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요즘은 상장기업 실적이 분기마다 발표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분기 자본주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에서는 꽤 된 얘기지만 우리는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분기 영업 이익이 연속 10조 원을 넘어가면서, 분기마다 삼성전자 실적을 예고하고 실제 결과와 맞춰보는 것이 경제 신문들의 단골 메뉴가 되었을 정도다.

 

그런데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의 월급이 분기마다 조정되는 것도 아닌데 왜 분기 실적발표를 그리도 중시할까?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 때문이 아니라 주주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게 나와야 주가가 오르고 그래야 주주들의 자산가치가 올라서 만족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주주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은 이젠 상식이 되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 기업이 분기단위를 실적을 챙기고 숫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데 있다.

 

물론 기업들이 수익을 좇아 움직이는 것을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클린턴 정부시절의 재무장관을 했던 로버트 루빈은 이렇게 말했다 한다. “기업은 한 가지 중요한 조직화 원리에 따라 움직이다. 그것은 이윤이다.” 어쩌면 사적 기업들에게 당연한 소리일 수 있다. 이들에게 사회적 기여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차원 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익 추구가 점점 더 단기적이라는 것은 확실히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다.

 

요즘처럼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기술변화도 빠른데 누구도 미래 예측이 쉬울 리 없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위험도 따르고 장기적 전략도 세워야 하는 것이 상식이건만, 일단 ‘분기 자본주의’ 바퀴가 돌기 시작하면 무조건 분기마다 주주를 실망시키지 않을 실적이 만들어져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임금을 적게 올린다. 처음부터 적게 줘도 되는 비정규직을 더 많이 채용한다. 아예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싼 가격에 외주를 주거나 사내하청으로 운영한다. 더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다. 지금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업경영 행태들이다.

 

그런데 정말 기업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인건비용을 줄이는 것 말고는 없는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임금 비용 축소 이외에도,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거나 혁신적인 기술의 도입으로 노동생산성(노동시간당 부가가치 생산)이 올라가면 기업의 이윤은 올라간다. 같은 시기 같은 노동자가 생산한 부가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생산에 투입된 원료와 부품의 가격이 내려가거나 절약될 수 있다면 당연히 이윤은 올라간다. 또한 기업의 가동률이 올라가도 이윤은 올라간다.

 

이처럼 기업의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또한 인건비 절약이 제일 쉬운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단기적인 효과 밖에 없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노동생산성 향상이나 자원 절약형 기술혁신 등은 도입되면 지속성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금억제는 직원들의 충성도를 떨어트려 열심히 일할 의욕을 꺾고 불량률을 높일 개연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이윤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 효율임금 이론이 이런 측면을 설명해준다.

 

심지어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꼭 이윤을 늘리는 것도 아니고,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 꼭 이윤을 줄이는 것도 아니라는 경제학 이론도 있다. 즉 노동자와 자본가가 어떤 정해진 크기에서 임금과 이윤을 나눠 갖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생산과정을 예를 들어 보자. 자동차 브레이크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노동자 임금을 올려주는 순간 이 기업 자체는 이윤이 적어질 수 있다. 자동차 에어컨 납품회사의 노동자 임금을 올려도 마찬가지다. 임금이 오르면 이윤이 적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딱 여기까지만 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납품업체 노동자 임금인상으로 이들이 자동차를 더 많이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면 어떨까. 브레이크 업체와 에어컨 업체가 납품하는 완성차 회사의 매출은 늘 것이고 이윤도 늘어난다. 그러면 완성차 회사는 납품업체에 대한 납품 주문을 늘릴 것이고 뒤이어 납품업체 이윤도 늘어날 수 있다.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타당한 시나리오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벌써 여섯 번째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수년째 실질 임금은 거의 오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상태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저임금의 불안한 일자리들이다. 장기 침체 속에서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하거나 임금이 낮아서 많은 노동자들이 힘든 겨울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기업이 변해야 한다. 분기 실적에 연연해서 인건비 줄이는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동원했던 비정규직 사용 남발, 사내하청, 외주 등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소득 개선이 늦으면 늦을수록 전체 국민경제의 회복 속도도 늦춰질 것이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의 경우 전체 경제의 회복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갇히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건비 절약 방식의 단기주의 경영들이 해당 기업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의 잠재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사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적지 않은 기업의 행태는 노동권 보호의 입장에서 볼 때 불법적이거나 탈법적인 것이 많다. 현대 자동차 불법 사내하청이 대표적이지 않은가? 노동권을 유린하면서까지 인건비 절감에 집착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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