이에 비해 케인즈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주식투자에 비해 채권이나 정기예금의 상대적 수익률을 증가시키고,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어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그리고 주식가격 하락은 토빈의 q의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투자지출을 감소시켜 생산량 축소로 이어진다.
결국 통화량 하락과 금리 인하는 주가 하락, 투자 하락, 생산 하락을 낳는다.

주식시장의 투자지출 축소 효과는 부동산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금리 인상은 은행의 자금조달 원천인 CD와 회사채 등 시장성금리의 동반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부동산 구입의 비용과 부동산 투자의 상대적 매력을 감소시킨다. 결국 부동산 수요 감소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은 건설투자 축소로 이어진다.
또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주요 구성요소인 주식가격 하락은 금융자산의 가치를 하락시켜 소비 또한 감소한다. 이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신용채널
금리상승에 따른 자산(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출의 담보가치 하락을 초래하며, 대출 리스크가 상승함에 따라 금융기관의 재무포지션이 하락하고 대출자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프리미엄은 기업의 금융 포지션에 주로 의존하는데, 당기순이익 등 내부유보자금에 주로 의존하는 대기업은 프리미엄이 낮게 부과되는데 비해,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에 부과되는 프리미엄은 높다.

또한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은 지급불능 위험을 상승시키고, 모니터링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차입자 프리미엄 또한 상승한다. 결국 금리 상승은 현금흐름(cash flow) 압박과 자산가격 하락을 통해 대출, 즉 투자와 수요 감소를 초래한다.[Balance sheet channel]
이러한 원리는 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데,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규모 축소와 현금흐름 압박은 다른 자금조달 원천을 보유하지 못한 가계[주로 중ㆍ저소득층]의 소비지출 하락을 유발한다.

특히 은행대출을 통해 부동산 등 자산을 무리하게 구입한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과 현금흐름 압박으로 재무적 곤란(financial distress)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상승은 중ㆍ저소득층의 현금압박을 통해 가계파산과 강제 자산매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금압박에 대비하여 가계는 유동성 측면에서 화폐나 예금을 비롯한 유동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 비중과 내구재 지출을 축소한다.[Cash-flow effect]

2.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 금리 인상 파급 경로 요약
금리 인상은 금리 경로를 통해 과열상태인 경기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총수요 하락과 수입가격 하락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효과를 낳는다. 즉 경기가 과열상태에 있는 경우 금리 인상은 총수요 억제를 통해 물가상승을 완화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파급에 대한 여러 계량분석을 검토해도, 금리 인상의 물가완화 효과는 작은 반면, 실물경제 침체 효과는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의 1% 금리 인상(2년 후 인하)의 실물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계량분석을 요약하면, GDP는 2년 후에 0.4% 감소한 반면, 물가는 그로부터 2년 후인 4년째에 0.4% 감소했다. 여기서 초기 2년 동안의 0.2% 인하 효과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가스요금 인상 효과보다 크지 않았다.
초기 2년 동안은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물가하락을 주도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본비용 상승에 따른 투자지출 하락이 물가하락을 유발했다. 특히 투자지출에 대한 감소효과는 매우 크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의 경우, 금리 인상은 추가적인 총수요 억제를 통해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동향, 금리 인상의 실질적 비용과 편익을 더욱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의 원인은 비용충격에 기인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는 원자재 상승분이 생산재와 소비재 가격으로 파급되는 것을 환율하락이 상당부분 완충시켰지만, 상반기 환율상승은 오히려 생산재, 소비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6월 들어 급격한 환율 상승 추세가 상당히 완화되었고 7월 유가와 천연가스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공산품 가격을 중심으로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많이 추월했고, 시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3일에 있은 한국은행의 경제동향 간담회에서도, “물가는 비용요인에 주로 기인하여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유가상승이 멈추더라도 물가상승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기대심리→임금인상→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차단한다는 명분하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메커니즘은 경기상승 국면에서 전형적인 수요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긴축통화정책으로, 2008년 한국적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 처방이다.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가 증가하고, 70년대 서구의 경우처럼 완전고용 상태에서 노동조합의 임금 협상력이 강한 경우,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차단하기 위한 ‘소득정책’은 유효하다. 그러나 서유럽의 ‘소득정책’은 중앙-산별 협상구조 하에서 삼자(정부, 노동자, 기업)가 환율ㆍ금리ㆍ임금ㆍ이윤 등 주요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적절한 합의를 통해 물가를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기업별 협상구조가 주를 이루고 노동조합의 조직률과 협상력이 매우 낮은 한국의 경우 ‘소득정책’은 노동자의 일방적 고통분담으로 귀결되는 것이 과거의 사례다.

최근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총수요가 부진하고,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약한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금리 인상 정책은, 경기하강 속도만 더욱 가속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경착륙,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의 부담만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현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고, 정부의 ‘약속과 공언’대로 하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하반기 경제안정 대책
원자재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수입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안정적인 환율관리가 물가안정에 긴요하다.

금리 인상은 이자율 평형설에 따라 재정차익 거래를 통해 환율을 하락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국이 3% 이상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수출주도 성장을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달러) 선호[외평채 가산금리 상승],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용, 채권, 주식시장 안정과 급격한 경기하강을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 통화정책, 안정적 환율정책, 적극적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유가가 150달러를 넘지 않는 한 금리는 동결해야 한다.
또한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하반기에 예상되는 무분별한 M&A와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위험자산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급등락을 사전에 방지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매도’를 비롯한 신용/대차거래에 대한 한시적 제한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금리는 동결하는 대신, 부동산 관련 세제, 재개발 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금융기관의 주택대출 실태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여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하향안정화 추세가 일시적으로 전환된 후, ‘투기적 기대’가 경기하강 국면에서 실현되지 못했을 경우 급격한 경착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가격의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가급적 동결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물가가 전환되는 추세를 확인한 후 원가인상 요인을 최소한도로 반영하며, 경영상 필요한 원가인상 요인은 에너지 공기업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필요하다면 재정정책을 통한 보조금 지원으로 동결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사연 여경훈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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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환율하락이라는 좋은 정책대안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시군요.
    지나가다가 한마디 남깁니다. 계속 정진하시길...!

    2008.08.24 03:4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