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을 찌푸리며 읽었다. 집중해야 하므로. 그러자 도서관에 온 개나리아파트 통장, 하영 엄마가 옆에서 넌지시 말한다.

"힘드시겠어요. 그 책." 

아마도 겉표지를 본 모양이다. ’이명박 시대’라는 선명한 글자를 봐서 그런지 나를 사뭇 안쓰럽게 쳐다보는 듯하다. 나는 얼결에 웃으며 말했다.
 

"안 힘들어요. 이 책."
 

왜냐면 난 이명박 시대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난 도대체 뭘 알고 아는 척을 했는지 의심이 들었다. 동네 몇몇 사람들이 "그래도 경제를 살려준다잖아요, 이명박이!"라고 말하는 이를 볼라치면 얼굴에 푸르르 냉기가 돌며 팽하기만 했지, 내가 과연 그들에게 뭘 얘기했는지.

이명박 시대, 난 얼마나 알고 있는가?

2008년 3월에 갓 구워 나온 이 책을, 나는 결이 좋은 따뜻한 식빵을 찢어먹듯 야금야금 먹어보았다. 제목은 다소 찢어먹기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내용은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바뀐 5년의 전망,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하 새사연)이 펴낸 이 책은 현상을 넘어서 본질을 꾀하는 진중한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구성은 갖가지 도표와 분석자료, 구체적인 분야별 대안 제시들로 채워져 있다. 새사연 연구원 이외에도 다양한 객원 필자들을 통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짜려고 한 노력이 돋보였다.

책은 우리가 그토록 눈살을 찌푸리는 17대 대선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내용은 ’17대 대선- 그 표심으로부터 찾는 진보의 희망’이다. 글을 쓴 새사연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우리 사회의 보수화를 지적하는 세간의 평가에 의문을 던지며 국민의 진보적 지향과 기대를 진보세력이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새사연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을 지지했던 유권자 30%보다, 투표를 하지 않았던 유권자 37%에 주목했다. 500만 표가 넘는 표차로 이명박이 당선되었지만, 그 못지않게 역대 선거 가운데 투표하지 않은 표가 당선자의 표보다 훨씬 많았던 선거임을 잊지 말자는 얘기다. 더불어 17대 대선이 반독재에서 반신자유주의로 정치구도가 전환된 점, 2, 30대가 반신자유주의적 개혁 진보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다는 점 등을 본질적인 변화로 보았다.  

진보의 근원적 성찰, 전환 그리고 실천

책은 17대 대선을 시작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달러 기축통화 역할 약화,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고유가 시대, 2008년 한국 국민경제 동향과 전망 등을 다룬다. 나라 안팎의 주요 의제를 통해 고용, 통일, 동아시아 주요 이슈까지 아주 알찬 연구 자료들이 가득하다. 다양한 도표 자료와 보론, 주석을 통해 내용은 신뢰성 있고 명료했다.

책의 첫 번째 큰 흐름이 나라 안팎의 주요 의제 전망이었다면, 두 번째 큰 흐름은 분야별 주요 의제 전망이었다. 분야별 주요 의제는 경제, 통일, 금융, 농업, 교육, 보건의료,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독자에게 보다 실물적인 이야기를 풍부하게 전달해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 부분의 ’이명박 정부 노선의 특징과 전망’이다. 새사연은 이명박 정부가 그 어떤 요식적인 서민정책 없이 오직 기업이나 부자들만을 위한 경제정책을 펼 것이라는 가정과 이명박 경제가 단순개발주의식 ’시멘트 경제’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요체는 이명박 경제가 시장지상주의-신자유주의의 어느 지점을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가속화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전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변형시킬 것인가에 있다는 것이다.

새사연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대안적 가치 창출과 그를 위한 실천에 나서지 않고서는 누구도 자신을 진보라고 감히 말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김명인 인하대 교수의 지적을 인용하며 따끔한 말을 던졌다. 진보의 근본적인 전환과 성찰을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논지는 사뭇 공감이 간다.

현실성이 부여하는 선동력

책을 통한 새사연의 전망 분석과 대안 제시는 남다르다. 남다르다는 것은 신선해서가 아니라 유독 바른 말이기 때문이다. 선언적인 구호와 외침이 아닌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투로 요목조목 지적하고, 제시하는 것이 희한하게 선동적이다. 한 귀로 흘릴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들려준다.

책을 덮고 표지를 들여다보자, 묘하게 4일 동안 보이지 않던 이명박의 얼굴 실루엣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표지마저도, 선동적이다. 전의를 불태우게 하니 말이다.  

* 이 글은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어린이도서관> 관장으로 일하며 지역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는  이선미씨가 쓰신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