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11 / 28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노동조건과 정치참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최종범씨의 사망 이후 노동강도가 극에 달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기존 노동연구에서 주로 다루었던 임금, 복지, 노동시간 등의 전통적 문제에 더해, 감정노동, 자기결정권, 인권침해 등 추가적인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다. 비정규직, 일용직 등 사회적으로 소위 ‘밑바닥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증가는 여러 측면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기존에는 주로 빈곤, 복지수혜계층, 임금불평등 확대 등 사회적 문제, 소비여력 저하로 인한 내수부족, 가계부채 증가 등 경제적 문제 등이 주로 지적되어 왔지만 이제는 시민의식, 정치참여 등 민주주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사회학에서 주로 다루는 시민의 정치참여연구에서는 정치참여를 할 수 있는 자원에 주목한다. Verba 등은“자발적 시민참여 모델(civic voluntarism model)”에서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① 자원론(resources) 모델, ② 정치적 정향(political orientations)모델, ③ 동원모집(recruit) 모델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중“SES(social economic status) 모델”, 자원모델은 정치적 정향모델과 함께 정치참여의 인과관계를 설명해 온 중요한 이론적 모델이다(Scholzman 2002, 441-3; Verba et al. 1995, 346) 고소득층ㆍ직업위계가 강한 직종ㆍ고학력 등의 계층은 정치에 참여할 자원(돈, 시간, 참여기술)등이 풍족하며 관련 네트워크도 잘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집단 내에서 정치참여가 높아지기 때문에 선거, 정치 영역은 점차로 부유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자원이론과 자아소모이론


본 보고서에서 소개하는 연구는 이런 입장에 기초해, 정치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자원 중 인지심리학적 자원에 주목한다. 기존 사회심리학 모델에서 다룬 심리적 요인은 사회정치적 신뢰도이다.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유권자의 행동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등의 정치 효능감,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 정치제도나 정치가에 대한 신뢰심, 참여에 대한 시민적 의무감등 심리적 요인이 개인의 정치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사회정치적 신뢰도와 시민의식에 따라 정치참여양상이 달라진다고 해석한다.


이상의 이론들은 모두 정치참여와 시민의식강화에 대한 의미있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개하는 연구에서는 자원이론의 양적접근에 문제를 제기한다. 퍼트넘이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 (2000)) 에서 지적한 개인생활, 노동시간의 확대로 인한 정치참여 저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상관없이 자유시간의 부족이 바로 시민의식의 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심리학연구의 효능감, 관심 역시 그런 인지가 형성된 과정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인지과학,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 행동에는 인지적 배경이 존재하고 그 인지는 다양한 과정과(환경영향) 기본 인지구조(본성)에서 형성된다. 특히 자기컨트롤 이론(self control)에서 다루는 의식적/통제적 행동은 특정한 자기자원(self-resources)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이론에 기초해 정치참여를 할 수 있는 시간의 물리적 양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자원(self-resources), 인지심리적 자원의 여유/소모여부에 주목한다. 


Baumeister(Baumeister,Bratslavsky, Muraven, & Tice, 1998)등이 제기한 자아소모이론(ego depletion)에 따르면 의사결정, 책임감수, 계획짜기, 계획에 따른 행동하기 등 의지적 행동은 한정된 의지력에 기초해 소모된다고 주장한다. 이 의지력은 육체적 힘, 에너지 등과 비슷한 종류의 자원으로서 그 양이 제한되어있다. 의지적 자기 통제(self control)에는 이러한 인지심리적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에 자원이 소모되면 이후의 자기통제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정리하면 개인이 사회/정치참여를 통한 민주주의 강화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가능한 인지적 전환(정치적 관심 등)이 있어야 하며 여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트레스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라는 것이다. 시간/물질의 절대적 양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며 어떤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며,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이는 카네만 등의 행동경제학과 인지과학 등의 성과에 기초한 것으로 어떤 종류의 시간 소비는 오히려 정치참여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곳간에서 인심난다.


우리나라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대적 표현으로는 강남 아이들이 공부도 잘할 뿐 아니라 착하기까지 하다는 현상이다. 여기에 대한 전통적 설명은 부유층이 향유하고 있는 자원의 절대량에 대한 비교였다. 하지만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면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사회경제적 조건SES(social economic status)이 그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심리에 영향을 미쳐 Output을 낸다는 접근이다. 곳간은 물질만이 아니라 인간이 처해있는 전체적 조건인 셈이다. 


기존 자원모델이 참여자원(돈, 시간, 참여기술)등 객관적, 실체적 자원의 양적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카네만 등 행동경제학의 배경에서 출발한 새로운 관점은 자기자원(self-resources)과 그를 소모시키는 부정적 감정에 주목한다. 이를 자원이론과 출퇴근 스트레스이론으로 구분하여 자유시간의 양적 차이를 야기하는 노동시간과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켜 자기자원(self-resources)을 소모시키는 출퇴근시간이 정치적 관심과 정치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비교한다. 


이 연구에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한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통해 이를 검증한다. 가설 1. 의무적 일상업무(출퇴근시간)이 정치적 의지/관심(개입요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가설 2. 여기에는 경제적 격차가 영향을 미친다.(상쇄요인) 가설 3. 정치적 관심이 정치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결과)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조지타운대학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센터에서 수행한 2005 시민의식, 참여, 민주주의 조사 Citizenship, Involvement, Democracy Survey (CID)결과 590부를 활용했다. (표는 보고서에 포함)


결론적으로 연구에서는 시간소모측면에서 노동시간보다는 불쾌한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출퇴근시간이 정치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과 그 효과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해, 최고 소득구간의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부정적 영향보다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혔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노동조건은 어떠한가? 한국의 출퇴근시간에 대한 직접적 자료는 찾기 어렵다. 일단 2011년 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출퇴근 시간은 55분으로 남아공 다음으로 높다. 2009년 10세이상 서울시민의 이동시간은 평일 1시간54분, 취업자의 출퇴근 소요시간은 평일기준 1시간35분으로 조사되었다. 


대신 시민역량과 사회적 신뢰 영역에서는 41개 조사국 중 공정한 법제도는 하위 7위,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하위 10위, 하위 3위이다. 또한 자원봉사 등 사회적 활동에 쓰는 시간은 1시간으로 헝가리, 인도 다음으로 낮았다. 

 

연구는 정치참여연구와 미국 시민의식과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연구는 시민역량강화에 대한 일상적 업무의 영향력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노동과 출퇴근의 영향을 구분해서 분석함으로써 기존 연구를 진전시켰다. 또한 실제 노동시간보다는 불쾌한 경험을 주는 출퇴근 시간의 영향에 주목한다. 더구나 인지심리적 자원을 소모시키는 환경/조건의 중요성과 적절한 해소수단, 노동시간 중 자기결정권, 노동의 질 등에서 자원이 부족한 저소득층에서 이 문제가 더욱 크게 증폭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녁이 없는 시민은 민주주의를 할 여력이 없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잘못된 주거/부동산 정책으로 서민들은 외곽으로,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 역세권 주거비용은 지나치게 높아 소득이 낮을수록 출퇴근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저소득층은 노동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에서도 불쾌한 감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임금뿐 아니라 주야간노동, 작업장에서의 위계, 자기결정권, 기본적 복지 등은 매우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 몰려있는 서민층들이 자신을 위한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선거 이후, 저소득층과 복지 수혜층인 노인들의 투표행태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일각에서는 투표참여를 위해 투표 시간 연장, 투표방식 전환 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란 선거당일 투표권 행사의 문제가 아니다. 내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고민하고 적당한 정치집단을 선택하며 주변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이 민주주의이다. 출퇴근시간과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힘들어 인지심리적 자기자원이 전부 소모된 노동자와 저소득층, 취약계층이 민주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일면 당연한 결과이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민주주의 제도가 경제적 조건으로 제약받게 됨을 깨닫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를 소개하며 이하에서 관련 연구자들의 라디오 대담을 간략하게 번역하였다.  




단조로운 일상사_노동과 출퇴근, 그것이 정치참여에 미치는 영향 

The ''Daily Grind'': Work, Commuting, and Their Impact on Political Participation


Benjamin J. Newman, Joshua Johnson and Patrick L. Lown

American Politics Research published online 22 August 2013



대담자 : STEVE INSKEEP, RENEE MONTAGNE in MORNING EDITION

전문가 : 전미 공공 방송협회 사회과학전문기자 Shankar Vedantam

         Stonybrook대학의 Joshua Johnson교수


미국에는 양당-민주당, 공화당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또 다른 정치적 분리가 존재하는데 이는 정치에 적극적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다. 고령, 부유층, 고학력자 집단이 정치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_출퇴근 시간을 찾아냈다. 


이하 대담


RENEE MONTAGNE, HOST) 왜 출퇴근 시간은 정치에 대한 관심수준에 영향을 미치는가?


SHANKAR VEDANTAM) 지난 몇십년 사이 정치적, 시민적 활동에 참여하는 미국인이 감소하는 것과 미국인들이 출퇴근에 사용하는 시간이 점점 증가하는 두 가지 다른 경향이 관찰되었다. 90년도에 일년에 4천2백만시간을 출퇴근에 사용했다면 현재는 5천6백만 시간을 길바닥에 쓰고 있다. 


연구자들은 두 경향사이에 연관을 찾아보고자 했다. Stonybrook대학의 Joshua Johnson교수,  Connecticut대학의 Benjamin Newman교수와 졸업생 Patrick Lown은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이 본인의 정치적 활동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JOSHUA JOHNSON) 그 영향은 매우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더 어려운 장기간 출퇴근이 증가하면 정치에 덜 참여하는 것을 찾아냈다. 


INSKEEP) 덜 참여한다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 아닌가? 장기간 출퇴근으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정치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VEDANTAM) 오랜 기간 정치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해  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시간이 긴 것과 낮은 정치참여와 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른 활동에 사용하는 시간의 절대적 양이 정치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치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분적으로 출퇴근으로 보였고 연구진들은 행동경제학자의 다니엘 카네먼의 연구에서 이 연구의 아이디어를 잡았다. 카네먼는 출퇴근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불쾌한 일중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밝혔다. 출퇴근은 매우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며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면 사람들은 실제 시민참여, 공공체 정치 등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 인지심리학적 자원의 여유가 없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할 수 없는 것이다. 


INSKEEP) 모든 사람들이 출퇴근 스트레스에 동일한 영향을 받는가?: 


VEDANTAM) 이 점이 매우 중요한 점이다. 정치 참여와 ?퇴근사이에 일반적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출퇴근시간은 불균등하게 저소득층의 정치참여만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사다리를 타고 올라감에 따라 출퇴근시간이 정치참여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최고 부유층의 경우, 출근시간이 길수록 정치참여는 더 증가한다. 


INSKEEP) 왜 그러한가? 연구진은 부유층은 매우 스트레스가 높은 출퇴근을 하고 있으나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수 있으며 정치참여를 위한 충분한 능력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VEDANTAM) 연구진들의 생각은 이렇다. 출퇴근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이지만 저소득층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기가 더 어렵다. 부유층들은 피곤한 일상을 마친 후 집에서 저녁만찬을 즐기거나 상담프로그램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이러한 보호장치를 누리기 어렵다. 사실, 부유층은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치참여, 뉴스청취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부유할수록 출퇴근시간과 정치참여는 정비례한다. 


INSKEEP) 우리는 여기에서 통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통계적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청취자들이 많이 듣고 있다. 연구자들은 일반적 패턴을 찾았다고 하는데 선거 결과에 대해 실제 영향을 미치는가?  


VEDANTAM: 이야기하기 쉬운 주제는 아니다. 존슨은 출퇴근시간의 영향이 우리의 정치성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고 선거에서 투표하는 사람에게도 역시 불균형하게 나타났다. 


JOHNSON: 저소득층은 이미 정치에 불감해져있고 출퇴근시간이 저소득층이 더욱 정치에서 멀어지는데 기여한다면 그 결과 역시 매우 나쁠 것이다. 


VEDANTAM: 이 연구는 매우 중요한 질문을 야기한다. 만약 출퇴근이 증가하고 출퇴근시간이 정치참여에 미치는 영향이 저소득층과 노동자계급에게만 불균형하게 작동한다면 누가 정치영역에서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인가? 


INSKEEP: 부자들, 바로 이것이다. 





* 원문 게재 사이트: 

전문 

http://apr.sagepub.com/content/early/2013/08/22/1532673X13498265.full.pdf+html


라디오 대담

http://www.npr.org/2013/11/19/246085202/study-commuting-adversely-affects-political-engagement?ft=1&f=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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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