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4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바야흐로 세금정국이다. 사회보장 기본계획안, 세법개정안, 사회투자활성화방안,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담배세·자동차세·지방세 증세 등 박근혜 정부의 중장기 경제·사회·재정 계획이 앞 다퉈 발표되는 와중에, 공무원 연금 개편과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세정책이라는 비판이 우세하지만, 복지에 대한 부담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복지로 인한 재정파탄

박근혜 정부는 복지를 하기도 전에 복지로 인한 재정파탄을 먼저 우려한다.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서구의 복지제도가 높은 경제성장과 안정적 고용에 기초해 기업과 고소득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전체의 합의가 성숙하면서 발전한 반면, 한국은 복지제도가 정착하기도 전에 낮은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그로인한 임금소득 하락의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서구 국가들이 직면한 고령화 충격과 신자유주의 확대로 초래된 기업과 고소득층 부담의 급격한 하락이 동시에 닥치고 있다. , 복지제도 성숙 이전에 복지제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대응은 틀렸다. 여기에는 경제성장의 열매를 누가 가져갔는지, 앞으로 필요한 복지 부담을 누가 져야하는지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는 조세정책이 있다. 서구 복지국가가 기업과 고소득층의 사회적 책임 확대,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신뢰에 기초해서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넓은 조세구조를 바탕으로 복지제도를 발전시켜 왔다면, 한국 사회는 이러한 경험이 없다. 낮은 조세부담률로 출발해 그동안은 높은 경제성장덕에 성장률만큼 세수가 늘어왔을 뿐, 부의 집중도에 따른 조세부담 비율은 큰 틀에서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여기에 고령화와 낮은 경제성장이라는 충격이 다가오자 정부가 취한 방식은, 복지를 고정하고 서민층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풍선이 가득 찼다?

정부의 입장은 이러하다.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은 많지 않다. 그동안 낮게 유지되어 왔던 부담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더불어 복지 지출을 현재 수준에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금과 사회보험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새는 돈을 막는 것과 동시에 복지 부분의 과도한 성장을 막아야 한다. 대표적인 영역은 노인지출이다. 고령화로 인한 과도한 지출을 막아야 하며, 개인 책임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추가되는 것은 부채를 통한 경제성장, 즉 부동산 부양이다.” 다시 말해, 풍선은 가득 찼으며, 웃돌 빼서 아랫돌 막는 것 외에 큰 폭의 복지확충은 힘들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연금/기초연금 제도 개악과 사적연금활성화, 공무원연금 개편의 본질이다.

 

풍선은 가득차지 않았다

한국사회 부의 양극화는 매우 심각하다. 새사연에서 발표한 피케티 비율에 따르면 한국의 β, 즉 민간이 가지고 있는 부(순자산)2014년 현재 시점에서 국민 소득의 7.5배로 선진국 중 최고치이다. 일본과 이탈리아 정도로 높은 수준(5.6)에서 시작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고액연봉자의 소득이 미국이나 영국보다 한참 낮은 것을 고려하면 자산에 의한 양극화가 가장 극심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산과 자산이 야기하는 부(소득+자산)의 양극화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것이다. 바로 기업 이윤과 고소득층의 부동산, 금융자산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이 영역에 대한 과세가 매우 적다.

법인세율을 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유는 기업이윤에 대한 과세는 광범위한 세금감면, 면세조치에 무력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세금특혜는 대기업에게 집중되어 있어 법인세율이 아닌 실효세율은 매우 낮다. 부동산은 한국 부유층 자산의 원동력임에도 세금부담은 매우 낮다. 보유자체로 막대한 시세차익과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종합부동산세는 거의 무력화되었으며 주택임대 신고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금융자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식 양도차익 및 파생상품으로 인한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속 증여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소득과 복지를 늘려 풍선을 키우자

따라서 아직 풍선은 가득차지 않았으며, 복지 재정을 마련해 풍선 자체를 키울 방안은 충분하다. 조세정책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광범위한 조세저항이 존재하는 것이지 국가 재정 규모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이런 맥락을 보지 않고 추진하는 서민증세는 당연히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새사연에서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 측면이다. 서민들의 임금을 포함한 소득을 올리고 소득상승으로 인한 유효수효 확대, 즉 내수활성화로 경제성장과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고소득층은 임금 뿐 아니라 세금과 사회보험 부담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분배 몫을 늘림으로 해서 복지로 인한 소득과 임금 양 측면이 같이 상승하는 것이다. 이는 취약한 사람을 위한 정의론적 차원의 복지만이 아니라 저성장과 고령화문제를 같이 풀 수 있는 복지/소득 주도 성장론인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