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4.02 11:50


 

① 중소기업인

② 자영업인

③ 대학생

④ 농민

⑤ 노동자

⑥ 한국경제의 구조변화


18대 총선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의 화두는 역시 ‘민생’이다. 이명박 정부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올해 들어 우리 경제에 본격적으로 밀어닥치기 시작한 미국발 금융 위기와 원자재․곡물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안정론과 견제론의 대립이나 경부대운하를 둘러싼 논란 등 각 정당은 표심을 얻기 위해 정치적 이슈들을 내세우지만 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경제’에 집중돼있다.


온화한 미소로 재래시장을 돌며 서민들의 거친 손을 감싸 쥐는 각 후보들이 당선 뒤에도 국민의 고단한 삶을 보살피리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만이라도 국민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 주길 기대하며 이 글을 쓴다.

이 글의 내용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조건>(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힌다.


중소기업인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파른 사회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극적인 추락을 경험했으면서도 관심 밖에 몰려있는 집단의 하나가 바로 중소기업인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물론 이들의 처지가 가장 열악하다는 뜻은 아니다)

알다시피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목표를 향해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빠른 속도로 진행된 일련의 ‘개혁’은 우리 사회의 경제 구조 뿐 아니라 우리들의 삶 전체를 근본부터 바꿔 놓았다. 과연 그 10년 사이 우리 이웃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고용의 89% 책임지는 중소기업들, 이익률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쳐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회사법인(기업) 27만 개 가운데 300명 이상이 고용된 대기업은 230여 개로 1%에도 못 미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전체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종사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는 전체 고용의 88.8%(1990년대 70%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생산액 비중으로도 중소기업은 이미 대기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렇듯 기업의 수와 고용 비중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역시 2006년 기준으로 3%에 불과해 최대 7%대인 대기업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친다.


주목할 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 1997년 이후라는 사실이다. 외국 금융주주자본을 필두로 재벌, 민영화된 공기업 그리고 은행들이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구조로 변하는 사이(마지막 편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익에 허덕이면서도 대량 구조조정으로 방출된 고용을 떠안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노동자와 대기업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도 갈수록 벌어졌다. 2000년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71.3%였으나 2006년에는 대기업의 62.5%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가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노동자와 대기업 노동자의 양극화로 이어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환율이나 일시적인 경기변동 탓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또한 이러한 격차는 비단 영업이익률 뿐 아니라 설비투자, 임금, 생산성, 혁신기반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의 외면 속에서 자금줄은 말라가고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을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이들의 투자자금, 납품단가 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이미 1,000조 원을 돌파했지만 이는 코스닥에 등록된 극소수의 중소기업과 관련된 이야기일 뿐이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주식시장이 아닌, 은행이나 사채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6년 기준 중소기업의 외부자금 차입 가운데 은행자금이 72%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는 무척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설사 대출을 받는다 해도 무리한 담보와 높은 금리가 족쇄처럼 따라다니게 된다.


2007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가량이 자금 사정이 ‘나쁘다’고 답했고 ‘좋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현재 좋지 않은 자금 사정이 언제쯤 호전될 것으로 보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42%가 ‘기약 없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중소기업인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으로 ‘과도한 담보 요구’(44.7%)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대출 한도 축소’(27.8%)와 ‘신용대출 기피’(23%) 등을 꼽았다.


또한 최근 중소기업들의 영업 이익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이들이 은행에서 빌려 쓴 돈에 대한 이자율인 차입금 평균 이자율은 2004년 5.9%에서 2005년 6%, 2006년 6.3%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시중 은행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중소기업 대출을 통해 얻은 이익”이라고 꼬집으며 “대기업에는 금리를 낮춰주지만 중소기업에겐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각종 수수료까지 부담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중소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좁고,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은 은행의 단기 수익성 위주 경영 때문에 과거보다 더 높은 장벽에 막혀 있으며, 사채시장의 고율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는 것이다.


대기업 횡포 속에서 말라가는 중소기업들


이번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얼마 전 중소기업 사장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벌인 시위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중소기업들을 얼마나 쥐어짜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주물업체에 이어 아스콘 업체들이 납품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납품을 할수록 오히려 손해만 더해가는 현실에서 이들이 택한 결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중소기업-대기업간 납품 거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극소수의 대기업에게 오랫동안 전속되어 거래를 해오고 있어 한두 개의 대기업을 상대로 다수의 중소기업이 서로 가격 경쟁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당연히 중소기업의 교섭력은 절대적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 등의 과정의 보완적 협력구조는 고사하고, 대기업이 전속 거래를 고집하는 한 중소기업 자체의 힘만으로 다른 판로를 개척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불평등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불공정한 납품단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납품단가는 평균적으로 인항되어왔다. 2001년의 납품단가를 100으로 했을 때 2003년의 납품단가는 평균 97로 나타났다. 단일부품이나 중간부품, 완제품을 막론하고 2년 사이에 납품단가가 2~3% 정도 인하된 것이다. 또한 2007년 중소기업의 생산원가는 한해 전과 비교해 평균 13.2% 증가했지만 반대로 납품가는 오히려 평균 2.0% 감소했다. 생산원가의 인상에 납품가의 인하가 더해져 중소기업은 이중의 어려움을 감수해온 셈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현상은 주주수익의 극대화를 노리는 대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들에게 갖은 비용부담을 떠넘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이유에 대해 임금인상 전가(10.2%), 운자재 상승분 전가(17%), 환차손 전가(11.3%) 등의 이유를 꼽았다.


중소기업중앙회 서병문 부회장은 2007년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남기면서도 중소기업에게는 계속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넣고 있다. 주물업계 사정을 예로 들어보면, 지난 3개월 동안 원자재 가격이 30% 이상 올라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년간 선철과 고철이 각각 115%와 130% 올랐지만 제품 가격은 26%만 인상되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수요 업체인 대기업에서는 4~7% 인하를 고집한다. 상생론이 등장한 뒤론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때 공문도 보내지 않고 직접 중소기업 경영자를 불러서 압박한다. 정부에게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려는 목적이다”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은 대기업 노동자의 60%에 불과


앞서 밝힌 것처럼 대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을 계속 줄여왔고 이렇게 방출된 인력들은 중소기업으로 인입되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1993~2003년 연평균 8%를 유지했다.(1997, 1998 제외) 그 결과 1998년부터 7년간 중소기업의 고용은 310만 명이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76만 명이 줄었다. 수익성과 기술 수준이 뒷받침되는 대기업이 오히려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에게 고용의 책임을 떠넘겨온 것이다.


한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중소기업의 고용 확대가 결코 매출 증가에 따른 투자 확대의 결과가 아니라, 영세 중소기업들이 새롭게 창업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한때 코스닥의 호황을 타고 IT분야의 창업이 활발하기도 했지만 이는 이미 오래 전 얘기다. 사업체 수를 기준으로 영세사업자 구성비가 증가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무조건 역시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2000년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71.3%에 달했으나 격차가 점점 벌어져 2006년에는 62.5%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가 곧바로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양극화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영세한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이것이 곧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확대시키는 한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의 질을 떨어뜨려 혁신능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임금 격차 확대 -> 고급인력 유입 감소 -> 기술개발 능력 약화 -> 저생산성 -> 저수익성 -> 저임금 -> 저기술력 유입 -> 저기술’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의 자구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중소 제조업체들의 해외 투자는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여 금액이나 투자 건수 기준으로도 대기업을 능가하는 규모였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일시적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어도 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의 비용이 상승하면 곧바로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중국으로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야반도주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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