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7 / 05 김병권 / 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새사연 분노의 숫자 시즌2   (2) 불평등의 근원,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 용어 해설

 

기업 소득과 가계 소득

 

국민경제에서 매년 얻어지는 전체 국민소득은 경제 활동 주체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인소득(자영업 포함), 기업소득, 그리고 정부소득이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개인소득에서는 노동소득의 비중이 가장 크고, 이외에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그리고 이자와 배당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금융회사를 포함한 기업소득은 영업이익, 이자, 배당의 형태로 소득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의 국민소득은 명목 국민처분가능소득을 말하고, 가계 소득은 자영업을 포함하는 개인의 처분가능소득을, 기업소득은 금융회사를 포함한 법인의 소득을 말한다. 편의상 개인 가처분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법인 가처분 소득을 기업소득으로 표현한다.

 

 

▶ 문제 현상

 

기업소득 비중은 경제위기 와중에 역사상 최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도래하면서 우리 경제도 2~3%의 저성장 속에서 국민들의 어려운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같은 경제 공간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 등의 대기업들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매년 최고의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2012년 매출액은 약 200조 원으로 두 자리 수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더 놀랍다. 29조 원이라는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전년 대비 거의 두 배가 증가한 수치다. 이정도 어마어마한 규모면 우리 국민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경제에서 ‘부자 삼성 가난한 국민’의 특징이 점점 더 짙어져 간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라 전체의 소득 가운데 기업 몫은 계속 늘어나고, 반대로 가계가 월급이나 이자, 배당, 그리고 자영업의 사업소득을 다 합친 몫의 비중은 계속 쪼그라들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국민처분가능소득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 동안 3배를 넘어가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대로 가계의 소득 비중은 10% 이상 추락하면서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격차 사회라고 언론에서 난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남성과 여성의 격차 등 수 많은 격차들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격차의 근원에는 기업과 가계가 가져가는 몫의 격차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오히려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위기로 국민들의 삶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기업에게 흘러들어가는 소득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위기는 (대)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국민의 위기였던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3월 3일자 뉴욕 타임스는 “기업 이윤만 올리고 일자리는 늘리지 않는 경기회복(Recovery in U.S. is lifting profits, but not adding Jobs)"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지금 미국 경제가 대단히 부진한 회복을 이어가고 있고 고용 상황은 2012년 9월 이후에야 겨우 8% 밑으로 떨어질 만큼 아직도 높은 실업률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반면 기업 이익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진단한다. 전체 경제의 부진한 상황과는 달리 기업은 매우 높은 이윤을 회복했으며 특히 (다우 지수에 편입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세에 힘입어 최고의 이윤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3년에 미국에서 국민소득 대비 기업 이윤(corporate profit) 비중은 14.2%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1950년대 이후 최고였다. 반대로 국민 소득 대비 노동자 소득은 61.7%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1966년 이후 최저이다. 특히 기업 소득 성장이 급증하고 가계 소득 성장이 정체한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이후 두드러진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 진단이다. 예를 들어 2008년 말 이후 기업 소득은 실질 기준으로 연간 20.1%씩 증가했지만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1.4%밖에 증가하지 못했던 점을 사례로 들고 있다. 미국의 사례와 한국이 사례는 경제위기가 모두에게 똑 같은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 기업이 실적을 회복하고 이윤이 늘어나서 주가를 올린다고 하여 경제가 성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 문제 진단과 해법

 

한국은행이 기업소득은 늘고 있는데 가계소득은 늘지 않는 세 가지 이유를 지목하고 있다.  

 

첫째로 임금증가가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1990년대에는 연 평균 임금 증가율은 11.7%였고, 기업의 영업 이익 증가율은 12.8%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임금 상승률은 7.2%에 불과한데 영업이익률은 10.2%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은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결국 기업이 이윤을 내고 성과를 올려서 거둔 몫을 노동자에게 비례해서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가계의 숨은 비밀은 이처럼 단순한 곳에 있었다.

 

두 번째는 전체 취업자의 28.2%나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수익 역시 임금과 유사하게 1990년대까지는 괜찮았지만 2000년대 오면서 현저히 줄어든다. 1990년대에 자영업자 연 평균 영업이익은 10.2% 증가하여 기업 영업이익과 비슷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자영업자 영업이익이 고작 1.5%밖에 늘지 않았고 기업은 10.2%가 늘었으니 당연히 기업에 비해 자영업 가계의 소득 격차가 커졌을 수밖에 없었다. 임금 노동자보다 더 못한 영세 자영업의 확산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세 번째는 바로 가계부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의 저축률이 10%가 넘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부채에 대한 이자상환보다 저축에 대한 이자수입이 많아서 순 이자소득이 14%씩 늘어났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상황이 정 반대로 바뀐다. 순 이자 소득이 마이너스 13.3%로 역전되었던 것이다. 2011년 기준 1천조 원의 가계부채 때문에 상환해야 할 이자가 연간 44.5조 원 규모로 불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반면 기업은 2000년대 들어와 부채 비율이 크게 축소되어 금융비용도 줄어들었다. 들어오는 수입은 충분히 오르지 않고 나가야 할 지출만 늘어난 곳은 가계뿐이었다.

 

이런 분석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오직 하나 뿐이다. “소득 확대 → 소비증가 → 고용창출 → 인적자본 축적 → 성장지속 → 소득확대”의 선순환을 이루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체제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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