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교육과학기술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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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1단계로 학교운영의 기본이 되어왔던 각종 지침 29개를 즉시 폐지하여 대부분의 권한을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였다. 2단계로는 6월 중까지 법령을 정비하여 교원에 대한 인사권, 학교급별 교원배치 기준 등을 교육감에게 전면 위임한다. 3단계는 7월 이후로 학교장의 교원인사에 관한 권한을 확대하여 단위 학교 책임 하에 자율적인 학교운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교육정책사에서 유례없는 전면적 조치로 공교육의 근본을 흔드는 대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토론과 소통 과정 없이 전면적으로 시행된 이번 조치에 많은 이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 육성과 전인교육을 포기한 입시경쟁 정책
이번 조치로 해방 이후 유지되어 온 학교운영 전반에 대한 포괄적 장학지도권(초중등교육법 제7조)이 폐지되면서 학교는 냉혹한 입시경쟁 시장에 내몰리게 되었다. 그동안 무한의 입시경쟁을 막아왔던 학교 운영과 관련된 학사(수업 및 일과) 운영지도 지침, 방과 후 지도 지침, 수준별 이동 수업지침, 학습부교재 선정 지침, 사설 모의고사 참여 금지 기본 지침 등이 폐지된 것이다.
규제가 풀린 무한의 경쟁장에서 학교장들은 매년 치러지는 일제고사나 특목고, 명문대 진학 결과에 목맬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교사와 학생들 역시 성적 경쟁에 메이게 되었다. 지난 번 실시된 전국 단위 일제고사의 성적 순 줄세우기가 일상이 되는 것이다.
결국 교육과정이 예체능과 다양한 교과 수업, 재량활동, 계발활동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시험과목 중심의 파행적인 행태로 운영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암기식, 주입식 입시 위주 교육을 탈피하여 간신히 정착해온 독서, 논술 등 통합적인 교육 방법, 자기 주도적 학습 기반은 이번 조치로 무너질 것이다.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보충수업, 0교시 수업, 심야 자율수업도 할 수 있게 되어 아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쉴 수 없게 되었다. 초등학교부터 우열반 수업도 가능해졌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우열반은 물론이며 특목고와 명문대 진학반이 편성될 것이다. 아이들은 성적으로 인한 편가르기와 등급나누기에 상처 입을 것이다.
또한 어린이 신문 구독, 교복 공동 구매, 촌지금지, 학습 부교재 관련 지침 등이 폐지됨으로써 학교현장에서의 비리와 학부모의 또 다른 교육비 부담이 우려된다.
공교육을 학원화하고 사교육을 살찌우는 시장화 정책
이번 자율화 조치와 관련하여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공교육을 포기하고 사교육업체만을 위한 자율화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이번 조치로 사교육업체들은 톡톡히 덕을 보게 되었다. 살찌는 사교육 시장 속에서 힘들어지는 것은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다.
학습 부교재 선정 지침, 사설 모의고사 참여 금지 지침, 방과 후 학교 운영 지침 등이 없어졌다. 이런 지침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사교육 시장이 밀고 들어와 수익을 챙겨갈 것이다. 현재 일부 사립학교나 특목고 들이 논술교육, 영어교육을 사교육업체에 위탁해 운영해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국의 학교가 사교육업체의 영업시장이 될 판이다.
영어몰입교육, 대학 입시 자율화, 고교 다양화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환호했다. 외국의 자본까지 끌어들여 거대공룡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학습지 시장에서 로스쿨 학원까지 곳곳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해왔다.
사교육 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급성장한 대표적 상장회사로 2007년 매출액 1633억 원(순영업이익 583억원)을 기록한 메가스터디를 꼽을 수 있다. 메가스터디는 고교생을 위한 입시강의 사이트, 온라인 학원을 시작으로 엠베스트로(중등교육), 엠베스티쥬니어(초등교육), 성인을 상대로 한 의치학전문대학원 전문학원인 메가MD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올해는 로스쿨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메가스터디 외에도 클애들, 초암논술, 앨림에듀, 대성학원, 유웨이 등 대부분의 사교육업체들이 초등학교부터 성인시장까지 이미 치밀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학입시(고등교육) 시장 규모를 전체 4조 원 정도로 추정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산업은 10조 원 정도로 예상한다.
교육 재정 확대와 교육권 보장을 위한 재논의 필요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3단계 조치는 자율화와 다양성의 논리를 앞세운 기업식 경쟁을 통해 공교육을 바꾸겠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학교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 학교 운영의 전권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에 있어서 공공성이나 평등의 가치보다 경쟁과 수월성이 더 우선되는 가치로 변화되었음을 뜻한다.
경쟁에서 밀려난 학교는 사교육 시장의 또 다른 먹이가 될 것이고 학교는 하나의 입시학원이 되어 사유화, 영리화될 것이다. 경쟁에서 밀려난 아이들은 정서적 상처를 받을 것이며, 학부모들은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교육 양극화로 사회적 통합과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쟁과 수월성의 논리로 교육개혁을 추진하여 실패한 사례는 영국과 미국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우 특권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에 의해 대학과 고교가 서열화 되면서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잦은 표준시험평가 스트레스로 교육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위기의 학교를 양산하고 있다. 미국 역시 부시정부가 집권초기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도 실패한 정책이 되고 있다. 하루 6교시 중 4교시를 학업성취도 시험과목인 영어, 수학을 배우고 역사, 음악 등 수업시간은 줄어들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아예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실패한 교육정책을 모방하기 보다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기회 균등원칙에 기반을 둔 교육경쟁력을 어떻게 높여갈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교원단체 나아가 국민들과의 대토론회를 통해 현재 한국의 공교육 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지방교육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교육재정 확보 없는 교육자치는 교육재정에 있어서도 양극화를 가져오고,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에 힘입어 학습동기화가 잘 된 특권적 20%만을 위한 학교 자율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교육을 경쟁의 논리로 풀게 아니라 ’교육복지’로 바라보고 교사의 질 개선과 교육기반 시설 마련,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사정원 확대 등을 위한 교육투자 방안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
이영탁/교사, 새사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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