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국세청은 지난 24일 올해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이 24만7천명이고 금액이 1조3천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아파트 가격이 내려서 세금 납부자는 다소 줄었지만 토지가격이 올라서 지난해보다 과세액이 7% 늘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보육복지와 노인연금복지 재원조달 문제로 국가재정운용이 민감한 시기여서 세수가 늘었다는 대목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종합부동산세는 지난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대표적인 감세대상이었다. 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조세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의 새누리당의 극렬 반대를 무릅쓰고 2006년 도입한 것이 종합부동산세였다. 그 후 2007년 종합부동산세 세수 실적이 무려 2조4천억원을 넘기면서 상속세나 증여세보다도 훨씬 큰 규모가 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법을 개정해 과세 대상을 대폭 줄였고 그에 따라 조세도 크게 줄었던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것조차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최근에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고사하고 취득세 영구인하에 이어 부동산 관련 감세기조가 계속 확대하고 있어 당황스럽다.

부동산은 인간노동의 산물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인류가 오랫동안 배타적 사유가 아니라 공유해 왔음을 기억한다면, 사적으로 소유한 막대한 부동산 소유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은 최소한의 형평성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자연과 토지, 부동산의 사적 소유와 투기적 시장거래가 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학자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다시 귀담아 들어보자. 16세기의 토머스 모어, 19세기의 헨리 조지, 그리고 20세기 중반의 칼 폴라니가 그들인데 이들의 주장을 들으면 종합부동산세 유지는 최소한의 요구임을 알 수 있다. 

목초지와 농경지로 오랫동안 공동체가 함께 사용해 왔던 공유지가 사적인 부동산 소유로 전환되면서 자본주의가 시작됐는데 영국의 울타리치기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16세기에서 18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양모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자행된 영국의 울타리치기운동에 대해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양들이 사람들까지 먹어 치우는 동물들로 돌변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비유를 구사하면서 공유지의 사적 탈취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탐욕에 젖은 그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이 태어난 토지를 악성 종양처럼 야금야금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들판과 들판을 연이어 집어삼키고, 수천 에이커의 땅을 울타리로 에워싸 버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백 명의 농민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납니다. 그들은 사기나 공갈·협박을 통해 땅을 포기하기도 하고, 조직적으로 학대를 당하다가 결국은 땅을 팔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가엾은 이들 농민들은 자기 땅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자본주의가 한창 번영을 향해 달리던 19세기 후반, 헨리 조지는 토지와 자연의 사적 소유가 빈곤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목한다. 그는 “인간은 지구에 임시로 세 들어 사는 존재”에 불과하다면서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자연에 대한 사적 소유를 폐지하든지 아니면 무거운 과세를 하라고 촉구하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토지의 본질적인 성격은 노동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인간의 노력과는 물론 인간 자체와도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토지는 인간이 존재하는 터전이자 환경이고,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는 창고이며, 노동에 필수 불가결한 원료이자 힘이다.” 

“모든 인간의 토지 사용에 대한 권리의 평등성은 공기를 호흡하는 권리의 평등성처럼 명백하며 인간의 존재 그 자체에 의해 인정된다.”

세 번째 비평가는 1929년 대공황과 2차 대전을 보고 겪어 왔던 20세기의 학자 칼 폴라니다. 그는 인간·화폐와 함께 자연 또는 토지는 본래 시장에서 거래하는 상품이 될 수 없는 대상이었는데 상품이 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보다 근원적으로 문제를 파고든다. 폴라니는 “노동은 인간 삶의 부분을 형성하며, 토지는 자연의 일부인 채 남아 있고, 삶과 자연은 함께 뭉쳐 유기체를 형성해 왔다”고 밝히면서 인류의 전통이 자본주의 도래와 함께 어떻게 무너졌는지에 대해 <거대한 전환>에서 이렇게 적시한다.

“토지가 없이 삶을 영위한다는 말은 차라리 손발 없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하는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다. 그런데 토지를 인간에서 떼어내고 사회 전체를 부동산 시장의 작동조건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이야말로 시장경제라는 유토피아적 아이디어의 절대적인 핵심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와 세계는 심각한 불평등의 저주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침체된 경제의 회복도 늦어지고 있으며 서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고 점점 더 막대한 사회복지 재원이 요구되고 있다. 불평등 가운데 그 격차가 가장 크고 단단한 분야가 바로 자산 불평등이다. 부동산 불평등인 것이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최소한의 종합부동산세 부과는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되었습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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