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1![]() |
요즘 어느 주제든지 내 강연은 만화 하나로 시작한다. 가운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 있다. “1%”라는 글씨가 박힌 모자를 쓴, 뱃살 두둑한 부자가 그에게 묻는다. “낙수경제학(trickle-down economics)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어떤 마르크시스트, 공산주의자, 리버럴이 당신한테 그런 생각을 심어줬지?” 낙수경제학이란 부자들의 물그릇이 가득 차면 이윽고 그 물이 넘쳐 흘러 가난한 사람들도 잘살게 될 거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우선 파이를 키우자”는 성장론자들의 주장이다. 미소를 머금은 교황은 왼손 엄지로 뒷사람을 가리킨다. 거기 후광이 빛나는 한 사람이 서 있다. 바로 예수다. 실제로 교황은 작년 11월에 발표한 <복음의 기쁨>, 2장에서 낙수경제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독재”라고 단언했다.
지난 24일 최 부총리는 새 경제정책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기금에서 대출을 일으켜 8조5000억원을 공급하고 정책금융을 10조원 늘리는 등 부채로 총 41조원에 이르는 돈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나도 확대정책에 찬성한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6% 증가했을 뿐이다. 소비가 0.3% 감소한 탓이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6월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
즉 그의 내수 확대란 건설붐을 일으키겠다는 것이고 소득의 증대는 주로 상층의 호주머니로 향한다. 기업이건 가계건 빚이 늘어날 것이다. 과거의 수출주도에 부채주도 성장정책을 덧붙였을 뿐, 그는 낙수경제학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 본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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