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30여경훈/새사연 연구원

한국경제의 일그러진 자화상, 동양그룹  


제2의 동양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잠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먼저 순환출자 문제가 있다. 그룹 지배구조가 취약한 현재현은 2001년 이후 재무구조가 부실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을 통해 각각 3336, 3091억 원에 달하는 계열사 주식매입에 사용하였다. 사실상 그룹의 금융지주회사인 동양증권과, 일반지주회사인 동양을 지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동양의 지배구조가 취약해지자 2010년 이후에는 동양증권 100%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을 통해 또 다시 순환출자를 형성하였다.


다음으로 콩가루 같은 부실지배구조 문제가 있다. 동양증권은 2000년부터 사외이사추천위원회(2명)를 구성했는데, 출범부터 현회장이 위원장을 담당했다. 사외이사란 내부자의 독단·부실 경영을 외부자의 견제와 감시로 방지하기 위함이 목적인데, 그룹 회장이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을 하는 편법으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현회장의 추천으로 사외이사가 된 홍기택 현 산업은행 회장은 2001년부터 9년 동안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반대표를 던진 적이 단 한건도 없었다. 사실상 현회장의 거수기 노릇을 한 것이다. 또한 통상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맡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회장이 직접 동양증권 이사회의장을 맡기도 하였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동양증권을 주물렀으니, 동양증권을 통한 사기성 회사채, CP 판매, 그리고 대부업체를 통한 재벌그룹 지배 문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셋째, 금산분리 문제가 있다. 현재 금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도 증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에 대한 규제, 이른바 은산분리가 존재한다. 또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제조업 계열사 소유 제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 계열사 소유 제한 등 지주회사 금산분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증권사, 보험사,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소유 규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산업자본과 금융계열사 간 거래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다. 동양증권을 통한 계열사의 회사채와 CP 발행과 편입, 동양파이낸셜을 통한 계열사 간 자금 지원 등 금융계열사는 그룹 오너의 사금고 역할을 담당하였다. 


넷째, 규제차익과 규제포획을 빼놓을 수 없다. 회사채와 CP 발행의 급격한 증가, 대부업체를 통한 지배구조 강화와 계열사 간 자금거래 등의 문제는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비대칭적 규제공백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은 2002년 은행, 종금사, 보험사에서 여신전문금융업을 새로 포함시킨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선정기준을 보완하지 않았다. 최근 규제차익을 노리고 갈수록 확대되는 그림자금융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또한 현행 대부업체는 규제나 감독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대부업체가 고리대를 넘어 이제는 재벌의 지주회사 역할까지 하다니, 이게 바로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동양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그리고 동양그룹과 CP 감축 이행에 관한 MOU를 체결하였던 금감원 등은 이미 2006년부터 동양그룹 부실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산업은행은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였고, 금감원은 자율규제의 정책기조를 고집하고 있었다. 


금융감독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실천하지도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저축은행, LIG, 동양 등 부실경영과 부실감독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이다. 시대를 거스른 그 후과는 고스란히 투자자와 국민의 몫이 되었다. 순환출자, 부실지배구조 문제는 경제민주화, 금산분리, 규제차익 문제는 금융규제 강화가 시대적 과제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 좀 바뀔 때 아닌가.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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